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삼성전자 주총 계기로 논란 재점화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를 소홀히 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 보인 행보는 약속이 공염불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환경(E)과 사회(S) 분야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은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 연임안에 이 사실상 기권표를 던져 논란이 됐다. 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태 당시 감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찬성표를 던져 이사장이 구속되는 등 굴욕을 겪은 바 있다. 이 여파로 지난 17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의 사외이사 연임 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과정에서 내부의 갈등이 불거지는 진통이 이어졌다.
이 주요 주주로서 기업의 투명 경영을 위한 건전한 감시자 기능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강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주요 기업들의 주총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법적, 제도적 기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단오류’ 흑역사 다시 반복되나
국민연금
올해도 의 주주권 행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ESG 경영에서 미흡한 성과를 낸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탓이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 각 기업들의 ESG 성과에 따라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스스로도 2019년 ‘기금 적극적 주주활동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며 의지를 내비쳤다. 은 가이드라인에서 “대규모 산재발생, 심각한 환경훼손 등 ESG와 관련하여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발생한 사안에 해당하는 기업은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 기업에 속한다”고 명시했다.
이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란 지적은 지난 12일 포스코 주총 때부터 제기됐다. 최 회장의 연임안에 ‘중립’ 의결권을 행사하면서다. 앞서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최 회장 연임안에 이 반대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었다. 최 회장 재임 당시 포스코는 잇단 산업재해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까닭에서다.
실제로 지난 3년 간 포스코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21명에 달한다. 이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지난 1월 12일 ESG 등급위원회에서 포스코의 ESG 등급을 기존 B+에서 B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이 포스코 주총에서 중립을 택하자 업계에서는 “사실상 기권표를 던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의 주주권 행사 관련 논란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 주총을 앞두고도 진통이 따랐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과 감사위원 선임안’ 반대 권고를 수용할지를 두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안건에 찬성하는 ‘기금운용본부’와 반대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안건에 찬성하는 것으로 결정이 나자 수탁위 위원들 3명이 항의의 일환으로 중도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가까스로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은 ‘불통’ 논란 등 의사소통 체계의 결함을 드러냈다.
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주총이 관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에 대해 ESG문제기업들에 주주권을 적극행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일련의 주총에서 나타난 의결권 판단 논란은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및 결과의 근거가 불투명할 경우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특히 은 시장의 신뢰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안고 있다. 2015년 삼성물산의 합병 사태 당시 찬성표를 던져 몸살을 앓은 은 그 후 불신 해소를 위해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 행사에 관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 외부기구인 수탁위에 결정을 요청하도록 한 절차도 이때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일각에선 의사결정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기도 한다. 홍순탁 회계사(에셋인피플 대표)는 이 주주권 행사에 관한 인적·물적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관련 규정의 변경 작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까지 수탁위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이번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안 문제로 기금운용본부와 격론을 벌인 후 중도 퇴장한 3명의 위원 중 1명이기도 하다.
홍 회계사는 <주간한국>과의 통화에서 “이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관료적 장벽들이 많이 있다”며 “현행 규정에서 이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4~5년은 걸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의 주주권 행사는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 선정,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지정, 공개 중점관리기업 지정 등을 모두 거친 뒤에야 할 수 있다”며 “각 단계를 수행하려면 1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홍 회계사는 이어 “약 4년이란 시간은 기업의 경영자가 퇴임하고도 남을 시간”이라며 “현재 글로벌 경영 트렌드는 속도감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그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 “ESG를 꼼꼼히 고려하고, 그와 연관된 다채로운 연구, 그리고 각 기업의 사안들까지 속속 들여다 보려면 수탁위 활동위원 숫자도 지금보다 두 배는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장의 관심사는 이 앞으로 남은 주총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다. 그 중에서도 신한금융지주(3월25일)와 KB·하나·우리금융지주(3월26일), CJ대한통운(3월29일) 주총을 향한 관심이 지대하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의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의 ‘해외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또한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의 잇단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