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환노위 청문회 불출석 통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인명 사고가 발생했던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 포스코)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정치권이 ‘포스코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포스코 산재 사고가 반복됐지만 안전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된다”며 강하게 비판한 후 더 거세지고 있다. 포스코는 실제로 설 연휴 직전인 지난 8일에 포항제철소 원료부두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최근에도 산재 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권 지도부가 안전조치를 촉구하는 차원이라 해도 포스코의 최고경영자 책임을 거론하면서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 이례적이긴 하다. 포스코는 결국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9개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증인으로 불러 산재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병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연임 앞둔 최정우 회장, 빨간불 켜지나

이 대표가 포스코를 콕 집어서 겨냥한 의도는 부실한 안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포스코는 지난 5년 간 노동자 42명이 숨지고 제철소 오염물질이 무단 방출됐음에도 지난 10년 동안 관련 이사회를 한 번도 열지 않는 등 무책임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 대표는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 대표 등 여권 지도부가 그동안 정치적으로 논란이 됐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투자 책임 원칙)까지 언급하면서 비판을 가하는 것은 다소 의외로 비쳐졌다. 그만큼 강도가 높아 보였다는 의미다.

게다가 최 회장이 최근 이사회에서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단독 추대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상태나 다름없는 시점에서 불거진 사안이라 그 파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재계는 이 대표가 보궐선거를 앞두고 노동계 표심을 확보하는 동시에 화두로 던진 이익공유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관철하기 위해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연기금을 통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진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정부와 집권 여당이 이를 통해 민간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을 강화할 수 있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실제로 ‘연금사회주의’ 등으로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이 대표의 비판이 단순히 기업에 대한 안전조치 촉구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포스코는 별 다른 반박을 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단 최 회장은 지난 17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최근에 사고가 발생한 포항제철소 연료부두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유족과 국민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최 회장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회사 최고책임자로서 유가족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유가족과 진솔한 대화를 바탕으로 유족이 요구하는 추가 내용이 있을 경우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각종 안전대책 마련…성과는 미흡

비교적 빠르게 포스코가 수습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국회 환노위는 22일 9개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산재 청문회를 연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들은 최 회장을 비롯해 산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제조업, 건설, 택배 업종에서 각각 3개 기업이 선정됐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비판처럼 포스코가 안전사고와 환경문제에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었을까. 물론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포스코 등 산업 현장에서 꾸준히 산재와 오염물질 배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고 이 같은 문제는 산업계 전반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다만 보궐선거를 앞둔 시기에 여권 지도부의 강경한 목소리가 포스코를 향했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특히 포스코를 직접 겨냥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연계한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선거를 앞둔 정치적 목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 역시 획기적으로 안전 문제가 개선되는 성과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 및 제철소 현장 방문을 통해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삼아 일터를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자”며 안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어 포스코 입장에서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앞서 최 회장이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등 정부의 정책 기조에 앞장서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그렇다.

포스코는 안전 최우선 경영방침에 따라 ▲‘생산우선’에서 ‘안전우선’ 프로세스로 전환 ▲작업중지권 철저 시행 ▲안전신문고 신설 ▲안전 스마트 인프라 확충 ▲협력사 안전관리 지원 강화 ▲직원 대상 안전교육 내실화 등을 6대 중점 안전관리 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입법화 등 산재에 대한 경각심이 부각된 상황에서 다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상황 논리가 적용되면서 안전사고 문제가 포스코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기업 최고책임자의 의지, 현장의 각종 대책 시행과 별개로 분명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기업의 진정성은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 회장이 이번 대국민 사과에서 “포스코는 이전부터 안전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언하고 안전설비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최근 사건들이 보여주듯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해 특단의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찾아보겠다”고 바로 고개를 숙인 이유다.

포스코는 잇따른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 분야에 거액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포스코는 2018년 1월 질소가스 질식사고 이후 안전 분야에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산소배관 폭발사고 이후에도 1조10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 날 환노위에 산재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이 허리 지병과 관련해 진단을 받은 결과 의사 권유로 증인 출석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논평을 내고 “최 회장의 ‘용기’에 힘입어 증인 채택된 다른 사용자들도 줄줄이 불출석하는 사태를 우려한다”며 “환노위원장은 불출석하겠다는 증인들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고 2차, 3차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반드시 증인석에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다음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을 노리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를 둘러싼 이번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