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 발표
기관투자가 스튜어드십 코드 성과도 평가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업공시제도 개선 간담회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오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내역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 원칙)도 ESG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ESG 경영이 중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의 ESG 관련 의무가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다.

14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기업들의 ESG 관련 공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등 일정규모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환경(E)과 사회(S) 정보를 의무 공시해야하며 지배구조(G) 정보는 2026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 추진된다. 2030년부터는 ESG 관련 공시가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의무 적용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1월중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제공해 오는 2025년까지는 환경(E)?사회(S) 정보를 포함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자율공시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ESG 투자가 일반화된 미국, 유럽은 주요 상장사의 80~90% 이상이 최소요건으로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연1회 이상 발간하고 있다. 국내는 현재 약 130 여개의 기업이 발표하고 있다.

2016년 12월 제정된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행성과를 평가하고 ESG 관련 수탁자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을 뜻한다. 영국과 일본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해 기관투자자의 ESG 수탁자책임을 강화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통해 ESG 정보 공개가 확대되고 책임투자가 활성화돼 ESG 공시→책임투자→ESG 요소를 고려한 기업경영의 선순환이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더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연 20% 증가 목표)하고 내용도 충실해져 책임투자의 기초자료로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효과를 전했다.

ESG 공시 의무 강화·기업 공시 항목은 40% 경감

ESG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의 공시 부담은 덜어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는 분기보고서 별도서식을 마련해 공시항목을 약 40% 축소할 계획이다. 소규모기업의 공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시특례 대상을 확대하고 공시 생략항목도 늘린다. 투자자들이 공시정보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업의 사업보고서 체계와 공시항목도 알기 쉽게 개편된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ESG 공시 강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ESG 경영이 글로벌 경영 환경의 중요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ESG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또 다른 축은 ESG 관련 의무 공시의 확대다. ESG 전문 평가 기관들이 개별 기업에 대한 ESG 평가 등급을 산출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ESG 평가는 “일반 재무제표 항목에 대한 평가에 비해 비계량, 질적 평가 비중이 크고 회사 내부의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의무공시 내용의 확대 ▲공시 내용의 표준화 ▲공시 방법론에 대한 객관성o신뢰성 확보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큰손’ 국민연금, 책임투자 강조하며 ESG 평가체계 도입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ESG 경영 강화 요구도 이같은 ESG 경영 공시를 가속화하는 큰 요인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책임투자 강화를 위한 ‘국내주식 ESG 평가체계 개선 및 국내채권 ESG 평가체계 구축’을 위한 외부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이를 본격적으로 기금운용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국내 주식 직접운용과 위탁운용, 국내 채권의 직접·위탁운용에서 ESG 평가를 어떻게 확대할지에 대해 이뤄졌다. 앞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대해 책임투자를 강조하며 ESG 평가 체계를 도입했으며 이번 연구로 ESG 평가 대상이 국내 채권 등 모든 국내 투자자산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죄악주’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보유중인 술·담배·도박 산업 등과 관련한 투자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자산은 총 772조 원으로 이중 국내주식은 139조 2040억 원, 국내채권은 325조7490억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 이어 전체 자산의 절반을 책임투자에 적용한다는 기조 아래 올해는 ESG 평가 기준 강화를 들고 나왔다. ‘큰손’ 국민연금의 ESG 강화 움직임이 기업들의 ESG 경영 공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 국민연금은 책임투자형 위탁운용사로 4곳의 운용사를 추가 선정했다”며 “국민연금에 의한 ESG 투자 확대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