6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2.77포인트(0.09%) 오른 2993.34에 장을 개장해 장중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선 것은 2007년 7월 25일 2000을 처음 돌파한 이후 약 13년 5개월여 만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외 주가 상승을 이끈 주역은 정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금리를 대폭 내리고 돈을 푼 게 유동성 장세를 만든 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산업면에서도 각국 정부가 침체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적극화해 괜찮은 투자 종목을 제공해 주었다. 올해는 어떨까. 올해는 금리를 내리고 돈을 공급하는 정책보다 재정정책의 힘이 강해질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 선진국의 정책 방향은 금융과 재정정책의 공조였지만 유럽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금융정책이 우위에 섰다. 재정에서 문제가 생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앙은행이 판을 주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또 한번의 변화가 일어났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2~3개월 만에 국내총생산(GDP)의 5~8%에 달하는 유효수요가 사라지자 선진국 정부는 재정을 통해 이를 메우는 작업에 나섰다. 실업급여 확대,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 등이 그렇게 해서 나온 정책들이다. 지난해 재정투입에 들어간 돈이 선진국 GDP의 약 8~13% 정도였는데 그 때문에 선진국의 국가부채비율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상태가 됐다. 재정 확대는 2021년을 포함해 향후 몇 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손상된 수요가 과거 추세로 돌아가려면 확대재정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장 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 수요가 더해졌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 선진국 정부들은 IT, 친환경, 의료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선도적으로 집행해 민간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수요를 감안할 때 최소 2025년, 혹은 그 이후까지도 선진국의 확대재정과 재정적자 추세가 계속될 걸로 보인다.

증시에서 정책 영향력 커져

재정정책의 힘이 강해짐에 따라 올해 중앙은행의 역할은 재정 지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해주는 형태로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에 올해 선진국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가 달라질 걸로 보인다. 그동안은 경기 회복과 함께 낮은 물가 유지에 정책적 초점이 맞춰졌지만 올해는 고용 확대에 힘이 실릴 걸로 보인다. 고용시장이 완전고용에 못 미칠 경우 통화완화 기조가 유지되지만, 노동시장이 과열돼도 긴축을 시행하지 않는 비대칭적인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대칭적인 정책에 주력할 수 있는 건 완전고용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거에 경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2년간 완전고용이 이루어졌지만 물가가 오르지 않았고 장기실업자는 반대로 줄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걸로 보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주식시장이 연준을 바라봤다면 2021년은 정부를 바라 볼 것이다. 가장 좋은 건 정부를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경제가 잘 되는 거지만 그게 아니면 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그린과 디지털에 투자 집중 가능성

산업정책과 관련해서는 ‘그린(Green) 뉴딜’과 ‘디지털 뉴딜’이 관심을 모을 것이다. 기후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은 매년 반복되는 주제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올해부터 파리기후협약이 발효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국들이 환경을 경기 회복과 연계하는 방안이 더해졌다. 우리나라의 한국형 그린 뉴딜, 유럽의 그린 딜, 미국 그린 뉴딜이 대표적이다. 유럽은 지난해 1월 가장 먼저 ‘그린 딜’을 발표했다. 친환경과 연계한 경제 회복에 향후 10년 간 최소 1조 유로를 투자해 2030년까지 전력생산에서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48%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7월 2025년까지 73조원을 투자해 그린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을 위해 노후 건축물 23만호의 에너지 제로화를 완성하고, 스마트 그린도시 25곳을 조성할 예정이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은 물론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보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도 ‘그린 뉴딜’에 향후 4년간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새로운 정부는 파리기후협약과 마찬가지로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30년까지 현재 2만7000개인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를 50만개로 늘리고 향후 5년간 태양광 패널 5억개, 풍력 발전 터빈 6만개를 설치하겠다는 공격적 정책도 내놓았다. 기업 역시 소비자들의 친환경 제품 선호,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투자 증가와 규제 강화로 인한 비용 증가 위험을 고려해 친환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뉴딜은 IT기술이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상황이고, 디지털을 대체할 만한 산업이 없기 때문에 나온 정책이다. 코로나19로 바이오가 주목을 받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디지털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수요가 증가해 올해 디지털 경제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주요국 정부는 첨단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관련 산업 육성 전략이 구체화될 것이다. 주식시장은 정부의 산업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물론 기업의 재원은 정책이 집중되는 쪽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산업인터넷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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