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규제치 초과 사태…폭스바겐만의 문제일까

폭스바겐이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치를 초과해 1억 유로가 넘는 벌금을 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폭스바겐이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기준치를 위반해 1억 유로(약 1345억 원)가 넘는 벌금을 물게 됐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해 EU 지역에서 판매한 신차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이 ㎞당 99.8g으로 EU 기준치보다 0.5g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스바겐 측도 이를 인정하며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였지만 근소한 차로 EU 기준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미 폭스바겐은 2015년 디젤 차량 배기가스를 조작한 ‘디젤 게이트’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300억 유로(약 40조 원) 이상 벌금을 낸 바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행보 가속화…국내 기업도 발등의 불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을 대폭 늘렸으나 EU가 정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치를 초과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독일의 마티아스 슈미트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해 11월까지 유럽 전기차 전체 판매량 106만여 대의 20%에 해당하는 22만1000여 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폭스바겐이 전기차를 새로 출시하면서 다양한 탄소배출권을 구입했지만 결국 EU의 기준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내연기관차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EU 국가들은 지난해부터 배기가스 배출 단속을 더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 외 르노그룹, PSA그룹, 도요타, 현대차그룹 등은 아직 이산화탄소 기준치 준수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벌금 부과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시장분석 업체 JATO 발표를 인용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현대차가 유럽에 수출한 자동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26.5g으로 배출기준을 ㎞당 31.5g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기존 유럽연비측정방식(NEDC)으로 측정된 것이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제표준 배출가스 측정방식(WLTP)을 적용할 경우 더 늘어나게 된다.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기업도 더 이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EU는 훨씬 강화된 환경규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 사실상 내연기관차 퇴출 수순 밟기를 하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로 더 이상 내연기관차의 미래는 없기 때문에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이 더 신속한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관용차, 전기차로 전면 교체 선언

미국의 급격한 상황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부 관용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물품을 조달할 때 미국산을 우선으로 하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정부기관의 자동차나 트럭 등을 미국에서 만들어진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미국산 부품이 적어도 절반은 들어가야 한다는 세부 내용까지 공개돼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차량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은 2019년 기준 44만5777대다. 미국 전기차 점유율 1위인 테슬라의 연간 생산량이 약 50만 대인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테슬라, GM, 닛산자동차 정도고 포드도 미국 내 생산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국내와 유럽 현지 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이 있지만 미국 현지 공장에는 갖추지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EU와 미국 등 전 세계 환경 규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바뀌는 측면이 있어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라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전기차 정책에도 대응하고 있지만 당장 미국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신설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 무공해차 보조금 체계 바꿔 대중화에 박차

그나마 국내 상황은 정부 보조금 지원 정책 등으로 국내 자동차 기업에 좀 더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올해부터 전기차 등 무공해차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중이어서 일단 고무적인 상황이다.

우선 정부는 새해부터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물량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2021년 보조금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무공해차 대중화 시대를 빠른 시일 내에 열기 위해 보급물량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무공해차의 보급 목표는 전기차 12만1000대(이륜차 2만대 포함), 수소차 1만5000대로 총 13만600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전기차는 전년 대비 21.4%, 수소차는 전년 대비 49.2%가 각각 증가한 규모다. 또 전기·수소차 이용자에게 편리한 충전환경을 제공키 위해 전기차 충전기 3만1500기(급속 1500기, 완속 3만기), 수소충전소 54기(일반 25기, 특수 21기, 증설 8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차 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확충한다. 정부는 무공해차 대중화를 위해 보급기반을 확충하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무공해차 전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특히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대중적인 보급형 모델 육성을 위해 가격 구간별로 보조금 지원기준을 차등화한다.

차량 가격이 6000만 원 이하인 전기차에 보조금을 100% 지원하되 6000만~9000만 원까지는 50%를 지급해 전기차 보급 효과를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다만 가격이 9000만 원을 넘는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지방비와 국비가 더해져 결정된다. 올해부터 각 지자체는 지방비 보조금을 국비에 비례해 차등 지급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개편한 내용에 따라 보조금을 차질 없이 집행해 무공해차 대중화와 수송부문의 탄소중립을 조기에 달성할 계획”이라며 “향후에도 시장상황 및 수요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고려해 보조금 제도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