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5일부터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관리·감독
세계 각국 정부, 가상화폐 관련 과세 법안 마련 분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종-서울간 화상으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와 관련된 과세 법안 등 가이드라인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자금세탁, 사이버 범죄, 재산은닉 등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다음달 25일부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 직접 감독을 시행하며 내년부터 20%의 세율로 분리과세를 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미국은 2014년부터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일본은 최대 55%, 독일은 최대 45%를 과세하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250만원 넘게 벌면 세금은 양도차익의 20%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상화폐는 주식이나 채권 등과 같은 제도권 내의 자산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담 부처도 없었다. 그러나 다음달 25일부터 시행되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앞으로 금융위가 관리 감독을 맡게 된다. FIU는 6개월간 사업자 신고를 받고 심사와 교육을 진행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관리 감독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빗썸, 업비트 등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들은 암호화폐 거래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1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 의심 거래가 있을 때는 보고해야 한다.

또 내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로 소득을 250만원 넘게 벌면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2일 내년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율로 분리과세한다고 밝혔다. 기본 공제금액은 250만원이다. 예를 들어 내년에 비트코인으로 1000만원 수익을 본 사람은 수익에서 250만원을 뺀 나머지 750만원의 20%인 15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는 거래 수수료 등을 제외한 계산으로, 실제 세금은 총 수입금액에서 자산 취득 가액과 거래 수수료 등 필요 경비를 뺀 순수익 금액(총 수입-필요 경비)에 매겨진다. 필요 경비를 계산할 때는 먼저 매입한 자산부터 순차적으로 양도한 것으로 간주하는 선입선출법을 적용한다.

현재 보유한 가상자산은 내년 과세 시행 이전 가격 상승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대신 내년에 ‘의제 취득가액’을 도입해 투자자가 실제 취득 가격과 올해 말 시가 중 유리한 쪽으로 세금을 낼 수 있게 해 준다. 의제 취득가액은 실제로 자산을 취득한 금액은 아니지만 세금 계산의 합리성을 위해 정부가 취득가액으로 인정해주는 금액을 뜻한다. 가령 투자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실제 취득가액이 5000만원, 올해 말 시가가 1억원이라면 1억원에 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한다. 반대로 해당 자산의 시가가 올해 말 기준으로 3000만원 떨어졌다면, 실제 취득가액을 5000만원으로 인정해 과세한다. 국내 거주자는 매년 5월에 직전 1년 치 투자 소득을 직접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하며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도 세금이 매겨진다.

미국·일본·영국 등 2010년대 중반부터 관련 세법 마련

미국, 일본, 영국 등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과세 근거법을 마련했다. 미국 국세청(IRS)은 2014년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담은 과세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후 미공인회계사협회(AICPA)와 협조해 암호화폐 채굴과 기부 등 다양한 상황을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2019년 10월 완성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일찌감치 관련 세법을 완성한 미국의 예를 참고하며 자국의 과세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미국은 기존의 ‘자본이득’과 똑같은 과세 방식을 가상화폐에 적용한다. 1년간 200달러(약 22만원) 이상 거래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수익이 있다면 소득신고를 해야 한다.

가상화폐를 취득한지 1년 미만일 경우 통상소득으로 분류해 종합과세하며, 10~37%의 세율이 적용된다. 종합과세는 가상화폐를 비롯한 모든 자본이득을 합산해 세율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취득한지 1년이 초과된 자본은 자본소득으로 분류돼 15~20%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한다. 이때는 분류과세에 따라 자본의 종류별로 세율이 적용된다.

일본은 최대 55%의 높은 세율을 자랑한다. 일본은 2017년 ‘자금결산법’ 확정안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로 발생한 수익을 잡소득으로 분류했다. 가상화폐 거래로 연간 시세차익이 20만엔(약 209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방식으로 최소 15%에서 최대 55%(주민세 10% 포함)의 세율을 적용한다. 수익규모에 따라 세율이 다른데 가상화폐 거래로 연수익 4000만엔(약 4억1800만원) 이상을 올릴 경우 최대세율인 55%를 적용한다. 독일도 취득 1년 미만인 가상화폐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종합과세 방식으로 최대 45%의 세율이 적용된다.

영국은 2008년부터 암호화폐를 민간통화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거래차익을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방식을 적용해 분류 과세 방식으로 10% 또는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한국의 과세방식과 유사하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법안을 승인했다. 법안에 따르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러시아 국경 내 거주민들의 가상화폐 거래 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해당 법안은 러시아 국적 주민 뿐 아니라 가상화폐를 거래한 모든 외국인과 글로벌 기관에도 적용된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