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명품 홀릭은 대세…재테크 수단까지 진화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명품 사는 MZ세대의 속사정
▣‘명품’ 온라인 플랫폼의 급성장
▣MZ세대의 명품 홀릭은 대세
▣MZ세대, 미래 위한 희생 無
▣명품, 재테크 수단으로 진화하기도

글로벌 명품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백화점 명품관, 면세점 등은 명품 주요 판매 채널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대신 그 자리는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 치고 들어오는 중이다. 명품이 부와 성공의 상징이었던 시대도 지났다. 심희철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이른바 성공한 젊은 세대가 주도하던 명품 소비는 이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비코드가 됐다”고 진단했다. ‘온라인’과 ‘MZ세대’가 글로벌 명품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온라인과 MZ세대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MZ세대는 디지털 친화적인 세대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상품 구매에 익숙하다. 명품 제조·유통업체들은 새로운 명품 구매층인 MZ세대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분주하다. 새로운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세대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다.

‘명품’ 온라인 플랫폼의 급성장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 1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명품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명품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2%에서 2020년 23%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명품 유통 채널 중 온라인 채널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온라인이 명품 구매의 가장 주된 채널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비단 베인앤드컴퍼니만의 독자적 예측이 아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유로모니터는 “명품 브랜드의 평균 (매출) 성장률은 더딜지라도 온라인 명품 매출액은 해마다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딜로이트 등도 2025년 명품 시장의 온라인 비중은 19~25%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는 이미 온라인 명품 판매 플랫폼이 다수 구비돼 있다. 온라인상 접근성이 좋고 제품 가격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주목도가 높다. LF의 LF몰(온라인몰), 이랜드의 럭셔리갤러리(앱), 현대백화점의 더현대닷컴(온라인몰) 등이 대표적이다. 소규모 온라인 커머스 중에는 트렌비, 머스트잇, 발란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매출 상승세에 안착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럭셔리갤러리는 지난해 무려 237%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내 온라인 명품 판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7년 명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LF몰도 최근 명품 매출 증가율이 전년대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더현대닷컴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더현대닷컴의 ‘선물하기’ 서비스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2.9배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도 명품 판매 대열에 합류했다. 2019년부터 명품 시장 공략에 나선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화면에 명품 화장품 테마관을 열어 인지도 높은 명품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카카오 측은 “2020년 명품 상품 거래액을 따로 집계하진 않았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2019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2020년 카카오의 명품 상품 거래액을 약 2400억원으로 보고 있다.

물론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온라인 시장에 입성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명품 브랜드들은 다른 중저가 브랜드에 비해 뒤늦게 온라인 시장에 참여했다. 이른바 글로벌 명품 3대장(샤넬ㆍ루이비통ㆍ에르메스) 중 하나인 에르메스가 국내에 공식 온라인몰을 개설한 건 지난해 6월이었다. 샤넬과 루이비통 공식 온라인몰도 2018년에 들어서 오픈했다. 이 같은 늑장 대응에 대해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이 온라인 판매로 인해 훼손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의 명품 홀릭은 대세…재테크 수단까지 진화
여러 온라인 명품 판매 플랫폼들의 공통점은 MZ세대로 요약된다. MZ세대는 명품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베인앤컴퍼니는 MZ세대가 명품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58%까지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명품 소비의 가장 큰 손이 될 것”이라며 “전세계 명품 구매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명품 소비층인 MZ세대는 명품 판매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는 “명품 고객은 디지털 기술에 친화적”이라며 “명품 쇼핑 방식과 구매 채널의 선택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바일, PC 등에 익숙한 MZ세대의 입맛에 맞게 유통 채널도 온라인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내 쇼핑몰은 명품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입점하고 있으며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이 명품 판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국내 쇼핑몰과 신생 온라인 플랫폼의 공통점은 MZ세대의 활약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LF 측은 “세대의 명품 구매 비중이 계속 증가 추세에 놓여 있다”며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들을 새롭게 입점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MZ세대의 관심을 끌만한 생소한 브랜드들을 도입해 명품 매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MZ세대의 높은 충성도를 기반으로 하는 럭셔리갤러리 측은 “지난해 6월 론칭 이래로 MZ세대 비중이 6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MZ세대를 겨냥한 매스티지(대중과 명품을 합친 신조어) 브랜드를 필두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론칭한 소규모 온라인 명품 커머스 발란도 MZ세대의 명품 구매 비중이 7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가 명품 신(新)소비층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평론가들은 MZ세대가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현재의 만족감을 중요시한다고 말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과거 세대는 저축을 하는 등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했다. 희생에 대한 보상도 주어졌다”며 “하지만 MZ세대는 상대적으로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직장인 월급으로 집 한 채 구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이 같은 현실 속에서 MZ세대가 얻기 쉬운 건 집이 아니라 명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MZ세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는 현재 얻을 수 있는 것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도 과거 세대와 MZ세대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심 교수는 “미래가치에 목적을 둔 부모세대와는 다르게 MZ세대는 현재의 특별한 경험과 자신만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소비 주체적 세대”라고 규정했다. 이어 “MZ세대는 온라인 소셜 환경에서 명품 구매를 공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며 “명품 구매가 자신의 스마트한 소비 과정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MZ세대에게 명품 소유는 또 다른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