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유튜브 활동은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도

장녀 연지 씨가 운영하는 ‘햄연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햄연지 유튜브
그룹 총수가 유튜브에서 먹방을 선보인다? 유튜브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과거엔 상상도 못할 일이 유튜브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8일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딸 연지씨의 유튜브에 처음으로 출연했다. 이날 함 회장은 "기가막히다",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딸이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그룹 총수의 평범한 식사 모습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영상 조회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기준,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332만회에 달하고 있다.

유튜버 함연지씨는 함 회장의 장녀로 본업은 뮤지컬 배우다. 2014년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데뷔해 ‘아마데우스’,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다수의 뮤지컬 작품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차미’에서 주연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함 씨의 이름 석자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유튜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함 씨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 YONJIHAM’의 개설일은 2019년 6월. 이때부터 함 씨는 옷 정리, 집안 청소, 쇼핑 아이템 소개, 냉장고 정리, 요리, 먹방, 메이크업, 여행 등 소소한 주제로 영상을 제작했다. 재벌3세라는 선입견 없이 털털한 모습에 친근감을 느낀 사람들은 함 씨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현재 ‘햄연지 YONJIHAM’의 구독자수는 40만명을 웃돌고 있다.

함 씨의 유튜브 구독자가 급증한 데는 아버지 함 회장의 출연이 한몫을 했다. 함 씨의 영상은 평균적으로 50만회 내외를 유지하는 편이다. 반면 함 회장이 출연했을 때는 영상 조회수가 100만회를 훌쩍 넘긴다. 함 회장은 첫 방송 이후에도 간간히 유튜브를 통해 얼굴을 보이고 있다. 그룹 총수의 일거수일투족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화제성 콘텐츠이긴 하다. 함 회장은 유튜브에서 딸과의 여행, 사위와의 대화 등 소탈한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던 콘텐츠는 지난해 5월 8일 먹방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이 인기를 끈 이유는 먹방 장면이 아니라 대화에 있었다. 함 회장은 식사 후 연지 씨와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함 회장은 딸에 대한 애정이 담긴 표현으로 따뜻한 부녀의 모습을 보여줬다. 함 회장은 딸이 결혼했을 때 심정을 묻는 질문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답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다음에 나온 말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함 회장은 “순간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서 딸을 돌봤기 때문에 후회가 없었다”며 “퇴근하고 연지를 업어 재우고 목욕시키고 밥 먹이고… 아빠로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다 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딸을 위한 시집 선물도 공개했다. 함 회장은 선물로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시집을 고른 이유에 대해 “연지를 생각하면서 책을 골랐다”며 ‘너를 두고’라는 시를 읊기도 했다.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라는 구절에서 함 회장의 딸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듯 했다.

부녀의 훈훈한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영상에 댓글을 남겼다. ‘재벌가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빠가 CEO라서 부러운 것보다 품위있고 자상하신 아빠를 두신 게 정말 너무 부럽다’, ‘돈이 많아서 부러운 게 아니라 화목하고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받으며 자란 게 부럽다’는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부녀는 오뚜기 신제품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함 씨가 신제품에 대한 힌트를 달라고 하자 함 회장은 “굉장히 기분 좋게 생각하는 신제품이 나오는데 제주도에 가서 돼지고기를 먹을 때 같이 먹는 제품“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신제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함 씨의 유튜브 인기는 오뚜기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을까. 이에 대해 오뚜기 측은 “집계한 적이 없다”며 “유튜브는 함 씨의 개인적인 활동으로 오뚜기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튜버로 변신해 이마트 홍보에 나서는 등 색다른 방식으로 소통 창구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 유튜브 캡처/
한편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또 다른 그룹 총수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코리아 유튜브 채널 '스벅TV'에 등장했다. 영상에서 정 부회장은 가장 즐겨 마시는 메뉴 3가지를 꼽았다. '자몽허니블랙티'와 '제주유기농 말차로 만든 라떼', '나이트로 콜드브루'다. 이중 나이트로 콜드브루 판매량은 2주 만에 약 3배 급증했다. 지난 29일 기준 해당 영상은 조회수 36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 조회수는 함 회장에 비해 저조하지만 영상이 매출로 연결된 좋은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그룹 총수나 CEO의 유튜브 활동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인플루언서 대신 CEO가 직접 나서서 기업을 홍보하고 있다”며 “기업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는 미래 핵심 소비층이 될 ‘MZ세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시도”라고도 덧붙였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