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 금리에 몰려 있는 동안 시장에서는 특이한 일 하나가 벌어졌다. 홍콩 정부가 주식거래세인 인지세율을 0.1%에서 0.13%로 0.03%포인트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중화권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도 그 영향으로 2.45% 떨어졌다. 세금 인상 폭이 크지 않고, 우리 시장이 홍콩시장과 별개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이 이렇게 반응한 건 긴축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조만간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걸로 전망되고 있는데 그 우려가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일부 통화지표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의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 증가율이 9.4%로 시장 예상치 10.1%에 못 미쳤다. 1월말에 은행간 금리가 5년 내 최고치까지 상승해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에 소극적이라는 판단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반대 증거도 있다. 신용정책 변화를 보여주는 총사회융자 증가율이 지난 1월 13.0%로 작년 12월과 비슷했다. 문제는 사람들의 심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와 달리 인민은행의 자금 회수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부터 인민은행의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유동성 공급과 우리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춘절 연휴를 전후해 인민은행이 자금을 회수하자 외국인이 우리시장에서 1조원 넘게 주식을 내다 판 것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중국이 긴축을 하더라도 외국인 매매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국이 본류가 아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금융정책 변화가 일어난다면 중국이 첫 번째 대상국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 때문에 글로벌 시장이 중국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은 중국이 긴축으로 돌아설 때가 아님

전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지만 당분간 중국에서 눈에 띄는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다. 작년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인민은행이 특별한 정책을 쓰지 않아 이번에 유동성을 회수해도 그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 인민은행은 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대출 우대금리를 2.2% 내렸다. 작년에는 0.3% 내리는데 그쳤다. 지급준비율도 비슷하다. 금융위기 때에는 대형은행이 지준율을 2.0%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0.3% 내리고 말았다.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부양책이 자산가격 버블을 만들었다고 판단해 작년에는 선별적이며 소극적인 대응에 그친 것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공격적으로 긴축을 해야 할 만큼 과열 상태가 아니다. 지난 1월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1년만에 처음 0.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0.3%로 여전히 하락 추세에 있다. 광공업생산, 소매판매 등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제 상태가 본격적으로 돈을 회수해야 할 정도가 아니어서 강한 정책을 쓰기 힘들다.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긴 하다. 작년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8% 이상 올랐는데 정부가 이 현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책이 바뀔 수 있다.

3월 초 양회에서 확인한 것처럼 중국은 당분간 경기 부양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만일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 조절에 나선다면 이는 가계 주거 안정 차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중국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 2019년 4분기 55.8%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3분기에 61.4%로 상승했다. 가계대출의 60%가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돼 있다. 이 부담을 줄이는 점이 정책의 주요한 목표가 될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1990년 이후 미국에서는 여섯 번의 금리 상승 상황이 있었다. 그 중 주가가 가장 크게 반응한 건 2013년 6 월이다. 그 해 5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 축소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다음달 FOMC 회의에서 연말부터 자산 매입 축소가 들어가겠다고 밝히자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루 만에 0.17%포인트 급등하는 등 결렬한 반응이 일어났다.

그 영향으로 코스피도 2000 부근에서 1700대 후반까지 후퇴했다. 짧은 하락 이후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주가는 결국 오른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게 됐다. 시장이 금리 상승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 한해 낮은 금리의 영향으로 기대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미국 금리 상승을 계기로 투자 지역을 다변화했으면 한다. 그 동안 해외 주식투자는 미국이 중심이었다. 애플 등 대형 기술주부터 게임스톱까지 종목도 다양했다. 이제는 중국 기업들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중국 시장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주가가 낮다. 2015년 5000까지 올랐던 상하이지수가 지금은 3500대에 머물고 있다. 당시 주가 상승이 재료에 대한 이상 급등이었다고 보더라도 지금 중국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해당기간 나스닥 지수는 3배, 독일시장도 4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수 규모가 커 국내에서 1등인 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항상 5위 내에 속했다. 기업 규모가 커 믿을 수 있는 만큼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