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광고 대신 코로나 백신 후원한 버드와이저
ESG 경영, 단기적 시각 버리고 목표지향적인 경영 마인드 필요

버드와이저의 코로나19 백신 지원 캠페인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에서 슈퍼볼 게임은 신성한 연중행사와 같다. 게임 당일 사람들은 경기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미국식 치맥인 핫윙을 먹고 자신의 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다가 주체할 수 없는 열기를 차가운 맥주로 식히곤 한다. 그러니 종교, 인종, 정치색이 다른 미국이란 대륙을 하나로 묶는 이 잔치에 많은 기업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광고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그 파급력을 일년 매출 농사의 밑거름으로 사용한다. 특히 연중무휴 대중과 함께하는 주류회사나 자동차와 같은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대표 브랜드 스토리를 최고의 광고에서 풀어낸다.

그 중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광고는 2014년 슈퍼볼에서 선보여 1억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버드와이저의 ‘퍼피 러브’(Puppy Love) 편이다. 버드와이저는 슈퍼볼 게임에 37년이나 개근한 광고주이다. 하지만 슈퍼볼을 상징하던 버드와이저가 지난 1월말 ‘2021년 슈퍼볼’ TV 광고를 접고 대신 그 비용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업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언론은 이 상황을 마치 한 나라가 올림픽 참가를 기권한 것만큼의 충격으로 여기고 이슈화시켰다.

슈퍼볼 광고 포기한 버드와이저, ESG 경영 큰 그림 ‘신호탄’

코로나19 백신 배급에 재정적인 후원을 하기로 한 버드와이저의 결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위한 일환에서 나온 간단한 솔루션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예산의 일부를 사회 환원 사업에 쓰는 것을 투자비용으로 삼는 역사가 오래전부터 이어온 전통이다. 기업으로서는 세금면제나 이미지 구축이라는 실질적인 이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버드와이저의 선택은 단기적 결정이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라는 큰 그림의 신호탄이라고도 볼 수 있다. ESG 기반 투자관련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특수를 포기한 버드와이저의 결정을 한 목소리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레스토랑이나 바 같은 유흥업소 출입이 제한돼 꼼짝없이 집에서 슈퍼볼 경기를 보며 광고에 노출되는 몇 백만 명의 소비자로부터 나오는 매출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시원 국제 마케팅 컨설턴트
기업의 ESG 경영방식을 정부가 법적으로 요구하고, 또한 기업의 매출이 늘어야 직접적 이익을 얻는 투자자들이 버드와이저의 결정을 지지하는 이 상황이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경영방식이 장려되고 투자기업들의 기본 기업 가치 분석에 ESG가 접목되는 것일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의 여러 ESG 관련 기사를 보면 ESG가 공신력있는 투자와 경영 방식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유엔(UN)이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기업의 책임있는 투자와 경영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UN이 정한 6대원칙을 따르며 일종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겠다고 동의한 이들은 총 6조5000억 달러의 운용자산을 관리하는 63개 투자회사들이었다. 그 후 2018년에는 놀랍게도 참여사의 수가 전 세계 운용자산의 반이 넘는 1715개로 늘어났다. 이들 투자회사들이 주무르는 운용자산 규모는 총 81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공룡 헤지펀드사 블랙록의 ESG 기준 강화 발표 후 더욱 주목

미국의 경우 자산관리 규모가 6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공룡 헤지펀드사인 블랙록의 CEO가 2015년 자사의 투자분석 전체기준에 ESG를 통합시킨다는 발표를 한 뒤 ESG의 중요성이 더욱 화두가 됐다. ESG가 요구하는 투자 분석 요소는 탄소 발자국(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체 과정을 통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 노동법, 이사회 구성, 사이버 보안, 기후변화 위험 등의 광범위한 요소가 포함됐다. 따라서 기존의 기본 투자 분석에 더해져 더더욱 투자 위험도를 장기적 시각에서 세심하게 운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는 사회적 기여나 친환경적인 경영 방식이 타 방식의 기업에 비해 이익률 감소로 이어진다는 염려를 잠재울 수 있는 주장이기도 하다. 소수의 고객이 아닌 한 국가의 국민 연금 같은 다수 주주들의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관리하며 장기적 이윤을 생산해야 하는 글로벌 규모의 자산운용사들은 자산운용이 실패할 경우 한 국가, 나아가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버금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현재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ESG 경영은 시대에 걸맞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ESG를 기업경영과 성장 전략의 한 축이나 단기 계획으로만 가져가는 것은 비효과적이고 위험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ESG 경영의 기반이 되는 목적지향적인 경영을 중시하는 문화가 탄탄히 성립되어 있는 기업만이 장기적 호흡으로 이사회부터 임원, 그 밑의 직원이 함께 뭉쳐 기업 생명을 넘보는 위험 감소와 시장의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 시각 버리고 목표지향적인 경영 추구해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여러 글로벌 제약회사의 ESG기반 트레이닝 컨설팅을 제공하는 레거시 트랜스포메이션 컨설팅(Legacy Transformation Consulting)사의 피터 강 아시아 디렉터는 이케아의 기업 문화 혁신 경영 성공사례에 대해 눈여겨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케아의 ESG 전략은 이 기업이 환경보호라는 목표지향적인 경영으로 얼마나 광범위하고 과감한 혁신을 가했는지 보여준다”면서 “이케아는 이제 예쁘고 저렴하지만 단기간에 쉽게 망가지는 제품이 아닌 재사용되고 재활용가능하며, 새롭게 변신도 가능한 제품을 선보인다. 이는 기업 전체가 동시에 바뀌고 같이 협동했을 때만 가능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매번 소비자에게 다가가 메시지를 전하는 입장에서 코로나19로 산업활동이 일부 중단되자 미세먼지가 감소하고 자연 환경이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에 귀를 기울여보고 있다.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고 전달받은 이 메시지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글로벌한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선점하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방법으로 EGS가 한국 기업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되기를 희망한다.

● 박시원(국제 마케팅 컨설턴트)

다름과 틀림의 차이점을 매회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일하는 15년 경력의 마케팅 컨설턴트. 미주시장에 한국의 브랜드나 제품을 소개하고 안착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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