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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미국發 금리 인상 공포…나라·가계빚 ‘빨간불’

  •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의 대체재인 주식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감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사진=연합 제공)
최근 미국 국채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은 물론 세계의 장기금리를 대표하는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장중에 1.614%까지 올라갔다. 겨우 그 정도 가지고 무슨 법석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금리는 지난해 4월 0.512%까지 하락했었다. 무려 3배 이상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장기금리이자 시장금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주식시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의 대체재인 주식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감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주식뿐 아니라 모든 실물자산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도대체 왜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것일까.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지출을 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증세를 한 것은 아니므로 모두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더욱이 새로 선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했는데, 그 규모가 1조9000억 달러에 이른다.

거기다 3조 달러에 달하는 2차 부양책을 내놓을 계획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재원을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면 국채시장을 포함한 채권시장은 채권공급의 홍수를 이룰 것이다. 이러한 예상에 따라 국채가격은 하락하고 그와 역행하는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 재무장관이자 저명한 경제학자인 로렌스 서머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현재처럼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에 2차 대전 당시를 초과하는 규모의 부양책은 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와 친화적인 그가 이처럼 바른 소리를 할 정도라면 부양책 규모가 과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그에 대응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개의치 않을 뜻을 밝혔다. 지금 단계에서 경기부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백신의 보급과 확산에 따라 코로나19가 점차 진정되면서 경기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신 접종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미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 선 아래로 내려왔고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5월까지 성인대상 백신접종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순조롭게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그 효과가 나타난다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되살아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타격을 받으며 다수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몰락했으므로 공급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에 기대인플레이션을 더한 것이므로 국채의 명목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서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미국 주식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고 정책을 바꾸는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전에 예고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불안해하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인플레이션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인플레이션이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됐던 현상이다.

따라서 연준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연준도 결국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불안의 근저에 깔려 있다. 더구나 지난해 2월에 4조2000억 달러였던 연준의 자산 보유액은 8조 달러가 넘어갔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이 과연 마땅히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을 것인가라는 회의감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는 0.5%로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시장금리는 슬금슬금 올라가는 추세가 완연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8일 2.028%로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2019년 3월 이후 2년 만에 2% 선을 넘어선 것이다. 은행의 대출금리도 올라가는 추세다. 이와 같은 금리 상승의 추세 하에서 완만한 물가상승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 높아졌는데, 이는 1년 내 최대 상승률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0%에서 1.3%로 높인 바 있다. 지난 1월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104.88로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원인은 유가 및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세도 부담스럽다. 조용히 인플레이션 압력들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금리의 상승배경은 역시 국고채의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상당한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했고, 그러한 정책을 계속할 방침이다. 그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의 발행으로 마련했다. 더욱이 올해와 내년에 큰 선거가 기다리고 있어서 기타 국책사업을 통한 재정지출도 크게 늘어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채권수급의 불균형을 반영해 조용히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 비해 백신의 접종속도가 늦어지고 있고 따라서 경기회복 속도도 다소 지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경기회복과 보복적 소비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국채금리에 반영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다만 시기가 늦을 뿐 결국 경기회복은 이뤄질 것이고 그러한 추세를 시장금리가 반영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경기회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태에서 미국 발 금리인상이 한국으로 전염되는 사태다. 이 경우 외국인의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는데, 경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광풍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주식시장에서도 급등세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자산시장의 호황에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배경이 존재한다. 만약 국내적인 요인이건 미국 발 요인이건 시장금리가 올라간다면 자산시장에 큰 충격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큰 위협요인은 17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다. 이들이 소비보다는 대부분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금리 인상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을 강 건너 불구경할 것이 아니라 국내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는 정책적 태세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정인호 객원기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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