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과장 논란 본격화…산재한 제도적 장벽도 걸림돌

현대차그룹이 적용 중인 AI 기반 부분자율주행 시연 장면.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글로벌 자동차·IT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특히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1’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 구동에 필요한 차별적인 주행 보조기술과 새로운 헤드업 디스플레이 기술들이 유독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4일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정부부처 합동 사업단이 출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단시일 내에 상용화된다는 예측 자체가 과장이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속속 나오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나온 각종 자율주행 관련 청사진이 당장 현실화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 줄줄이 지연

지난 2월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기술 합작사인 모셔널이 일반도로에서 무인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셔널은 수년에 걸쳐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했다.

올해 초 현대차, 닛산,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기업들과 ‘애플카’ 생산 협력을 논의하다 중단돼 큰 주목을 받았던 애플도 자율주행차에 관심이 많다.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LG전자의 경우 모바일 기술을 사장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 모바일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하는 등 미래 기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도 “LG전자는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가 거대한 모바일 디바이스가 되는 시대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LG전자가 쌓아 온 핵심 모바일 기술을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디바이스에 적용해 미래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가 자동차와 IT 업계에 가장 뜨거운 이슈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용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율주행차가 넘어서야 할 장벽이 높다. 아무리 빨라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2025년 전에 쉽지 않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일단 구글 웨이모, 인텔 모빌아이 등 IT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력을 뽐내고 있지만 자동차라는 실체가 명확해야 상용화가 가능해 보인다.

완성차업계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18년부터 자율주행택시 출시를 기점으로 빠른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겠다던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 이후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미뤘다. 미래차 시대를 선도하겠다던 BMW와 포드 등도 최근 자율주행차의 윤곽이 2025년 이후에나 드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나마 현대차그룹이 2023년 부분자율주행택시 형태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구글 웨이모 CEO 전격 사퇴…자율주행 논란 부추겨

최근 자율주행 선두주자로 꼽히는 기업은 역시 테슬라와 구글의 웨이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곧 출시할 것이라며 여전히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웨이모의 입장은 다소 달라지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외신에 따르면 존 크래프칙 웨이모 CEO가 전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CEO직에서 물러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크래프칙 CEO가 사임 이유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일정이 계속 늦어지면서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크래프칙의 퇴장은 그동안 자율주행에 대한 희망이 과장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거의 모든 기업에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CNBC에 따르면 웨이모는 공공 도로에서 2000만 마일(약 3219만㎞) 이상 주행하고 시뮬레이션에서 200억 마일을 주행하는 등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다른 기업들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자율주행 시대가 실제로 오기까지 그 규모를 확장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여전히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테슬라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이지형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테슬라가 실제 도로에서 사용 가능한 자율주행 베타 서비스를 공개하면서 테슬라만의 독자적인 자율주행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도 “독자적인 방향성을 갖춘 테슬라의 자율주행 방식은 보급 확대에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기술적 약점과 제도적 장벽을 극복해야만 실제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적·사회적 신뢰도 형성 아직까지 요원

자율주행차의 걸림돌은 기술 외적인 부분에서도 다양하게 노출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기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기준이 확립돼야 한다. ‘안전한 자율주행차란 무엇인가’를 두고 업계에서 꾸준히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위급한 상황에서 운전자나 보행자 중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문제도 여전히 논란이 이어진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 전 관련 법규 제정도 시급하다. 자율주행차 개발이 활발한 미국에서도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만 자율주행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을 정도로 세계 각국의 법규 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국가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자율주행차 관련 법규와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AMR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19년 542억 달러(약 61조5000억 원)에서 2026년 5560억 달러(약 631조원)로 연평균 39.47% 성장이 전망된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기술 고도화와 함께 관련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며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오류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 기술적 안전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상용화 이후에도 제대로 보급되기까지는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