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인 온라인 유통업계, 이길 수 있을까?

더현대 서울 전경(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신규 점포에서 리뉴얼까지...백화점 3사의 반격
▣롯데百 동탄, 수도권 최고 럭셔리관
▣롯데 본점 리뉴얼...해외명품 강화
▣대전신세계, 6000억 들인 중부권 랜드마크
▣리뉴얼 키워드, MZ세대와 체험형
▣백화점이 갤러리로...변화와 파격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백화점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2월 오픈한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에 이어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대전신세계 엑스포점’이 개점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강세 속에서 기존 백화점의 한계와 위기 극복 방안이 담긴 야심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0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3.6% 감소한 가운데 백화점 매출은 9.8%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경영난의 경고음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온·오프라인 전체 매출에서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15%로 편의점(17%)보다 낮았다. 편의점 매출 비율이 백화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백화점 3사(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는 절치부심 끝에 재기를 노리고 있다.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민 더현대서울은 현재까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사전 개장 이후 이달 1일까지 방문객은 약 150만명에 달했고 이 기간 매출은 약 37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은 예상 못한 인파가 몰리자 고객들에게 3월 한 달간 차량 2부제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개점 준비 중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더현대서울의 성공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화점 3사의 신규 점포들은 소비자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온라인 시대에 버텨내지 못한 채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 것인가. 온라인 유통업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백화점 3사가 선택한 카드는 ‘초대형’, ‘복합형’, ‘체험형’이다. 이번 신규 점포들 모두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더현대 서울(8만9100㎡·약 2만7000평)은 서울에 위치한 백화점 중 최대 규모다. 롯데백화점 동탄점(9만3958㎡·약 2만8400평)은 수도권 최대 규모 백화점이 될 전망이다. 대전신세계 엑스포점(8만9917㎡·2만7200평)도 중부권 최대 백화점으로 꼽힐 예정이다.


롯데百 동탄, 수도권 최고 럭셔리관
롯데백화점은 2014년 수원점 이후 7년 만에 신규 점포인 동탄점을 오픈한다. 오는 6월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개점 예정인 동탄점은 큰 규모와 지리적 이점이 특징이다. 동탄점은 SRT·GTX 동탄역과 직접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좋다. 2023년에는 GTX A가, 2026년에는 인덕원선이 개통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동탄은 수도권 최대 규모 신도시로 빠른 성장에 대응해야 한다”며 동탄의 사업성을 높게 봤다. 이 관계자는 “동탄은 독립적 산업 기반의 자족 도시로 서울 의존성이 낮다”며 “삼성전자 본사, 현대차 남양연구소 등이 주변에 위치해 도시 소득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동탄점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복합형’ 백화점이 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쇼핑몰과 백화점, 복합문화공간의 장점을 접목한 신개념 공간을 구현할 예정이다. 우선 단순 모노샵이 아니라 성공한 브랜드들로 이미지를 끌어올린 '플래그쉽 스트리트몰'을 마련했다. 또한 쇼핑몰에 고객을 끌어 모을 핵심점포인 키 테넌트(Key Tenant) 를 분산 배치했다.

이에 더해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복합문화공간 ‘오픈 하우스’, 개방형 명품관 ‘아트리움’, 대형 키즈카페, 프리미엄 식품관, 중층의 테라스 파크, 대형서점 등을 도입해 수도권의 독보적인 랜드마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테라스는 어린이 놀이공간, 커뮤니티 공간, 잔디광장, 시크릿 가든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각 층의 15%를 체험형 콘텐츠로 채우고 지상 7~8층에는 1178석짜리 대형 영화관을 마련한 것도 동탄점만의 차별점이다.

체험형 콘텐츠가 많은 이유는 동탄점 타깃층이 30대 키즈맘이기 때문이다. 현재 동탄 지역은 30대 키즈맘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대규모 맘까페인 ‘동탄맘들모여라’ 가입자 수는 약 27만5000명이며 ‘동탄투맘’은 약 10만2000명에 달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체험 공간이 넓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높은 30대 키즈맘들이 해외명품을 비롯한 패션 소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동탄점의 명품관은 수도권 최고 럭셔리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급 이미지를 담은 프리미엄 식품관(프리미엄 슈퍼, 다이닝, 델리 등)도 30대 키즈맘의 발걸음을 유인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동탄 상권 내 유일한 백화점으로 동탄 쇼핑 인프라를 완성해 현재보다 한 단계 앞선 쇼핑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백화점이 되겠다”며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동탄점은 혁신적 쇼핑 스페이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탄점은 자연친화적인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 더현대서울과 유사하게 채광형 보이드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쾌적함과 개방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잔디광장, 시크릿 가든, 테라스 파크 등으로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마련한 것도 더현대서울과 비슷한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에 자연을 접목한 휴식이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이끌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조감도(사진=롯데백화점 제공)

롯데 본점 리뉴얼...해외명품 강화
해외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경우, 해외명품 매출 구성비는 2019년 24%, 2020년 36%를 차지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 속에서 해외명품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현재 33%인 해외 명품 구성비를 5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 아래 이달 초 본점 리뉴얼 작업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홀로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명품 부문을 강화해 백화점의 큰손이 된 젊은 소비자층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붙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하 1층~7층과 에비뉴엘까지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며 공사는 2022년 말 완료될 예정이다.

리뉴얼은 5층 남성 명품관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올 하반기까지 5, 6층 리뉴얼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본관 5층 남성패션 의류관에는 남성 프리미엄 럭셔리 상품군을 도입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남성 럭셔리 브랜드 10여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 6층도 패션 명품 브랜드로 구성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높은 수요를 감안해 전면적으로 관련 상품군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잡화, 여성 럭셔리 의류 순으로 리뉴얼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6000억 들인 중부권 랜드마크…대전의 ‘명소’로 육성
오는 8월에는 신세계백화점의 13번째 점포인 ‘대전신세계 엑스포점’이 대전 유성구에 문을 연다. 엑스포점은 대규모 복합시설인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에 호텔, 과학시설 등이 함께 입점해 있다.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는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용지에 자리잡은 지하 5층, 지상 43층 규모의 건물이다. 특히 엑스포점에는 193m 높이에서 대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는 맨하탄 타워·롯본기 힐즈를 설계한 KPF 건축사무소, 뉴욕 노이에 하우스·마카오 MGM 호텔을 디자인한 록웰(Rockwel)l 설계사무소를 비롯해 로만 윌리엄스, 제프리 허치슨 등 세계적인 설계 거장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세계는 이번 건설에 약 6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는 약 5개월 뒤에 오픈하는 엑스포점을 벌써부터 홈페이지에 선보였다. 엑스포점 캐치프레이즈는 ‘대전에서 만나는 완벽한 하루’다.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구성해 놨다는 것을 뜻한다. 신세계는 ‘쇼핑의 즐거움과 충분한 휴식, 배움과 예술을 만끽하며 감성과 오감을 채우는 설레는 일상’을 엑스포점에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약 1만4800㎡(4500평)의 규모로 마련된 옥상 정원은 휴식, 산책, 감상, 놀이, 학습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전망이다.

신세계는 고유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포부다. 엑스포점 5층에 자리한 베로나 광장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이탈리아 베로나 광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조성한 차별화된 쇼핑 공간이다. 더현대서울과 롯데백화점 동탄점이 휴식의 방법을 자연에서 찾았다면 엑스포점은 이색적인 경험에 초점을 뒀다. 신세계가 베로나 광장을 ‘대전명소’, ‘대전필수코스’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이 곳이 대전의 명소로 자리매김을 할지 고객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특성을 살려 과학 관련 시설을 구성한 점도 특징이다. 이곳은 원래 엑스포과학공원 용지였다. 신세계는 지역 특성을 살리기 위해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ㆍKAIST)와 손잡고 ‘신세계 과학관’을 만들었다. 또한 살아있는 바다 생물을 만나는 신개념 아쿠아리움도 들어온다. 이밖에 충청권 최초로 암벽등반, 스크린 야구 등이 가능한 ‘토탈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최근 백화점의 효자로 통하고 있는 해외명품도 강화할 전망이다. 신세계는 부티크에서 시계, 보석, 럭셔리 슈즈까지, 해외 패션의 감성과 흐름을 경험할 수 있는 매장 구성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더현대서울이 놓친 ‘3대 명품’(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의 입점 여부가 주목된다.

대전신세계 엑스포점 조감도(사진=신세계 제공)

리뉴얼 키워드, MZ세대와 체험형
2030대 MZ세대(밀레니엄+Z세대)는 백화점의 잠재적 VIP로 꼽힌다. 신세계백화점은 미래 큰 손으로 성장할 고객들을 위해 리뉴얼을 시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지난해 11월 MZ세대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브랜드 위주로 리뉴얼을 진행했다. 매장 면적을 25% 확장하고 스니커즈, 스트리트 패션 등 낯선 브랜드들도 새롭게 선보였다. 팝업 존에서는 3주마다 새로운 스포츠 브랜드를 소개하며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객 수요를 선점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생활전문관 리뉴얼을 통해 고객이 직접 보고 만지며 마셔보는 '오감 자극' 생활 매장을 선보였다. 숙면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을 위해 ‘수면 체험존’을 마련하는 한편 홈카페를 계획 중인 고객들을 위해 프리미엄 에스프레소 머신 체험 공간도 구성했다. 이 같은 체험형 매장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프리미엄 침대는 리뉴얼 이후 3일 동안 전년 동기간 대비 매출이 85%나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신세계는 식품관, 명품관 등 다른 매장들도 차례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백화점이 갤러리로...변화와 파격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8월 리뉴얼을 통해 국내 최대 해외패션 전문관을 오픈했다. 3471㎡(약 1050평) 규모인 해외패션 전문관은 140여개의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로 구성됐다. 타 백화점에는 없는 단독 브랜드들로 차별성을 모색한 점이 특징이다.

해외패션 전문관은 거장들의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들을 매장에 상설 전시하는 것은 물론,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회화, 사진, 오브제, 조각 작품 등 120여점이 매장 벽은 물론 통로, 고객 라운지 곳곳에 설치됐다. 리뉴얼을 통해 쇼핑을 하며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선사한다는 것이 목표이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1층 리뉴얼 공사는 올해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리뉴얼은 ‘체험형’으로 요약된다. 신세계 강남점은 1층에 초대형 체험형 화장품 매장을, 2ㆍ3층에는 명품 브랜드들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1층=명품'이라는 기존 공식을 깨는 파격을 선보이는 것이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