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붙었다” 국내 전기차 vs 수입 전기차…SUV 인기몰이 전기차로도 이어질까 관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국내 시장에서 테슬라 따라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올해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 공개를 신호탄으로 국내 기업들은 물론 전기차 1위 주자인 테슬라와 기존 글로벌 완성차 강자들까지 경쟁적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선다. 과거와 달리 전용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도 대거 출시될 예정이어서 전기차 SUV의 열풍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능과 가격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테슬라 전기차의 국내 진출 이후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BMW, 아우디, 포르쉐, 푸조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내놓으면서 국내 시장에 전기차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 5 이어 제네시스 JW, 기아 CV 출시 예정

이미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격하게 방향 전환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2369대로 전년의 191대와 비교하면 1140%나 급증했다. 특히 KAIDA에 가입하지 않은 테슬라와 지난해 11월 가입한 쉐보레 볼트EV까지 포함할 경우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730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가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꿔놨고 현대차를 비롯해 BMW, 벤츠 등의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까지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자 마치 들불처럼 자동차 시장을 전기차가 잠식해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현대차가 지난달 23일 아이오닉 5를 공개하며 연초 국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분위기다. 또 제네시스 JW(올해 하반기 내 공개), 기아 CV(3월말 공개) 등이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 차량은 모두 세단과 SUV를 결합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또는 SUV 형태의 모델이다. 모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한국GM도 볼트EV 부분변경 모델과 볼트 EUV 등 2종의 신형 전기차를 선보인다. 특히 볼트 EUV는 SUV 전기차로 GM이 처음으로 내놓는 모델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여름 출시되며 국내에도 한국GM이 수입하는 방식으로 올해 안에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도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10만대 넘게 팔린 해치백 전기차 르노 조에를 중심으로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사전회생계획(P플랜)을 추진하고 있는 쌍용차는 올해 코란도 기반 전기차 E100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에 출시되는 아이오닉 5를 비롯한 국내외 전기차들 중에 SUV 차량이 상당히 늘어났다”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배터리 기술이 고도화되고 전용 플랫폼 체제가 갖춰지면서 차체 크기가 비교적 큰 SUV 전기차 생산이 가능해졌고 사회적으로 불어오고 있는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야영) 문화도 그 흐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 수입차, 경쟁적으로 SUV 전기차 모델 선보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국내 시장에서 테슬라 따라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체면을 구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를 또 다른 도약의 해로 여기는 듯하다. 수입차 브랜드 중 국내에서 1위 판매율을 보이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각오다.

우선 벤츠는 소형 SUV 전기차 EQA를 올해 안에 출시한다. EQA는 EQ 브랜드의 두 번째 순수 전기차로 SUV 형태인 GLA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또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EQS도 올해 안에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차는 완충 시 무려 700㎞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MW는 올해 SUV 전기차인 iX와 iX3 등을 국내에 출시한다. iX는 처음부터 순수 전기 모빌리티로 개발된 것이 특징으로 최고출력이 500마력 이상인 고성능 SUV 전기차다. 아우디는 쿠페형 SUV인 e-트론 스포트백 55를 올해 안에 출시하고 e-트론 GT도 출시 준비를 하고 있다. 볼보는 올해 국내 시장에 XC40 기반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올해는 아니지만 내년에 첫 전용 플랫폼 SUV 전기차인 ID.4를 국내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이들 업체들의 경쟁모델은 최근 테슬라가 내놓은 모델Y다. 테슬라가 하반기 배터리 개선을 통해 생산원가를 대폭 낮추기로 한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테슬라가 한국과 중국 등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

결국 국내 ‘전기차 전쟁’의 관건은 가격 경쟁력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부터 6000만 원 미만 전기차에 보조금을 전액 지원하고 6000만~9000만 원대의 전기차는 50%를 지원키로 했다. 9000만 원 이상 고가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비싼 맛’으로 수입차를 산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저렴한 가격 공세에는 장사가 따로 없다.

지난해 나온 벤츠 EQC400은 출시가가 9550만~1억140만 원, 아우디 e-트론은 1억1700만 원에 달했다. 올해 기준으로는 보조금을 한 푼도 못 받는 가격대이기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최근 국내에서 전기차 패러다임 전환을 앞두고 자동차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단기적으로는 개별소비세 폐지, 친환경차 세제 지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교육세, 개별소비세, 공채 폐지 등 선진국처럼 과세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류병현 법무법인 율촌 회계사는 지난 25일 열린 ‘산업발전포럼 겸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 업계의 전동화 준비 시점을 감안해 2025년 이후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현행 자동차 세제는 12단계로 구성돼 복잡하고 수송부문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과중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과 같은 과세체계 단순화가 필요하고 중량, CO₂ 배출량 등 친환경 요소를 연계한 세제 개편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