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탈감에 대한 분노가 공매도 반대로 이어져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매도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최근 주식시장의 공매도 연장에 대한 논란이 치열하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그 가격이 떨어진 후 사들여 갚는 방식의 투자를 말한다. 개념적으로 볼 때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금융위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경제적 충격으로 주가의 대세하락이 예상될 때 임시적으로 금지하기는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3월 공매도를 일시 금지하고 두 차례 연장한 바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다시 재개를 검토하자 반대 여론이 대단하다. 선거를 앞둔 여권에서 1000만 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단 오는 5월 2일까지 한달 보름간 재연장이 됐다.

공매도의 순기능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공매도는 주가 버블을 방지한다. 주식의 본질적 가치라는 것이 있다고 하면 그것에서 과도하게 괴리된 주가를 끌어내림으로써 충격을 사전에 완화시킬 수 있다. 또한 주식을 공급하는 쪽에 유동성을 높여줌으로써 시장에 변동성을 강화시킨다. 일종의 헤징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을 유입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와 반대로 공매도의 역기능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우선 주식을 빌리는 과정에서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주식을 빌려서 일단 팔 때까지는 좋았는데, 다시 제때 그만한 양을 사지 못하게 되는 경우다. 이와 함께 아예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이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부정적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의 특성상,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더욱이 작전세력이 일종의 루머를 퍼뜨리며 공매도를 활용하거나 내부인이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공매도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매도가 원성의 대상이 되는 것은 개인에 비해 지나치게 외국인과 기관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경우 공매도 전략을 쓰고 싶어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정보가 풍부한데다 기관 간 대차시장을 통해서 주식을 쉽게 빌릴 수 있기도 하다. 이들은 대차기간, 대차종목, 대차확인절차에서도 거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2017~2019년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의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은 각각 74%와 24%를 차지했다. 어떻게 설명하든 개인이 사실상 배제된 것이 현행 공매도 제도의 상황이다.

또한 대차거래시스템이 허술해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빈발한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8월까지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된 업체가 71개사였다. 그러나 이 중 45개사는 주의 처분, 26개사는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최대액수도 6000만 원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에 따라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깝게는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건과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태가 기억에 새롭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매도 제도는 1996년에 도입됐으나, 외국인과 기관에게 유리한 ‘시장조성자 제도’나 ‘공매도 의무 상환기한 무제한’ 등의 조항이 자본시장법에 포함된 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때였다. 외국인과 기관에게는 상환 만기일이 무제한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은 30일 내로 상환해야 하는 불공정한 조항도 문제로 남아 있다.

공매도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게임유통회사인 게임스탑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매도 공세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집단적으로 매수공세에 나섬으로써 헤지펀드사에게 거액의 손실을 끼친 바 있다. 미국에서는 기관에게도 상환 만기일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들이 기관을 압박하는 것이 가능하다. 개인들의 공세로 게임스탑의 주가는 17배가량 올랐고 이에 따라 헤지펀드인 멜빈 캐피털의 운용자산은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이에 대한 미국 언론의 논평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게임스탑 현상이 금융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분노라고 지적하면서 그 동안의 거품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형은행에 대한 구제와 양적완화로 인한 자산가격 급등으로 양극화가 심화된 데 이어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그 격차가 더욱 커진 것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양적완화로 인해 뉴욕증시 주가는 지난해 봄 저점 대비 60% 이상 폭등했는데, 대부분의 혜택을 슈퍼리치들이 가져갔을 것이다. 미국 억만장자 651명의 순자산은 같은 기간 1조 달러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동안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미국에서만 1000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자산폭등에서 손해를 보았다고 믿는 다수 대중들이 투기 판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주가급등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상승장이었으나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업종도 적지 않았으므로 공매도의 표적이 되는 기업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 또한 공매도는 정보와 자금에서 유리한 기관의 전유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게임스탑의 공매도 세력과 개인 매수 세력 간 대결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들이 게임스탑 주식 매수를 거부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사자 시스템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양극화 상황은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인해 특히 무주택자와 청년층들 박탈감이 거세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커다란 타격을 입은 데 반해 수출대기업과 플랫폼기업, 금융기업은 거대한 이익을 얻음으로써 사회적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다.

금융위는 불법공매도에 대한 사후처벌 강화, 대형주 위주로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 방식 도입, 개인도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통합거래시스템 구축 등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공매도에 대한 논란을 자본시장 효율성이라는 작은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매도의 빠른 재개보다는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공매도 제도가 보완될 수 있도록 충분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정인호 객원기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