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 고점 대비 30% 하락

전기차 관련주가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90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가 한때 600달러 밑까지 떨어졌다. 30% 넘게 하락한 것인데, 우리 투자자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해외주식이 테슬라 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차 전지도 사정이 좋지 않다.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에는 850만대의 전기차가 굴러다니고 있다. 전체 승용차 12억대의 0.7%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좀더 높다. 2020년 2.7%에서 2040년에 58%가 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테슬라의 딜레마는 이 숫자들에서 시작된다. 전기차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연자동차 회사와 경쟁에서 이길지 불분명한데 시장에서는 이를 당연시 하고 있으니 주가가 요동을 칠 수 밖에 없다.

내연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입하지 않은 것은 기술 때문이 아니다. 이들이 자동차 시장에서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내연자동차가 대세인 상황에서 미래차 시장에 뛰어들 경우 기존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시기는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에서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전기차 시장에 들어가도 수익을 낼 수 있겠다고 판단할 때부터다. 아직 그 때가 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지만 본격 경쟁이 벌어지면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내연 자동차회사들은 150년 넘게 자동차를 생산해 온 곳이다. 기술력은 물론 대량 생산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충분한 투자 자금도 확보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이 경쟁이 본격화됐을 때에도 여전히 테슬라에 눌릴 지는 알 수 없다.

경쟁이 본격화되면 IBM처럼 주가가 하락할 수도

최악의 경우 테슬라는 본격 경쟁에서 밀려 IBM같은 처지로 몰락할 수도 있다. IBM은 1981년에 개인용 컴퓨터를 내놓아 해당 시장을 지배한 회사다.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범용 운용체계 MS-Dos를 도입해 제품간 호환이 불가능하던 기존 컴퓨터 시장을 재편하는데 성공했다. ‘PC(Personal Computer)'라는 이름이 특정 업체의 상품명이 아닌 가정용 컴퓨터 전반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된 것도 IBM의 ‘PC XP’라는 제품 덕분이었다.

문제는 컴퓨터가 본격 보급되면서 발생했다. IBM의 높은 개방성과 범용성 때문에 PC 시장이 커질수록 영향력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IBM이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범용 부품으로 구성된 탓에 다른 회사도 어렵지 않게 비슷한 PC를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 때문에 IBM주가와 기업실적은 PC보급이 늘면 늘수록 악화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PC 보급이 본격화된 초기인 1987년에 42달러까지 올라갔던 주가가 주력 제품의 판매가 본격화된 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993년에 10달러까지 내려왔다. 영업이익도 1988년 87억4000만달러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1992년에 82억3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IBM처럼 핵심 기술과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초대형기업도 본격 경쟁이 시작되면서 어려움을 겪는데, 규모나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테슬라는 기술에서 절대적 우위에 차지하지 못할 경우 IBM보다 더 불리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주가는 대단히 높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세계 주요 7개 자동차 회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테슬라가 더 클 정도이다. 내연 자동차 회사와 테슬라 사이 경쟁 결과가 불분명한 데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테슬라에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를 최대한 반영한 결과여서 이 부분이 채워지지 않으면 주가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PC 보급이 본격화된 후 IBM주가가 반대로 하락했던 것처럼. 테슬라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한번쯤 생각해 볼 때다.

2차 전지도 본격 경쟁에 내몰릴 전망

전기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지 아니면 외부에 의존할지는 오래 전부터 있었던 논쟁거리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내연 전기차의 엔진과 마찬가지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데 이를 계속 외부에 맡겨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논리적으로 보면 이 전망이 맞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되려면 핵심 부분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술 개발이나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전기차 회사들이 자체 배터리 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아직 2차 전지 개발에 본격 뛰어들지 않은 이유는 시장이 작아서다. 신규 보급 기준으로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업체가 가지고 있는 점유율이 3% 밖에 되지 않아 지금 당장 비용을 치르기 보다 시장이 커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처음 기술이 만들어졌을 때에는 시장이 해당 산업의 존재를 무시하다가, 가능성이 보이면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줘 버블을 만든다. 그 영향으로 버블이 터지면 해당 산업이 없어질 것처럼 격심한 조정이 일어나고 이후 안정된다.

2차 전지 회사의 주가 조정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산업을 보는 시각의 변화일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거침없이 오르던 주가에 장애물이 생긴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2차 전지도 본격 경쟁에 들어가면 지금까지와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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