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최악…온라인·홈쇼핑만 버팀목 역할

한 대형마트가 설 명절에 대비한 상품을 진열해 놓은 모습.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유통업계가 올해 1분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말연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영업시간 규제 등의 직격타를 맞은 대형마트는 역대 최저 경기전망치(대한상공회의소 RBSI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설 연휴 전후의 코로나19 상황이 상반기 유통업계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번 설 민생 안정을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먼저 1월 28일부터 2월 10일까지를 농·축·수산물 공급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청탁금지법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설 선물 가액을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새해에도 여전히 위축된 유통업, 왜?

유통업계는 지난해 추석 명절을 맞이하면서 예년보다 위축된 시장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꼈다. 이에 유통업계는 ‘집콕족’(집에 콕 박혀 있는 사람들),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추석 아이템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등 대안 마련에 분주했다. 그에 힘입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추석 특수를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 속에 시름하던 유통업계가 추석 특수를 발판으로 회복 조짐을 보였고 연말 특수를 기대하며 완전한 도약을 준비했다. 하지만 연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통업계 위축이 다시 심화되면서 그 분위기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설 연휴 전후의 상황이 중요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84로 집계됐다. 우려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RBSI 기준치는 100을 초과하면 ‘경기호전’을, 미달할 경우에는 ‘경기악화’를 의미한다. 올해 1분기 전망지수는 지난해 4분기(85)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업태별로는 지난해 4분기와 마찬가지로 온라인·홈쇼핑 업종만이 유일하게 기준치(100)를 넘겼다. 백화점(98)과 슈퍼마켓(65)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미세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대형마트(43)와 편의점(61)의 전망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지난 분기 대비 11포인트나 하락하며 역대 최저 전망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근거리·소량 구매 트렌드가 확산되는 사회적 현상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이커머스, 슈퍼마켓 등 유사업태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11월 영업시간 규제를 5년 추가하는 연장법안이 개정돼 이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부진한 대형마트는 당분간 집이 주거 공간을 넘어 새로운 경제 활동 공간으로 확대되는 ‘홈코노미’ 트렌드에 맞춰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판매를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좌불안석’

정부는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위축돼 있는 유통업계 지원을 위해 재난지원금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업계 불안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현재 각종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으로, 규제로 인한 업계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유통규제 철폐·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복합쇼핑몰과 이커머스 등을 기존 유통업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생존의 위기에 봉착할 뿐만 아니라 향후 국내 유통업 발전 동력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스타필트, 롯데몰 등의 복합쇼핑몰과 쿠팡, 위메프 등의 이커머스를 기존 유통업 규제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미 대형마트 등에 적용되고 있는 월 2회 휴무와 심야 영업 금지안이 복합쇼핑몰에도 적용된다. 전통시장 반경도 더욱 넓어져 도심 내 대형마트 출점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커머스의 경우 자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규제 대상에 추가돼 당일·새벽배송 서비스 등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 법안이 골목상권 등 중소상공인들을 살리기 위한 취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복합쇼핑몰 입점업체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데다 이 법안으로 인해 그나마 활성화돼 있는 기존 상권의 몰락 등이 우려되는 만큼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에 맞는 유통산업발전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 개정 취지 자체가 순수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대형마트를 엄격히 규제하면서 발생한 이권이 ‘식자재마트’로 향한다는 것이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식자재마트가 시장의 새로운 포식자로 등장하면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협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최 의원실의 주장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 확대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며 “골목상권 지키기가 아니라 자기편을 챙기고 지지 세력을 규합하려는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 플랫폼이라고 오프라인유통 규제를 무작정 견딜 수 있는 건 아니다. 업황 호전을 전망한 온라인·홈쇼핑의 경우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의 처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온라인 업계의 버팀목이 됐던 것은 비대면에 특화된 당일·새벽배송 서비스 등이다. 하지만 이 법안에 따르면 심야 영업 금지 등에 온라인 플랫폼이 추가되기 때문에 배송 서비스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범국가적인 소비진작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유통업계 경쟁구도 변화를 반영해 현행 오프라인유통 규제도 재검토돼야 한다”며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유통규제 강화에 대한 움직임이 있는데 유통규제 실효성, 소비자 후생, 유통산업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