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분주하게 통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높은 주가로 이익 증가 기대가 힘을 쓰지 못해

미국 주식시장이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1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것을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주가가 상승하려면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장기채권매입 확대를 통해 금리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언급을 하거나,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유동성 공급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는 것이다. 연준 정책보다 더 큰 문제는 높은 주가다. 작년 11월부터 대선이란 재료를 이용해 주가가 급등했다. 과거 어떤 선거보다 주식시장이 강하게 반응한 것인데 선거 결과나 이후 벌어진 혼선을 감안할 때 과연 선거가 주가를 끌어올릴 재료였는지 의심스럽다. 유동성이 선거라는 재료를 이용한 결과인데 재료가 과잉 반응을 일으킨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이후 경제지표가 약해지고 있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작년 4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4.0%로 시장 기대치 4.3%에 못 미쳤다. 성장률은 차이가 크지 않아 문제되지 않았지만 고용은 얘기가 다르다. 새롭게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람이 주당 80만명을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후 실업수당 청구가 급증했을 때 숫자가 단기에 급증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50만 건 이하로 낮아질 것을 기대했다. 현실은 기대와 달리 70만 건까지 줄어든 후 다시 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작년 12월에 미국에서 1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고용 부진이 소비 둔화를 초래한 것인데 이 기간에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이 0.4% 줄었다. 국내 시장도 좋지 않았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은 후 20여 일만에 다시 3000 밑으로 내려왔다. 지금 우리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주가다. 지난해 10월말 2267이었던 주가가 2개월 만에 1000포인트나 상승했는데 급하게 오른 만큼 상황이 바뀌면 빠르게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이 상황이 되면 실적이 힘을 쓰지 못한다. 작년에 133조원이었던 상장기업 영업이익이 올해는 188조원, 내년에는 222조원이 될 걸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 중반에 사상 최고실적에 도달할 거란 얘기인데 전망이 이루어져도 주가가 힘을 되찾을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주가가 높은 상태에서 이익 증가는 하락을 방지할 뿐 오르는 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주의 주도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어

3000선 붕괴를 계기로 주가가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간다면 대형주가 문제가 될 것이다.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기업 내용이 크게 좋아진다면 예외겠지만 지금 대형주는 그럴 형편이 아니다.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업종 대표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다. 삼성전자 상승률이 다른 종목의 절반에 그쳤던 걸 보면 기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그랬던 업종 대표주가 돈이 몰리면서 갑자기 뛰어난 성장성을 가지고 있는 주식으로 탈바꿈됐다. 기업 내용이 바뀌어서라기보다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이 달라진 결과다. 많은 투자자들이 올해 시작되는 반도체 상승 사이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 혜택이 여러 대형주에 골고루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대가 현실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만약 상승 사이클이 있다면 반도체 주식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올랐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 주가가 코스피와 비슷한 상승에 그치고 있는데, 상승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은 주가의 예측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른 종목도 상승을 이끌었던 재료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현대차가 대표적인 경우다. 애플카 개발 제휴 기대로 주가가 급등했는데 재료의 유용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해당 재료가 현실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주가는 오르기 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에도 불구하고 대형주가 하락했다. 수급이 아무리 좋아도 주가가 높으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체감한 것인데 앞으로 대형주 행보에 이정표가 될 것 같다. 대형주의 하락이 멈추더라도 반등 초기에만 잠깐 상승할 뿐 다시 시장을 주도하긴 힘들다. 지금은 대형주에 몰입할 때가 아니다.

대형주가 쇠퇴하고 중소형주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장은 성장주에서 업종 대표주로 영역을 넓혀 왔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주식이 필요하다. 시장을 이끌던 성장주와 업종 대표주 모두가 높은 주가로 인해 견인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 동안 시장은 하나의 주도주보다는 상승 종목을 계속 바뀌고, 재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형태로 난관에 대응해 왔는데 이는 임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하락을 계기로 대형주 위주의 시장에서 중소형주로 주도권이 넘어올 수 있다. 전혀 다른 형태의 시장이 펼쳐지는 것으로 중소형주가 새로운 개념의 주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변화다. 유동성장세 때에는 주식수를 늘리는 게 이익을 많이 내는 방법이었다. 그만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주식이 필요했는데 업종 대표주가 그에 해당했다. 대형주는 투자자들이 기업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추가 학습이 필요 없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지금까지는 개인투자자가 편하게 투자할 수 있었지만 중소형주는 사정이 다르다. 투자 전에 많은 학습이 필요할 뿐 아니라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수량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여러 면에서 이전과 다른 매매패턴이 필요해진 것이다. 시장이 바뀌면 투자자들은 그에 맞춰 갈 수밖에 없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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