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도시 중에 국제투자의 목적지가 신흥 시장에서 국제적 관문도시인 성숙도시로 전환 중이다. 아시아·태평양 22개 도시에 대해 도시부동산 연구단체인 ULI가 조사 발표한 ‘2021년 이머징 트렌드’ 자료를 보면, 이런 투자 흐름이 2018년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투자 전망 순위도 안정성 있는 성숙시장이 상위 순위를 지배하여, 작년 톱 6 도시가 올해도 톱 6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별 투자 전망은 작년과 같이 상위 8개 도시는 '일반적으로 양호'하다. 싱가포르가 평점 6.24로 1위이며, 도쿄, 시드니, 서울, 호치민, 멜버른, 상하이, 오사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9위부터 21위까지는 '보통'이다. 선전이 9위, 그 뒤를 이어 광저우, 타이베이, 베이징, 오클랜드, 방콕, 뭄바이, 자카르타 등과 중국 2급 도시들 외에 뉴델리, 마닐라, 쿠알라룸푸르, 방갈로 등의 순이다. 그러나 하위권 8개 도시는 대부분 신흥 시장 도시들로 작년보다 평점이 크게 낮아졌다. 그만큼 불안감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홍콩은 정치적 불안으로 투자가 '열악'한 도시로 평가를 받았다.

한편, 부동산을 신규 개발하는 투자 전망을 보면, 상위 5개 도시는 싱가포르, 시드니, 도쿄, 호치민, 선전 순으로 '일반적인 양호'로 평가됐다. 6위부터 21위까지는 '보통'이다. 순위를 보면, 멜버른, 서울, 상하이, 오사카, 광저우, 타이베이, 베이징, 마닐라, 오클랜드, 중국 2급 도시들과 방콕, 뭄바이, 자카르타, 방갈로, 뉴델리, 쿠알라룸푸르 등의 순이다. 홍콩은 신규개발 순위에서도 '열악'한 도시로 꼴찌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 여파가 아시아·태평양 도시부동산에 미친 영향은 예상보다 덜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로 기존 투자자산 가치가 하락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도 생기고 있다. 사회적 변화가 가속되면서, 자산의 용도변경 물결이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새로운 유형의 많은 투자 기회가 생기는 현상은 과거 5년 동안 볼 수 없던 현상이다.

싱가포르는 투자순위 1위다. 경제와 유동성에서 도쿄, 시드니, 멜버른 등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성숙도는 꽤 나 높다. 최근 임대료 하향 현상과 향후 2년간 공급 물량이 충분히 잠재해있으면서, 다른 성숙도시가 제공하지 못하는 투자 품질을 제공한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스위스라는 중립적 명성을 쌓아, 점점 더 대립해 가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안전한 항구를 약속한다. 이런 배경으로 높은 프로필을 가진 투자자와 기업가를 꾸준히 불러들인다. 그들 중에는 중국 외부에 현지의 본사를 설립하려는 주요 중국 기술회사들이 꽤 나 많다. 불안한 홍콩을 선택하는 대신 신규 잠재 고객이 많은 동남아시아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현지 본사를 세우고 있다. 중국의 여러 연금 펀드와 보험 회사는 싱가포르에 좋은 자산이 있으면 따지지 않고 구매한다. 가격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여부도 개의치 않는다. 그만큼 이들의 시각에선 싱가포르 양질의 자산은 아직 저렴하다. 싱가포르는 불확실한 홍콩을 대신해 글로벌 투자회사와 자산관리 회사로부터 더 많은 투자 유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울의 투자순위는 전년도 10위에서 4위로 크게 올랐다. 일본과 중국같이, 한국은 국제적 수요와 관계없이 국내 수요만으로 자산 거래와 신규 개발하는 내수의 장점이 있다. 서울의 회복력은 그만큼 강하다. 작년 3분기에는 강한 임대 활동과 임대료 상승을 보여줬다. 특히 국내 투자기관이 외국자산 구매에 할당된 자본을 국내 자산에 투자하면서, 투자 규모는 전년 같은 분기보다 71% 증가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국내 기관투자 자본만으로도 가격을 유지해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서울을 핵심 자산을 잡는 투자의 목적지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요 입지에서 좋은 자산을 항상 확보할 수는 없다. 그 대안으로 해외 투자자들은 비록 핵심 자산이 아니더라도, 리모델링을 통해 부가가치를 올리는 기회를 오랫동안 활용해 왔다.

서울은 역사적으로 현대식 물류 시설이 부족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괜찮은 거래를 따내는 도시로 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거래 기회가 줄고 있다. 토지비가 비싸고, 물류 건설 물량이 많아 적정 규모 산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인도 대도시들의 좋았던 인기가 약해지고 있다. 현지 개발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자금조달 옵션은 제한당하고 있어 지급 능력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당분간 상당한 정리 통합이 예상된다. 자카르타와 마닐라 같은 신흥 시장도 몇 년 전까지 높은 순위였지만 바닥으로 떨어졌다. 코로나로 인한 세계 경제 위축 시기에 동남아는 고위험 투자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지난 2년간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높은 부동산 가격과 불안한 정치 상황을 꼽으면서 홍콩 투자를 위험한 베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현지의 자산 임대인과 투자자의 시각은 다소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중국 기업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자, 잘나가는 중국 기업들이 홍콩에서 주식상장을 크게 늘릴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중국 본토 정부로부터 추가 지원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여기에 서구의 투자 환경이 어려워지자, 국제 투자자들이 홍콩 자산에 다시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콩 경제가 모든 부분에서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다. 숙박과 리테일은 코로나로 인한 관광절벽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지만, 상업 중심지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홍콩의 사무실 임대료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정점에서 10~15% 정도만 하락했다. 잘나가는 중국 본토 경제와도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중국 시장은 코로나 충격을 최소로 줄이며 평소의 비즈니스로 되돌아가고 있어 그 덕을 보고 있다.

호치민은 다시 상위권에 속하는 유일한 신흥 시장 도시가 됐다. 빠른 경제성장과 전염병 억제 노력이 높게 평가 받았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공급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로 전 세계 불황이 장기로 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아시아·태평양 부동산투자에서도 안전 제일주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프로필

▲한양대 도시대학원·부동산 융합대학원 겸임교수 ▲ULI Korea 명예회장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도시재생학회 부회장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