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차전지 3사 앞세워 한국이 1위

세계 전기차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중심으로 국내 기업 생산ㆍ수출ㆍ내수 등이 모두 증가했다. (사진 LG화학)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는 2019년 16%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3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위, 삼성SDI가 4위, SK이노베이션이 5위를 각각 차지했다. 국가별 순위는 중국,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1위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생산ㆍ수출ㆍ내수 등 주요지표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차전지 생산규모는 23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의 19조4000억 원에 비해 20%가 늘어났다. 수출은 7조2000억 원으로 2.9%, 내수는 5조3000억 원으로 11.6%가 확대됐다.

정부 지원 등에 업은 중국 극복이 관건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트리플 성장’은 세계 전기차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연간 누적 배터리 사용량 1위를 달성한 이후 8월까지 정상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중국 CATL이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역전해 11월까지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등 순위가 뒤집혔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은 CATL,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일본),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5위 안에 한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3사가 모두 포진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추월한 CATL의 상승세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특히 CATL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2017∼2019년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저력을 보여준 기업이기도 하다.

선두로 올라선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 격차는 지난해 9월 0.3GWh에서 11월에 1.8GWh까지 벌어졌다. CATL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판매하는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 공급을 시작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원정책을 2년 더 연장하면서 수주를 계속 확대한 것도 뒷받침이 됐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는 만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량과 영업이익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중국 시장 규모가 월등하게 높아 경쟁 배터리 기업들이 테슬라 등과 계약을 맺는 상황에 따라 시장 점유율 변동 폭 역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며 “아무래도 CATL 같은 중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앞으로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도 국내 이차전지 기업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조사기업 EV볼륨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324만대를 기록해 전년의 227만대보다 43%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EV볼륨즈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 전기차가 59만대가 팔렸는데 이는 직전달인 지난해 11월의 49만대를 훌쩍 뛰어넘는 증가세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의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전기차 판매 대수가 4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달의 판매량 급증으로 올해 전기차의 판매증가율이 예상치를 웃돌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미 세계 주도권을 잡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급성장 중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힘입어 시너지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미국 파리기후협약 복귀…친환경 정책 기대감 높아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이차전지 생산기업의 기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미국, 중국 등 선진국의 친환경정책 영향으로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방산업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차전지 수요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정책의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2050 탄소중립’ 기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중국 역시 206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 같은 세계 주요국들의 친환경 정책이 확대되는 것을 계기로 이차전지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배터리 업계도 이에 대응해 경쟁적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신규 업체의 시장진입도 가속화되는 등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한국의 3개사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의 상위 6개 기업을 중심으로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의 이차전지 생산액은 30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23조3000억 원보다 32.0%가 증가하고 수출 또한 5.7% 증가한 7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현대 E-GMP) 및 신모델 출시 등으로 올해 이차전지 내수 규모도 6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9.8%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배터리 시장의 정부 지원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CATL만 해도 중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약 50% 점유율을 차지하는 가장 큰 원인이 중국 정부의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부분이다. 이에 따라 외국의 경쟁사들은 중국 시장에서 CATL에 비해 가격경쟁률이 뒤질 수밖에 없어 점유율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흔히 중국 배터리 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테슬라가 중국에 공장을 짓고 직접 현지에 진출하는 전략을 택한 것도 가격 경쟁력을 중국 내에서 갖추기 위해서다.

박진규 산자부 차관은 지난 18일 이차전지솔루션 기업 미섬시스텍을 방문해 “지난해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크게 성장했다”며 “국내 기업 시장점유율도 크게 확대돼 빅3(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에 이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위치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박 차관은 이어 “모빌리티를 비롯해 가전ㆍ로봇ㆍ드론 등 다양한 분야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이차전지 산업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는 이차전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술개발ㆍ실증, 안전성 기술, 표준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