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진화

기아 새 로고 현판이 적용된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사옥의 모습. (사진 기아)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기아자동차가 사명에서 ‘자동차’를 없애고 ‘기아’로 거듭났다. 물론 자동차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단 기아는 새로운 사명을 선보이며 기존 제조업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과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키 위한 구체적인 미래 전략도 발표했다. 기아의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은 ‘이동과 움직임’이 인류 진화의 기원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람들은 기존 위치에서 이동하고 움직임으로써 새로운 곳을 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영감을 얻는다는 게 기아 브랜드 지향점의 골자다.

기아, 전기차 모빌리티 시대 위한 체질 개선

기아는 기존 제조업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명을 바꾼 것은 그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선언적 의미를 분명하게 내포하고 있다. 기아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고객 삶의 가치까지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아는 고객에게 다양한 이동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 삶에 영감과 여유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기아는 75년 이상 모빌리티 분야를 주도해 왔다. 국내 최초로 자전거를 제작했고 3륜차와 다양한 트럭까지 생산해왔다. 현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기업 중 하나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고객에게 이동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15일 ‘뉴 기아 브랜드 쇼케이스’에서 “자유로운 이동과 움직임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자 고유한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고객과 다양한 사회 공동체에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기아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기아가 추구하는 변화의 핵심은 결국 ‘사업 확장성’과 ‘사회적 책무’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류는 더 유연하고 친환경적이며 통합된 형태의 모빌리티 경험을 원한다. 특히 데이터 산업과 신기술 발전은 인류에게 개인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에 대한 기대와 다양한 요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연말 고객 중심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전기차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전기차 모빌리티 시대를 맞이해 중요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고객 경험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빌리티 시장, ‘디지털 전환’ 가속화

포브스에 따르면 2025년 차량 구매 소비자 중에 45%는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최신 IT 기술과 모바일 기기 등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특성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시장에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자동차 업계 역시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할 전기차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차량 구조와 플랫폼 변화에 따른 개인별 맞춤 공간 확대 ▲커넥티비티 기술 발전에 따른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활용 증가 ▲자율 주행 기술 발전에 따른 개인 맞춤형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수요 확대 등을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차량의 실내 거주성에 대한 새로운 요구와 고객 경험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는 지난해 초 ‘플랜S’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플랜S는 ▲전기차 ▲모빌리티 솔루션 ▲모빌리티 서비스 ▲목적 기반 차량(PBV)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기아의 중장기 전략이다. 특히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을 위해 청정 에너지와 재활용 소재 활용 확대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기아는 전기차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2027년까지 7개의 새로운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롭게 선보일 제품들은 승용부터 SUV, MPV(다목적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모든 차급에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돼 장거리 주행과 고속 충전 기술이 적용된다.

기아, 현대차와 차별화된 전략 예고

이제 기아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차와의 차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묵은 의문에 명쾌한 답변을 할 때가 됐다. 일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역할분담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현대차는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로보틱스,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등 종합 미래 모빌리티 업체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기아는 전기차에 특화한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아가 출시할 전기차 이름을 ‘EV(Electric Vehicle)’로 정한 것에서도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플랜S라는 중장기 사업 전략을 더하면서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친환경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기아가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전략으로 보인다.

기아는 그 첫 단추를 올해 1분기 출시하는 최초 전용 전기차를 통해 제대로 끼우겠다는 전략이다. 기아 입장에서는 제품 전동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아 전용 전기차 역시 E-GMP 기술을 기반으로 1회 충선 시 500㎞ 이상 주행 거리와 20분 미만 고속 충전 시스템을 갖췄다. 크로스 오버 형태의 디자인이 적용됐고 특히 전용 전기차는 기아의 새로운 로고가 적용돼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기아는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6.6% 점유율을 확보하고 2026년까지 연간 50만 대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는 현대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워 급격한 시장 변화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가 상당한 순발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