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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격차 '먹구름'…결정권자 잃은 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 M&A 활발…삼성전자 실기 우려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은 또 다시 총수 부재의 난관을 뚫고 나가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은 이미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만큼 잘 갖춰진 전문경영인 체제로 위기 극복의 준비 태세를 가동할 방침이다.

다만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결정을 하기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할 것인지는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반도체 경기가 빅사이클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상황이다.

미래 주력사업을 위한 초대형 인수합병(M&A) 전략의 경우는 시기를 놓칠 경우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거액의 투자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검토가 필요한데, 총수의 부재가 그 부분에서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 올가미 묶인 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됨에 따라 삼성의 비상경영이 불가피해졌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앞서 이 부회장은 같은 혐의로 약 1년간 수감된 바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잔여 형기 약 1년 6개월을 채워야 출소한다. 삼성에 그만큼 경영공백이 생긴다는 의미다.

판결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과 별개로 이 부회장 실형은 국내 반도체 산업 및 삼성전자 등에 비관적 전망을 안길 수밖에 없다. 소위 ‘반도체 빅뱅’ 시대가 도래한데다, 모처럼 올라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빅사이클 국면에서 총수의 부재는 경쟁력를 악화시킬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이 부회장의 일시 부재로 삼성전자가 눈에 띄게 퇴보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다만 ‘결정적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가 문제”라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처럼 기업도 언제,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가 미래 생존의 관건”이라며 “그 타이밍과 완급조절 및 과감한 결단 등이 요구될 때 총수의 부재는 뼈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은 격랑에 빠진 상태다. 유력 기업들이 앞다퉈가며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인수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AMD는 경쟁업체인 자일링스를 사들였고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 부문을 품에 안았다.

당초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응해 조만간 삼성전자도 M&A 시장에 참전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경쟁사들의 활발한 M&A가 시장의 구도를 대폭 재편한 까닭에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가 손을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닌 까닭에서다. SK하이닉스의 경우만 보더라도 인텔 낸드부문 인수로 이 부분 시장점유율을 기존 세계 5위에 세계 2위로 단숨에 끌어 올렸다.

비메모리 세계 1위 도약 걸림돌 우려

  • (사진=삼성전자)
정부까지 나서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점찍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이른바 ‘비메모리 2030비전’을 발표, 오는 2030년까지 133조 원 가량의 메가톤급 단계적 투자를 공언했다. 약 10년 뒤를 내다본 포석이지만 올해 역시 중요한 시기다. 비메모리 세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가 대규모 투자를 감행,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올해 비메모리 시장은 ‘쩐의 전쟁’으로 압축된다. TSMC는 올해에만 설비투자에 최대 31조 원(280억 달러)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투자 금액(172억 달러)에 비해 무려 63%나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영업이익(22조3200억 원)보다 약 10조 원 많은 금액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TSMC가 작정하고 삼성전자의 추격을 짓누르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가 지난해 비메모리 중심인 파운드리 부문에서 올린 매출은 15조5200억원(140억5400만 달러)로 TSMC(52조7700억 원)의 약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점유율 세계 2위라고는 하나 사실상 1위와의 격차를 좁히려면 가야 할 길이 아직 먼 셈이다.

무엇보다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삼성전자의 올해 각오는 남달랐다. 이 부회장이 올해 첫 경영행보로 나선 곳이 삼성전자 평택 2공장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이기도 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신화를 만들자”고 당부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비메모리 투자 계획은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단기적 목표에 대한 의사결정이야 전문경영인들이 하겠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누가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비대면 활성화 등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탓에 기존 시스템도 변화가 요구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산업부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띌 것이란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장을 잃은 삼성전자의 대응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휘될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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