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스포츠카 시장도 이제 ‘전기차’…시속 250㎞ 가능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4S. (사진 포르쉐)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지난해 11월 국내에 출시된 타이칸 4S는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로, 판매 가격이 1억4560만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올해 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는 타이칸 4S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타이칸 4S는 지난달 총 105대가 판매돼 18대 판매에 그친 테슬라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가 고가의 전기 스포츠카라는 사실과 지난해 테슬라가 국내에서 모델3를 앞세워 1만1826대를 판매했던 저력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연초에 보여준 타이칸 4S의 판매량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는 타이칸 4S를 시작으로 타이칸 터보S와 타이칸 터보를 순차적으로 출시해 국내 전기 스포츠카 제품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스포츠카에 적용된 ‘지속 가능’ 콘셉트

포르쉐 스포츠카는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이미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이번 타이칸 4S 역시 포르쉐의 디자인 DNA를 담아내 깔끔하고 날렵하게 디자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기에 최대 530마력의 퍼포먼스 배터리가 기본으로 탑재되며 최대 571마력의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단 4초고 최고 속도는 시속 250㎞다.

이 차는 기존 전기차의 일반적인 400V 대신 800V 전압 시스템을 적용했다. 도로 위 급속 충전 네트워크의 직류 에너지를 활용해 단 5분 충전으로 최장 100㎞까지 주행 가능하다. 또 최적의 조건에서 최대 270㎞ 고출력으로 22분 30초 이내에 배터리 잔량 5%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증 받은 완충 시 주행거리는 289㎞다.

포르쉐에 따르면 내부 운전석 앞에 위치한 곡선형 계기판은 포르쉐 최초의 디지털화 버전이다. 중앙 10.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옵션사양의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블랙 패널 룩의 통합형 글래스 밴드와 결합돼 있다. 특히 포르쉐는 이 차를 통해 처음으로 가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 재료를 활용한 인테리어로 전기 스포츠카의 지속 가능 콘셉트를 강조했다.

섀시에는 중앙 네트워크화된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됐다. 통합형 포르셰 4D 섀시 컨트롤은 모든 섀시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동기화한다. 주행 모드는 레인지,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의 네 가지와 개별모드를 지원한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1월말 타이칸 4S 국내 출시 행사에서 “미래형 스포츠카의 기준이자 포르쉐에게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게 돼 정말 기쁘다”며 “타이칸 4S 출시를 시작으로 타이칸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효율성 강조하는 타이칸 4S, 고가의 가격이 관건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전기차 플랫폼 공유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선 국내 브랜드의 경우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CV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유하고 있다. 수입 브랜드의 경우 ‘J1’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포르쉐 타이칸 4S와 아우디 e-트론 GT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J1 플랫폼 기반 타이칸 4S와 e-트론 GT는 전·후륜에 탑재되는 고성능 전기모터와 최대 96kWh 용량의 배터리, 800V 급속 충전 시스템, 3챔버 기술의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등 많은 분야에서의 기술 공유가 이뤄졌다.

이 플랫폼 공유를 통해 e-트론 GT는 편안한 승차감을 강조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제공할 수 있고 타이칸 4S는 뛰어난 성능을 과시하는 스포츠카임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을 놓치지 않았다. 타이칸 4S의 경우 거의 모든 기계식 버튼이 디지털 버튼으로 대체돼 매우 간결하고 정돈된 인테리어 분위기를 연출한다. 최대 4개를 설치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같은 원칙이 적용돼 직관적이고 운전자 주의를 분산하지 않아 사용하기 쉽다.

게다가 스포츠카이기 전에 전기차라는 정체성을 최대한 살려 에너지 효율성까지 확보했다. 타이칸 4S에 적용된 포르쉐 회생 제동 매니지먼트(PRM)는 혁신적으로 작동해 제동 에너지의 최대 90%를 재생한다. 이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회생 제동 기능이 먼저 활성화되고 더 강력한 제동이 필요할 때만 기계식 브레이크가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르쉐에 따르면 제동의 조합이 가능한 브레이크 시스템에서 지능적으로 제어되고 최대 265kW라는 놀라운 회생 제동 출력으로 타이칸 4S의 배터리에 에너지가 회수된다. 한마디로 스포티한 일상 주행 시 회생 제동 기능만으로 주행 거리를 30%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이칸 4S는 전기 스포츠카라는 희귀한 매력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본격적으로 출시한 이후 이제 겨우 2개월을 보낸 상황이라 당장 이번달 판매량을 어떻게 기록했을지부터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격 경쟁력이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이칸 4S는 지난해 11월 말에 출시되고 1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해 기존 대기 고객들이 많았다”면서 “개편된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안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봐야 하는데, 아무래도 초고가 수입 전기차 판매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올해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하면서 대중적인 보급형 전기차 모델 육성을 위해 가격 구간별로 보조금 지원 기준을 차등화하고 9000만 원을 초과하는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당 1억 원 안팎인 포르쉐 타이칸 4S를 비롯해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벤츠 EQC, 테슬라 모델S, 재규어 아이페이스 등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