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협동조합, 삼양식품, 남양유업 등 ESG 위원회 출범
사회공헌 충분...이제는 친환경에 초점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남양유업 제공

서울우유협동조합에 이어 삼양식품, 남양유업 등 식품업계도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경영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최근 경영계 화두로 부상한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기준으로 손꼽힌다. 친환경, 사회공헌, 투명한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기업의 경영활동이 투자의 잣대로까지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다. 지난 1월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ESG 정보 공개와 책임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늦게나마 ESG 위원회를 발족해 ESG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식품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2019년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0%의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ESG 투자를 실행하고 있으며 15%는 ESG 투자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기업의 변화로 이어진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20년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도입한 기업은 포츈 100대 기업 중 63개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 자산 규모 상위 100대 상장사 중 12개사에 불과했다.

지난 1월 결국 금융위원회가 발벗고 나섰다. 금융위는 기업 ESG 활동내역을 점검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ESG 활동내역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2030년부터는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확대한다.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도 ESG 관련 수탁자의 책임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5일 이광범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생산, 마케팅, 홍보 등 총 10개 팀으로 구성된 ‘ESG 추진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매년 기업의 ESG 등급을 발표한다. 2020년 남양유업이 획득한 ESG 종합 등급은 B. 사회 공헌과 지배구조의 투명성 부문에서는 각각 B+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2020년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의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은 단연 ‘남양분유 임신육아교실'을 꼽을 수 있다. 49년의 역사가 이어진 신생아 육아 캠페인은 남양유업 창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1년 남양유업은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의 주관 스폰서로 활약하며 산모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됐다. 이후 남양유업은 우량아 선발대회를 ‘남양분유 임신육아교실’로 발전시켜 예비 산모들에게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소통할 수 있는 임신출산 토크쇼를 도입해 전통과 역사가 있는 캠페인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다만 문제는 친환경 부문이다. 남양유업은 친환경 부문에서 C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추진위 출범 당일부터 환경 문제에 대해 심도가 있는 논의를 가졌다. 추진위는 ‘친환경 Green 경영’이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목표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배출량을 20% 이상 감축하고 최종적으로 2050년까지 전 제품 플라스틱 사용 제로(Zero)를 이뤄내는 것이다. 중장기적 계획으로는 △음료 제품 플라스틱 잡자재 제거, △음료 제품 무라벨 적용, △플라스틱 필름류 사용 절감 활동, △플라스틱 제품의 소재 변경 등이 거론됐다.

삼양식품도 ESG에 팔을 걷어붙였다. 삼양식품은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재정비하고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한다고 9일 밝혔다. ESG위원회를 통해 공정한 경영 체계를 구축, 비재무적 요소를 전략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위원장은 김정수 총괄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삼양식품의 ESG위원회 신설은 지난 1월부터 예고됐다. 지난 1월 4일 김 총괄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최근의 경영환경은 기업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역할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나가고자 한다”며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보장하는 필수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삼양식품의 ESG등급은 준수한 편이다. ESG 종합 등급은 B. 삼양식품은 친환경, 사회공헌, 지배구조 등 각 분야에서 모두 B를 획득했다. 삼양식품은 매달 '맛있는 나눔'이란 이름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맛있는 나눔은 음식 나눔, 임직원 봉사, 제품 나눔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지난해 원주공장이 안전보건환경경영시스템 국제 표준 ISO 45001 & ISO 14001을 동시에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원주공장이 환경 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국제적 기준에 맞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뜻으로 친환경적인 생산시설임을 공인 받았다고 볼 수 있다.

‘ESG 위원회’를 출범시킨 또다른 식품업체로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달 24일 활동을 시작한 ESG 위원회를 통해 남양유업과 마찬가지로 친환경 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사내 일회용 종이컵 퇴출 및 재생용지를 활용한 친환경 명함 사용,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사무용품 변경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과제로는 제품 포장자재 변경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회공헌으로는 2009년부터 시행 중인 지역아동센터 후원 및 임직원 자원봉사활동, 제품 기부, 성금 기탁 등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