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물류시범도시 개념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물류 부동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급성장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일명 ‘언택트’ 비대면 소비가 가세하면서 그 수요는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미국 소매업에서 이커머스 비중은 2019년 11.4%에서 작년 2분기 16.1%로 상승했고, 한국도 2019년 21.4%에서 작년 11월 29.2%까지 수직상승(통계청) 했다. 지금 스마트 시스템과 물류시간 단축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공급체인 전략은 강화된 위험관리와 공급체인 능력으로 충분한 재고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수요와 동시에 바로 공급하는 저스트인케이스(just-in-case)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 덕분이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수요가 발생하면 그때부터 추가 생산을 하는 무재고(無在庫) 적시 공급 방식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코로나 시대에 추가 수요에 제때 대응을 못하는 단점이 실증되면서, 데이터에 근거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두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산과 물류시설을 투자하는 선호 지역으로 선진국 대도시가 인기다. 글로벌 기업들은 5~6년 전부터 큰 소비시장 가까운 곳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사 A.T.커니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투자지역을 결정하는 1순위 요인은 세율·세금 거버넌스와 기술혁신이다. 그다음은 치안, 투명성, 반부패, 투자자 보호, 부동산 권리 보장 등 순서다.

과거에는 노동비가 싼 지역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기술혁신이 인건비를 극복한다. 여기에 양질의 소비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강조되면서, 선진국 대도시 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의 서울과 수도권이 인기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이머징시장에서 선진국 국내로 회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과도 상통한다. 특히 미국으로 리쇼어링 하는 기업들은 싼 인건비를 확보하려고, 멕시코 국경 근처에 자리잡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를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라고도 한다.

20억명의 중산층 소비자가 있는 아시아는 세계에서 생산과 물류 비중이 가장 크다. 동시에 거버넌스, 기술혁신, 노동비용 등에서 북미와 유럽과는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 미국 리테일협회 RCA에 의하면, 작년 1~9월 중 아시아 물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에 아시아 물류 관련 신규펀드 규모도 70억 달러로 모든 장르의 부동산 펀드를 합친 금액의 절반을 넘고 있다. 부동산회사 JLL에 따르면 중국시장은 거대하고 빠른 팽창을 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 내 현대식 물류시설은 5%에 그쳐 잠재적 시장은 세계 최대다.

온라인 식품 주문이 크게 늘면서 콜드체인 시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 예측기관 포레스터(Forrester)에 따르면 콜드시설 수요가 아시아에서 연간 30%씩 성장하고, 콜드 식품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2020년 5.1%에서 2024년까지 10.6%로 늘어난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 백신 등 의약품 콜드체인 물량까지 가세한다.

부동산회사 CBRE는 현대식 콜드체인 자산을 미국 1인당 기준을 적용할 경우 아시아는 약 4억1100만㎥의 신규 시설이 필요, 기존 물량 만큼 더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급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창고를 냉동·냉장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콜드체인 시설은 데이터 센터처럼 운영이 복잡해 투자자들은 전문 운영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고객 접점을 중시하는 라스트마일 물류를 위해 도시 내 물류시설 확보도 많이 진행 중이다. 대안으로 온라인에 밀려 비어가는 도시 내 점포를 활용하기도 한다. 쇼핑센터를 많이 보유한 미국 사이먼 프로퍼티는 빈 쇼핑센터를 아마존 물류센터로 전환 중이다.

물류센터가 대형화, 복합화하는 풀필먼트센터 현상도 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물류시설 중 30%는 면적이 6만5000㎡가 넘는 대형 시설이다. 단순한 저장시설 외에 가공·소분, 물류와 푸드 R&D, 관련 테스트 생산공장, 스마트팜, 스타트업, 물류 자동화, 자율주행 물류 차량, 드론 물류, 온라인 상거래 같은 신기술이 어우러지는 기빙랩 타운으로 변신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지역에서 4차 산업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산업 플랫폼이 되고 있다. 여기에 근무하는 물류 직원이 1000명이 넘어가는 곳은 오피스, 은행, 식당, 병원, 쇼핑, 근생 등도 함께 하는 작은 타운이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 물류센터 확충, 물류혁신 R&D, 디지털 물류 시범도시 조성 등 스마트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5년까지 3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일자리 5만5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생활물류 일환으로 택배, 소화물배송(배달대행, 퀵서비스), 온라인 농·수산물 거래 등 사업도 추진 중이다.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은 2000년 2.4회에서, 2019년 54회, 2020년 63회 이상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생활물류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구리·화성·의정부에 e-커머스를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물류단지도 조성 중이다. 서울 도심 내 배송을 하는 중·소 택배업체를 위해 공유형 물류센터를 도시철도 차량기지, 고속도로 유휴부지, 고가도로 하부, 공영주차장 등의 자투리 공간도 활용한다.

정부는 전국의 농·축·수산물의 산지와 물류 허브, 소비지역 물류센터를 연계하는 콜드체인망과 온라인 거래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3기 신도시, 스마트 시티 등은 로봇·드론 배송, 지하 물류망 등 K-물류 시범도시로 조성한다. 기존 도시는 물류서비스를 개선하는 스마트 물류 실증단지로 조성해 나간다. 통합물류 서비스 일환으로 교통상황·운송비용·시간 등 실시간 데이터로 최적 물류 솔루션을 제시하는 플랫폼도 구축 중이다. 그린 물류의 일환으로 수소·전기 화물차와 관련 인프라를 늘리고, 친환경 포장 기술의 개발과 보급도 확대하고 있다.

지금 물류시설과 판매시설의 경계선이 애매모호해지고 있다. 건물형 소매업체도 온라인을 융합한 옴니채널 사업을 하고 있다. 물류 부동산은 e-커머스 확대와 더불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 등을 장착한 로지스틱스 4.0 시대로 전환하면서 지역에서의 4차산업 역할도 커지고 있다.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프로필

▲한양대 도시대학원·부동산 융합대학원 겸임교수 ▲ULI Korea 명예회장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도시재생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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