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승車’ 전쟁…올해부터 개전

스타리아 11인승 일반모델.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기아 카니발이 독주해온 미니밴 시장에 현대자동차 스타리아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니밴은 실내 공간이 넓고 3열 시트를 갖춰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다인승 다목적 대형 승용차다.

MPV(Multi Purpose Vehicle)라고도 부르는 미니밴은 SUV와는 달리 주로 영업용으로 사용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패밀리카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사실 온 가족이 이동할 때 6~11명까지 탑승이 가능한 미니밴만큼 편한 차종은 없다. 특히 캠핑이나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야영) 문화가 발달하면서 부피가 큰 캠핑용품을 싣고 가족이 떠나는 오토캠핑용으로도 미니밴이 제격이다. 최근에는 SUV에도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대형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패밀리카·캠핑에 적합한 미니밴·대형SUV 연이어 출시

최근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차와 레저용차(RV)가 주도하고 있다. 친환경차의 인기가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동화 차량으로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면 레저용차의 인기는 자동차 문화의 변화를 의미한다. 특히 레저용차는 코로나19 여파로 독립적인 야영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UV는 총 61만5982대가 판매돼 2019년 53만4414대보다 15.3% 증가했다. 특히 전체 국내 승용차 판매(137만4715대) 가운데 SUV가 44.8%를 차지했다. 미니밴과 SUV를 포함한 레저용차 전체로 보면 총 71만8295대가 판매돼 전체 내수차의 52.3%에 달했다.

세계적으로도 이미 SUV는 지속적인 인기를 끈 차종이다. 중국 승용차 판매에서 SUV 비중은 40%를 넘은 지 오래됐고 한국에서도 SUV 비중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도 SUV가 픽업트럭과 함께 판매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는 그 인기를 미니밴이 이어받을 분위기다.

현재 국내 시장을 장악한 미니밴은 카니발로, 지난 1~2월에도 1만4196대나 판매돼 지난해(6만4195대)에 이어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현대차가 상반기에 새로운 다목적 미니밴 스타리아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스타리아는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디자인 테마인 ‘인사이드 아웃’ 개념이 반영된 차량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실내 디자인의 공간성과 개방감을 외장까지 확장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스타리아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유려한 곡선의 외관과 넓은 실내공간 및 개방감을 갖췄다. 스타리아는 일반모델과 고급모델 스타리아 라운지로 분리 운영될 예정이다. 일반모델은 투어러(9·11인승), 카고(3·5인승) 등 보다 다양한 트림으로 구성되며 스타리아 라운지는 7·9인승으로 운영된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니밴의 경우 현대차의 스타렉스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어디까지나 영업용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며 “카니발의 경우 SUV보다 넉넉한 공간이 확보되는 것은 물론, 패밀리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운전자를 비롯한 탑승자의 안전성과 승차감까지 잡았다는 측면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형 SUV 뉴 링컨 네비게이터가 출시됐다. (사진=링컨코리아 제공)
링컨, 캐딜락 등 해외 브랜드까지 가세

국내 SUV 시장도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사 대형 SUV 누적 판매량은 22만344대로 집계됐다. 전년(10만4746대) 대비 110% 증가한 수치로, 대형 SUV 연간 판매량이 20만대를 돌파한 것은 최근 10년 중 지난해가 처음이다.

최근 팰리세이드, GV80 등 덩치가 큰 SUV가 인기를 끌며 국내 대형 SUV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번에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로 새삼 부각된 GV80은 출시 이후 꾸준히 세간의 호평을 받아왔다. GV80은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 모델이다. GV80의 경우 사용성과 디자인 경쟁력은 물론 이미 안전성에서도 상당히 고민한 흔적이 보였던 모델이다.

GV80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 ▲운전 스타일 연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및 전방 주시 경고 등을 적용해 안전과 편의를 확보했다. 실제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지난 18일(현지시각) 발표한 충돌 평가에서 가장 안전한 차량에 부여하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에 GV80을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에 카니발·스타리아 급 다인승 SUV도 등장했다. 링컨세일즈서비스코리아가 지난 25일 ‘뉴 링컨 네비게이터’를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한 것이다. 이 차는 풀사이즈 대형 SUV로, 넓은 실내 공간에 고급스러운 내부 소재 등이 더해져 탑승자에게 비행기 일등석 급 승차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뉴 링컨 네비게이터는 리저브 단일 트림에 7인승(2열 캡틴 시트) 또는 8인승(2열 벤치 시트) 두 가지 옵션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데이비드 제프리 링컨코리아 대표는 이날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지속 성장세인 한국 럭셔리 SUV 시장에서 뉴 링컨 네비게이터의 출시는 링컨의 프리미엄 SUV 전 라인업을 완성시킨다는 의미가 있다”며 “특히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CEO들이나 안락한 교외 드라이브를 떠나고자 하는 가족들에게 차별화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상반기 중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SUV 명가 지프도 그간 인기를 끌어온 그랜드체로키보다 더 큰 롱바디 버전을 하반기 중 국내에 출시할 방침이다. 대형 레저용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시장에 해외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는 분위기다. 분명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국내 브랜드에 비해 비싼 가격은 한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밖에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대형 전기 SUV를 선보이기 위한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대형 SUV 형태의 아이오닉 7을 2024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1년 앞서 대형 전기 SUV를 내놓을 전망이다. 2023년 텔루라이드 급의 대형 전기 SUV를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