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SK·포스코의 수소연맹 대열에 한화·효성도 동참

지난 2일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주요 참가자들이 수소 생태계 구축 퍼포먼스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한정애 환경부 장관. (사진 현대차그룹)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수소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40년까지 수소경제 활성화로 43조원의 국내 부가가치와 고용 42만 명의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이산화탄소 2728만 톤 감축 등 경제·환경적 편익 또한 뒤따르는 효과라 할 수 있다. 다만 친환경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지만 수소차 시장에 대한 실익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소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면서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차가 자칫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의 전기차 시장 진출 행보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비웃듯 국내 기업들의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동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2030년까지 43조원 투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우선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사가 2030년까지 43조원을 투자한다. 또 올해 상반기 중 ‘K-수소동맹’을 위한 최고경영책임자(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 결성도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 2일 SK인천석유화학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민간투자 계획 및 정부 지원방안 등을 논의했다.

SK는 대규모 액화플랜트 구축과 연료전지발전소 등에 18조5000억 원을, 현대차는 수소차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R&D)과 충전소 설치 등에 11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 포스코도 수소환원제철 개발 등에 10조 원의 자금을 쏟아놓는다.

한화는 그린수소 생산 등에 1조3000억 원, 효성은 액화수소플랜트 구축과 액화충전소 보급 등에 1조2000억 원을 각각 투자할 방침이다. 이 밖에 중소·중견기업들도 가정용 연료전지와 그린수소 R&D 등에 1조2000억 원을 투입키로 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수소경제위원회 참석에 앞서 간담회를 갖고 수소 생태계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두 총수는 회동을 통해 ▲수소차 1500여대 공급 ▲수소 및 초고속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 추진 등 수소 관련 사업 분야에서 다각적인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양 그룹은 청정 에너지인 수소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탄소 중립 달성의 필수적인 요소라는데 공감하고 그룹 간 사업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는 협력 분야를 적극 모색하는 차원에서 이날 협의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수소차 보급을 확대키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유영호 한국자동차연구원 모빌리티산업정책실장은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수소동맹 구축이 시급하다”며 “특히 수소 기술 선도국과 수소 생산 잠재력이 큰 국가와 공동 R&D 등을 통한 국제협력을 추진해 글로벌 수소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차그룹 HTWO 광저우 조감도. (사진 현대차그룹)
친환경차 50만대 시대…수소차 실적 저조

정부가 수소경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청사진을 제시하기 시작한 이후 그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시각이 상존했던 것은 사실이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수소 산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라는 시각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기술적 효율성과 경쟁력 확보 문제, 환경 문제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의외로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수소차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내수와 수출을 합해 50만3107대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전체 판매량이 50만 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당연히 전기차의 영향이 크다.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반면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차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고 있는 수소차의 실적은 상당히 저조하다. 내수(5786대)와 수출(995대)을 합해도 7000대에 못 미친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의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사전 계약이 시작된 후 전 세계적으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기차 강자인 테슬라를 비롯해 기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순수 전기차를 대거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와 수소차의 격차는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책은 수소차에 무게가 실려 있다. 기본적으로 2040년까지 누적 620만 대의 수소차를 생산하고 수소택시(8만대)나 수소버스(4만대) 공급과 함께 수소 충전소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가까운 일본은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개발했지만 정작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가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반대로 중국이 2035년 세계 최대의 수소차 시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소경제는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다가올 미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자동차 관련 정책 자문기구인 중국자동차 공정학회는 지난해 10월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차 기술 로드맵 2.0’을 발표하고 중국 내 수소차 보급 목표를 제시했다. 이 로드맵에는 중국이 2035년경까지 상용차를 중심으로 수소차를 누적 100만대까지 보급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포함돼 중국 내 수소산업 육성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정부의 정책 기조에만 마냥 의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현대차그룹도 해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 건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광저우에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장 신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