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와이번스 매각은 서막에 불과…친환경 미래 신기술에 사운을 건다 쉼없는 ‘ESG 행보’…“이제 겨우 시작점일 뿐”

지난해 9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SOVAC)에서 참석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발맞춰 SK그룹도 ESG 경영의 속도에 박차를 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ESG 경영이 글로벌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SK이 선도기업의 위상을 누리며 수년간 ESG 경영을 주도해왔다. 특히 SK그룹은 최 회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과감한 ESG 경영의 실천력을 보여줘 세간의 화제를 집중시켰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스포츠계는 물론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한 빅뉴스가 전해졌다. 프로야구에서 명문구단으로 자리를 잡은 SK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 이마트로 매각된 뉴스였다. SK와이번스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이날 신세계그룹이 인천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2000년 창단한 SK와이번스는 2019년 영업적자 6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 상태이긴 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네 차례 우승하는 등 기업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대기업이 적자를 이유로 선뜻 매각을 단행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야구단 매각과 관련해 SK텔레콤은 “앞으로 아마추어 스포츠 저변 확대와 한국 스포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 육성과 지원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이는 프로 스포츠로 상업적 마케팅 효과를 추구하는 대신 아마추어 스포츠 등 비인기 종목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SK그룹의 ESG 경영과 궤를 같이 하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야구단 매각과 관련해 최태원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측은 “야구단 매각은 그룹 내 ESG 경영의 연장선상에 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프로야구단 매각사에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적자누적으로 자금이 필요해 프로야구단을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인기 스포츠 대신 비인기 스포츠에 지원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도 낯설다. 그만큼 SK그룹의 ESG 경영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공표한 셈이다.

최 회장의 거침없는 ESG 행보는 이틀 뒤 또 이어졌다. 최근 공급난을 겪고 있는 차량용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한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SK그룹의 투자전문 지주회사인 SK㈜는 지난달 28일 국내 유일의 실리콘카바이드(SiCㆍ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생산 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에 268억원을 투자해 지분 33.6%를 인수했다고 28일 밝혔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이 필요한 전기차, 수소차, 5세대(5G) 통신망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말한다.

최 회장은 이어 최정우 포스코그릅 회장과 1년여 만에 만난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봉사활동에 나섰다. SK그룹과 포스코는 친환경차와 수소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공통점이 있어 두 회장의 만남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은 이처럼 대중적 파급 효과가 큰 야구단 매각은 물론 미래 친환경 및 신사업에 대한 집중 투자,글로벌 수소 펀드 조성, 민간 사회적 가치 플랫폼 사업 등 실질적인 사업 방향을 ESG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SK㈜의 조직개편이 눈길을 끌었다. SK㈜는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4대 사업으로 첨단소재ㆍ그린ㆍ바이오ㆍ디지털을 꼽고 이 4개축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한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반도체와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첨단소재투자센터는 전문 인력 영입과 함께 고부가가치의 첨단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키로 했다. 그린투자센터는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바이오투자센터는 신약 개발에 중점을 둔다. 디지털투자센터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SK㈜는 중국 대표 완성차 업체 지리자동차와 함께 수소 펀드를 조성한다. 업계에 따르면 정확한 투자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수천억원 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이번 펀드 조성을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수소, 친환경차 등의 분야에서 지리자동차와 협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초에도 SK㈜는 글로벌 수소 사업 선도 기업인 미국 플러그파워사에 SK E&S와 함께 약 1조 6000억원을 공동 투자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차량용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생산 기술과 이산화탄소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전해조 기술 등을 보유했으며 수소 충전소도 운영 중이다.

SK그룹이 개최하는 국내 최대 민간 사회적 가치 플랫폼인 소셜밸류커넥트(Social Value Connect, 이하 SOVAC)도 지난달 27일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2019년 출범한 SOVAC은 최 회장의 제안으로 설립됐다.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모여 논의하는 장이다. 올해 SOVAC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매월 1회 유튜브 등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열린다. 올해 행사는 오는 12월까지 매월 코로나19가 초래한 사회변화를 점검하고 ▲깨끗한 지구 ▲함께하는 성장 ▲협력을 통한 확산 등을 주제로 다양한 위기극복 방법 등을 모색할 전망이다.

한편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올해를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실행 원년(元年)으로 삼아 시장의 신뢰를 더욱 키워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룹 차원의 ESG 경영을 본격화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올해 첫 협의회에서 SK가 파이낸셜 스토리의 중요한 축으로 추진중인 ESG 경영에 대해서도 “신용평가사 등이 제시하는 지표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은 목표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겨우 시작점에 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 관계사가 사회적 안전망 구축 노력에도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을 당부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