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배터리 주력인 LG에솔-SK이노베이션 직격탄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차량의 70%를 전기차로 만들고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앞으로 폭스바겐이 생산하는 전기차에는 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15일(현지 시간) 진행한 ‘파워 데이’ 행사에서 2030년까지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각기둥 모양(prismatic) 배터리셀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기차 생산업체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사는 지금까지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크게 원통형과 파우치형, 각형으로 나뉜다. 한국 배터리 업체 중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가 주력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주력이다. 중국 CATL은 각형 배터리, 일본 파나소닉은 원통형 배터리가 주력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공급하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형태는 대부분 파우치”라며 “향후 폭스바겐 내 파우치 배터리 생산 한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크게 강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차량의 70%를 전기차로 만들고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전기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투자비용을 확보키 위해 직원을 최대 5000명이나 감원하는 등 파격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또 매년 최소 1개 이상 신형 배터리 기반 전기차를 공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형 배터리가 주력인 삼성SDI의 경우 이번 폭스바겐의 결정으로 중장기적 수혜가 예상된다”면서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더 이상 장기화돼서는 곤란한 이유가 또 하나 생긴 것으로, 폭스바겐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인 전고체 배터리에도 각형이 가장 적합한 형태인데 이런 상황을 대응키 위해서는 양사가 긴 시간 소모전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형 각형 배터리를 주력하는 업체는 한국의 삼성SDI뿐만 아니라 CATL, BYD, 파나소닉 등 경쟁국 업체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계속되는 LG와 SK의 장외투쟁

폭스바겐의 이런 발표가 나온 이후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길어지는 배터리 장외투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6일에도 각각 날 선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무책임하고 도를 넘어선 ‘미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저지 활동’은 미국 사회의 거부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5조 원 이상을 신규로 투자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조지아주 출신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 인수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러한 LG에너지솔루션의 행보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바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대응에 나섰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소송이 경쟁사의 사업을 흔들거나 지장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경쟁사가 영업비밀을 침해한 가해기업으로서 피해기업인 당사에 합당한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사안의 핵심”이라며 “그럼에도 미국 시장 성장에 발맞춘 당사의 정당한 투자계획을 폄하하고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어 “당사는 경쟁사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거나 공급받을 계획이 있는 고객들과 조지아주가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기에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번 소송이 양사 간 건전한 선의의 경쟁관계가 정립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