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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또 진흙탕 싸움…바이든 결정 ‘초읽기’

‘바이든 거부권’ 나올까…美 현지서도 이목 집중
  • LG와 SK는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는 LG가 완승했지만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SK가 승기를 잡으면서 이제는 장기화 국면을 넘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두 소송이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합의금 협상 주도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 배터리 분쟁에 개입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 배터리 등에 10년간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일(현지시간)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미국 현지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거부권 행사 가능성 낮지만 ‘혹시…?’

당초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2013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있었다.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한 ITC 판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문제는 최근 10년 간 600여 건의 ITC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이 한 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특히 ITC가 포드 등 미국 기업의 보호를 위해 유예기간을 둔 점도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SK 거래처인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포드는 각각 2년과 4년의 유예기간을 받아 그 안에 대체 공급사를 찾을 수 있는 여지를 줬다. 미국 내 피해가 당장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친환경차 보급 및 일자리 창출 정책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ITC 결정대로라면 SK의 미국 내 사업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대대적인 전기차 확대 정책으로 많은 배터리가 필요한 미국 정부가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거부권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지사도 지속적으로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조지아에서 진행되는 SK의 배터리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ITC의 최근 결정은 SK의 미국 내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적인 제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치열한 LG와 SK의 美 행정부 상대 로비전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7일 열린 백악관 브리핑에서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문제는 전문가들과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윤리적 잣대가 엄격한 최근 미국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상당한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G와 SK는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K는 캐럴 브라우너 전 환경보호청장과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부장관 등 워싱턴에 인맥이 넓은 인사들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LG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한 어니스트 모니즈로부터 조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경우 적극적인 로비전과 함께 압박 전략도 함께 펼치고 있다. SK는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LG는 2025년까지 미국에 5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하겠다며 미국 정부의 환심을 사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 이후 양사가 합의를 향해 갈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간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SK는 수입금지 조치가 무효화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LG와 합의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의 경우 SK는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것 역시 승소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LG가 SK에게 기존보다 더 많은 합의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LG와 SK, 합의는 요원…“끝까지 간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별개로 LG와 SK 양사는 2019년 9월 특허권 침해 소송을 ITC에 제기한 바 있다. LG가 SK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지난 1일 ITC가 “SK가 LG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예비결정을 내렸다. SK가 문제 삼은 특허는 이미 LG가 선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SK는 증거인멸을 했으니 SK를 제재해 달라는 LG 측 요청은 ITC가 기각했다. SK가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의 ITC 예비결정은 오는 7월 30일 나올 예정이다. 여기서 LG의 SK 특허 침해가 인정되면 LG 배터리 제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특허권 침해 소송이 양사의 합의금 주도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SK 측은 “정정당당한 소송보다도 합리적 근거 없이 문서삭제 프레임을 주장하는 LG의 소송전략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며 “당사는 정정당당하게 소송에 임해 본안 소송에서 당사 배터리의 우월한 기술력과 차별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LG 측은 “특허소송이 예비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승리로 마무리된 것처럼 표현하면서 판결내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물론 2년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동일한 억지 주장을 펼쳐가는 SK의 이러한 행태는 발목잡기일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최종결정이 난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해 원색적인 비판을 하다 특허 침해 예비결정이 나오자 ITC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행동인지 의문스럽다”고 반박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특허권 침해 소송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제는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양사의 배터리 분쟁이 합의를 향해 가지 않고 점점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시장 선두 자리를 놓고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국의 공세는 물론 유럽 배터리업계와 자동차업계의 배터리 자급자족 움직임까지 감안하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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