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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대한민국 부동산, 공급의 문제 아니다

  • 이제까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을 계속하면서 투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4 대책으로 주택정책이 공급위주로 크게 선회한 데 이어 4월 재보선선거의 쟁점도 부동산 재개발·재건축으로 집중됨에 따라 여론이 크게 비등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정책은 모두 잘못된 것으로 간주되고, 결국 ‘공급이 부족해서 전국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구나’라는 식으로 여론이 이끌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무리한 정책이 결국 집값을 폭등시켰다는 시론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이번 부동산 사이클의 출발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빚내서 집사라’ 정책임은 분명하다. 당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시해 각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시작된 집값 상승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를 만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기준금리는 0.5%까지 낮아졌고 통화량(M2)은 2000년 1월 676조 원이던 것이 지난해 11월 3183조 원까지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무려 25차례의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폭등세는 꺾이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대체로 투기수요에 대한 규제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조정대상지역 확대,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 강화, 양도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강화의 3종 세트가 대표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이 시기 공급이 적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의 준공실적을 보면 이전 정부보다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볼 수 있고 어떤 해는 2배 이상 공급이 늘어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간 서울에 연평균 3만9734가구가 입주했는데, 2010년부터 2016년 평균치보다 8000가구 이상 많은 물량이다.

그런데 왜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을까.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집값 폭등의 현실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서울 75개 단지 11만7000채의 아파트 값 시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 30평형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2017년 5월 6억4000만 원에서 올해 1월 11억4000만 원으로 올라 7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전 보수정권의 상승률을 크게 초과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실패의 근간에는 엇갈린 정책으로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됐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사업자 정책이다. 이 정책은 본래 임대사업자를 양성화시켜 전월세 시장의 흐름을 장악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이루겠다는 선의로 시작됐다. 그러나 세금 및 건강보험료 등 과도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임대사업자가 가진 막대한 물량이 시장에 잠기고 매물이 나오지 않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럼으로써 실제로 임대사업이 투기의 중요한 방편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임대사업자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효과를 볼 수도 있었던 부동산정책을 무의미하게 만든 대표적인 정책 실패다.

거기에다 25차례나 거듭되는 부동산대책이 대부분 오르는 지역만 찔끔찔끔 규제하는 핀셋규제였다는 것도 문제다. 특정 지역만 잡으면 당연히 돈은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오히려 다음 번 투자할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켜주는 부작용마저 일으켰다. 그것을 뻔히 보면서도 같은 정책을 반복함으로써 사실상 가격상승을 용인했던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이 난맥상을 보인 것은 청와대 내부에 부동산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국토교통부 등에서 파견 나온 전문가들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공급위주의 부동산정책에 과도하게 익숙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부동산 및 건설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몇 년 뒤 주택공기업이나 협회, 민간건설업체 등에 그들이 갈 자리가 있기 때문에 건설업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서 부동산가격 폭등을 잡는데 실패하자 마침내 청와대에서도 공급부족이 집값 상승의 근본원인이라는 식으로 입장을 전환했다. 1인가구의 증가라는 인구구조의 변화를 놓쳤다는 등 변명이 잇달았다. 그 결과 나온 것이 ‘2.4대책’이다.

이것은 공공주도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고 역세권을 고밀도로 개발하며 정부가 가진 땅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이다. 그리고 광명과 시흥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러한 계획이 나오자마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짐으로써 추진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이처럼 공급정책의 초점이 재개발·재건축으로 다시 옮겨가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실효성이 있는 주택공급정책인지는 의문스럽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공급된 집은 모두 16만 호지만, 이중 재개발·재건축으로 공급된 주택은 1만4000호로 8.6%에 불과했다.

재개발·재건축은 기존의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기 때문에 순증분이 많을 수 없다. 그렇다고 서울시 주택 전체를 고층의 마천루로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러한 재개발·재건축의 과정에서 오히려 투기적 수요가 몰림으로써 집값 상승에 불을 붙인 경우는 허다했다. 재개발·재건축은 공급효과는 낮으면서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높은 정책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3기 신도시 지정 등 공급정책이 단기적으로 뛰고 있는 집값을 잡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택지를 지정하고 조성하며 개발 주체를 선정하는 등 7~8년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강남과 같은 수준의 신도시를 지어야 한다는 발상도 그러하다.

강남이 오늘날과 같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과 투자, 그리고 정책적 배려가 이뤄졌다. 그 결과 누구나 들어가서 살고 싶은 곳이 된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이러한 정책이 단기적 대안으로 주장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정책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후분양제나 분양가원가공개 등이 그러한 정책이 될 것이다. 현재의 선분양제는 카탈로그나 모델하우스만 보여주고 입주자의 돈으로 집을 짓는 방식으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당연히 주택업자는 높은 가격으로 분양하는 데만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 주택의 품질에 등한하기 쉽다. 이러한 제도 하에서는 건설업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고 소비자는 매우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후분양제와 분양가 원가공개는 이러한 관계를 바로 잡음으로써 시장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

공급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정책은 공급을 계속하면서 투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정부는 그러한 요소를 찾아내 제도를 다듬고 이제까지의 정책기조에 일관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공급은 적지 않았으나 가격은 올랐다. 그런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정책은 다시 한 번 투기 붐을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정인호 객원기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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