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진 속 선박수주 1위…올해는 1분기부터 독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한국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수주액이 총 12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을 넘어 초과 달성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국가별 선박 수주 실적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해 전 세계 선박발주 1924만CGT 중 한국이 819만CGT를 수주해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부진했던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집중 수주를 통해 성과를 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1분기 성과는 조선업계를 비롯해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산업계의 큰 짐을 덜어주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수주 목표, 초과 달성 가능성 높아

올해 1분기까지 수주 목표 달성률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3척을 포함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총 42척, 51억 달러(약 5조7000억 원)를 수주하며 올해 목표치의 65%를 달성했다.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1만2000TEU 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총 66척 중 삼성중공업이 절반(34척·52%)을 수주해 시장점유율도 1위를 기록했다. 이에 수주 잔고도 258억 달러로 늘어나며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해상 물동량 회복과 운임 인상 등으로 발주 환경이 호전되면서 컨테이너선과 원유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며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주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분기까지 한국조선해양은 61척, 50억 달러(5조6700억 원)를 수주하며 올해 수주 목표액 149억 달러의 33.5%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 원유운반선 10척, 초대형 LPG 운반선 5척, 컨테이너선 4척 등 총 19척(17억9000만 달러)을 수주해 올해 수주 목표액 77억 달러의 23%를 달성했다.

조선해운시황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발주가 지난해 보다 23.7% 증가한 2380만CGT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선종별로 LNG운반선은 320만CGT, 컨테이너선 630만CGT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여세를 몰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글로벌 발주가 부진한 상황에서 LNG운반선, 초대형컨테이너선, 초대형유조선(VLCC) 등 고부가가치 선종 분야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보여준 기술력과 품질로 이뤄낸 성과에 힘을 보태겠다는 전략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우리 조선사들이 친환경, 스마트화라는 조선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미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도 자율운항선박, 친환경 선박, 스마트 한국형 야드 등 조선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서 새삼 부각되는 韓 선박기술

국제적인 흐름도 한국 조선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5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30% 이상 감축하는 규제를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LNG 연료추진 선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 조선업계는 LNG 연료추진선이 2029년까지 향후 10년 간 2500~3000척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LNG추진선 시장도 한국 조선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2018년 7월 세계 최초로 LNG추진 대형 유조선을 인도하는 등 현재까지 총 50척을 수주하며 LNG추진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36척, 29척을 수주했다.

게다가 지난달 26일 삼성중공업이 파나마 지역 선주로부터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총 2조8000억 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단일 선박 건조계약으로서는 세계 조선업 역대 최대 규모다. 발주처는 세계 7위 선사인 대만 에버그린이다.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연료 절감기술과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이 탑재된 스마트 선박으로, 2025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호재에 이어 일본 조선사가 건조한 에버 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한 것도 삼성중공업은 물론 한국 조선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에버그린이 에버 기븐호의 선사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에버그린이 일본 건조사에 대한 기술 우려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조선업의 기술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사고로 인해 일본 조선업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조선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선박이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IMO의 선박 규정에 따라야 한다. 여러 기술적·환경적 규제에 대응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현재는 수소 선박 관련 기준이 없다는 점에 한국 조선업계가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스선의 경우 일반 화물이 아닌 액화가스의 저장, 운용, 비상시 절차를 포함한 관련 규정을 충족하는 등 표준 제정이 더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1월부터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수소선박 안전기준개발’ 사업에 참여하며 국내외 기술표준 수립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상업용 액화수소운반선에 대해 한국선급으로부터 기본인증을 획득한 바 있고 최근에는 울산시 등과 손을 잡고 LNG, 수소 등 친환경 연료 화물창 기술 개발에도 나서는 등 수소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친환경·스마트 선박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한화디펜스는 친환경 전기추진 선박을 개발했다. 한화디펜스가 공급하는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잠수함용 리튬전지체계 기술을 기반으로 선박 운용환경에 맞게 별도로 개발한 제품이다. 안전성 및 신뢰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선박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독자모델 엔진인 힘센엔진(HiMSEN)에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기존보다 10% 이상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내는 선박운전최적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