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성장주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는데 나스닥이 사흘에 걸쳐 1000포인트나 하락했고, 테슬라 주가도 단기에 30% 이상 하락했다.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이 미국 의회를 통과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졌고,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보는 상황이어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한 금리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걸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개입했다. 물가가 상승하고 있으나 일시적이고,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에 따른 자연스런 과정이며, 매월 1,200억달러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시장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있을 때마다 금리가 오르고 주가는 반대로 떨어져 망신을 당했다. 연준의 말이 먹혀 들어가지 않고, 주가가 단기에 급등해 높은 상태가 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 불안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리 상승으로 유동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그런 징후는 우리시장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 74조원까지 올라갔던 고객예탁금이 최근에 63조원으로 줄었다. 63조원도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유동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 유동성장세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돈이 계속 시장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유동성을 대체할 만큼 실적이 좋아져야 한다. 최근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의 이익수정비율 상승세가 꺾였다. 이익이 악화되는 기업에 비해 개선되는 기업의 숫자가 늘다가 최근에 주춤해진 것인데 실적 개선세가 둔화된 결과다. 해당 수치가 높아지려면 이번에 통과된 경기 부양책이 수요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 그림은 빨라도 올해 2분기는 지나야 현실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비슷하다. 기업이익 추정치가 올라가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LG전자, LG화학,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대형주 주가가 고점에서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들이 6개월 이상 시장을 끌고 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기분 나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이동이 더 큰 문제

금리에 의해 주가가 결정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금리에 연연하고 있지만 금리 상승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한두 달은 금리가 바닥을 예상외로 급등했기 때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이 상황은 미국 장기금리(10년물)가 2%를 넘으면 약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수준이 되면 사람들이 금리 상승을 기정 사실로 인정해 심리적인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가 2%를 넘어 계속 상승하기도 힘들다. 주식시장이 조만간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에서 벗어날 걸로 보인다.

문제는 자금이동이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투자 대상으로 인정하는 순간부터 자금이동이 이루어져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국채 10년물 금리가 2.0%를 넘었다. 앞으로 금리 상승이 계속돼 2.5% 정도까지 오를 경우 A등급 회사채는 3.5%, 투자등급 회사채 중 가장 낮은 BBB+ 등급은 금리가 4% 중반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 채권도 상당한 투자매력을 가지게 된다. 대한항공이 BBB+ 등급에 속해 있는 회사채의 대표인데, 이 회사의 채권을 사놓으면 부도 위험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오랜 시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에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었다. 올 초에 3000을 돌파했으니까 13년 사이에 50% 오른 셈이 된다. 같은 시간에 A등급 회사채에 투자했다면 채권으로 주식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단순 이자수익만 따져도 그런데, 채권가격이 올라서 생긴 이익과 후순위채 같이 금리가 더 높은 상품에 투자했다면 둘 사이의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이다. 작년에는 금리가 1%대초반까지 내려간데다 금리의 방향성까지 밑으로 향했기 때문에 채권투자를 할 수 없었지만 올해는 얘기가 다르다. 채권을 통해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 주식에 몰려있던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흩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주식을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있어 가장 좋은 환경에 있었다. 주식입장에서는 강한 경쟁자를 만나는 셈이 된다.

당분간 금리 민감주 상승 예상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에서는 투자 종목의 변화가 예상된다. 성장주는 금리 상승으로 나쁜 영향을 볼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이들은 기업의 역사가 짧고, 전통기업보다 보유자산이 작아 금리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 보험 등은 금리 상승의 수혜를 본다. 보험사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장기 채권으로 운용하고 있다. 연간 2%씩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판매한 보험은 금리가 떨어져도 그만큼의 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그래서 작년같이 금리가 1%대 초반까지 내려가면 보험회사가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 2%를 넘을 경우 보험사는 이익을 본다.

은행은 금리가 올라갈 경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커져 혜택을 본다. 만약 시중금리가 1%이고 예대금리차가 0.4%라면 고객이 상당한 불만을 제기할 것이다. 시중금리에 비해 금리차가 너무 높아 고객의 희생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중금리가 3%이면 금리차를 0.5%로 올려도 무방하다. 시중금리에 비해 예대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은행은 0.4%였던 금리차가 0.5%로 커져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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