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ㆍ저출산의 예산 부담을 고려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 세계경제포럼(WEF) 한국정상 특별연설에 참석해 이익공유제 등 경제일반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에서 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옴으로써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K자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정책이기는 했지만 당연하게도 잘나가는 수출대기업, 플랫폼기업, 금융권을 중심으로 아우성이 대단하다. 아직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4월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의심을 살 소지가 없지 않다.

원래 이익공유제는 근로자 급여에 기업의 이익을 연동함으로써 생산성향상을 도모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2011년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이었던 정운찬 국무총리가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용어를 들고 나옴으로써 의미가 다소 달라졌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초과이윤이 발생하면 이를 양자가 적절하게 분배하는 형태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대부분의 이익이 대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적지 않은 반발에 부딪혔다. 일단 초과이윤이란 정상이윤을 넘어서는 이윤을 말하는데 이를 어떻게 측정하느냐는 원론부터 시작돼 반시장적인 제도라는 비판까지 이어지다가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

비슷한 사례가 해외에 있기는 하다. 1970년대 영국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 개발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부품사들과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한 바 있다. 매출을 투자액에 따라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이는 기업 경영전략에 따라 자발적으로 도입됐다. 초과이익공유제와 같이 재분배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도입된 것은 아니다.

지금 여당에서 거론되는 이익공유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이득을 얻은 플랫폼 기업 등이 타격을 받은 업종의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목적을 가진다. 코로나19라는 공통요소에 의해 이익을 얻은 주체가 손실을 입은 주체에게 이익 일부를 나누어준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협력이익공유제나 초과이익공유제와는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 손실이 불가피한 농어민에게 일정부분을 보상해준다는 개념으로 설계됐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매년 1000억 원을 기금에 출연해 농어촌 교육·장학사업, 의료서비스 등 복지사업, 농수산물 생산 및 유통 공동협력사업 등에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때도 정부는 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출연금은 지정기부금으로 인정돼 손금산입되고 출연금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등 적지 않은 혜택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기금이 도입된 2017년부터 현재까지 1164억 원이 출연돼 목표금액의 29%에 그치고 그나마 73%가 공기업이 출연함으로써 민간기업 참여는 매우 부진했다. 그에 따라 이 사업은 정부에 의해 강제 출연된 보여주기식 실패사례로 결론이 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발 이익공유제가 어떤 이름으로 어떻게 설계될지는 두고 볼 일이나 강제적인 방식 대신 인센티브를 통한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다고 하니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인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과연 생색내기 이상으로 얼마나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의문스럽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정도로 그치거나 ‘착한 임대인 정책’처럼 실효성이 낮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회적 연대를 도모하고 양극화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이런 유형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된다. 특히 자영업자 손실은 정부의 인위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따라 발생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상당한 정도의 보상이 필요하다. 정부의 강제적인 조치에 따른 영업권 제한이므로 위헌적 요소도 존재한다.

피해를 입은 계층이 광범위하고 피해액이 엄청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재난지원금이나 이익공유제 수준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것이다. 급한대로 예산의 불용액과 지출구조조정을 통해서 마련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로부터 만들어낼 수 있는 예산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은 손쉽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다. 재정준칙을 유지하지 않으면 금세 국가부채비율이 늘어나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참고할만한 재정준칙이라면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높은 대외개방도와 급속한 고령화, 낮은 복지수준을 감안해 40%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미 이 수치를 단박에 넘어선 데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거치면서 크게 늘어날 기세다. 정부 계획에 따르더라도 2024년 국가채무비율이 58.6%이지만 현재 추세에 따르면 이 목표치도 전혀 장담할 수 없다. 기축통화국과 달리 우리는 항상 외국인자금의 유출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다음 세대에 높은 부담을 떠넘기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방식인 증세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GDP 중 조세부담률은 2018년 기준 1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9%보다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증세여력이 있다고 보여 진다. 문제는 누구에게서 어떻게 걷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증세는 자본유출과 조세저항 등 사회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어젠다이므로 신중하고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지 이익공유제라는 이름의 편법으로 가볍게 넘어갈 시점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해외 동향을 주시하면서 합리적인 증세방안에 대해서 고민해볼 때다.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정인호 객원기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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