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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분쟁 종결, 시너지 극대화

美·中 패권다툼에 대응…‘K 배터리’ 글로벌 전략 재편
  •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 라인.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고 있던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 자사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집단 이직하며 기술이 탈취됐다고 판단한 LG에너지솔루션이 ITC에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제기한 지 713일 만이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 원(현금 1조 원+로열티 1조 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향후 10년 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K-배터리’의 핵심인 양사는 극적인 합의 이후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은 물론 유럽 배터리 굴기에도 대응해야 한다. 숙적 중국과의 정면승부는 말할 것도 없다.

LG·SK 합의는 사실상 미국 압박으로 성사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가 공정 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LG의 의지가 반영됐고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도 이번 분쟁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제 양사는 장기간의 배터리 분쟁으로 제동이 걸렸던 부분을 걷어내고 다시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숙적 중국을 비롯해 유럽 배터리업계와 완성차 업계 등 후발주자들을 뿌리칠 발판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가 전격적으로 합의를 한 후 내외부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당연히 이번 배터리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냉철하게 되짚어 볼 필요는 있지만 이미 배터리 분쟁이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진행되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없이 따져봤을 것이기 때문에 양사의 시선은 온전히 미래를 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한국 산업계는 양사의 배터리 분쟁을 지켜보면서 미국시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사 사장은 합의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극적 합의의 배경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사실상 미국 정부의 압박이었다. 미국 내 친환경 및 일자리 확보 정책이 자칫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압박성 중재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후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LG와 SK의 또 다른 승부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특허로 유럽 선점 전략

양사의 합의를 기점으로 K-배터리가 세계무대에서 지속적인 존재감을 확보키 위한 조건은 갖춰졌다. 우선 후발주자들에 대응하면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이미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에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분쟁이라는 내부 리스크가 사라진 한국 배터리업계의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이 기대되는 이유다.

주목할 점은 가파른 유럽의 성장세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중 유럽 지역의 생산 비중은 지난해 7%에서 2030년 31%까지 확대돼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PO)에 4종의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상표를 등록했다. 등록된 상표들은 삼성SDI가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유일하게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다.

폭스바겐이 앞으로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장착하겠다고 밝힌 데다 전반적인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어 삼성SDI의 이번 상표 등록은 각형 배터리의 브랜드화를 통해 유럽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도 미국은 물론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장기 물량 공급을 체결한 상황이라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이번 양사의 합의를 통해 그동안 진행되고 있었던 국내 기업 간 협력관계도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배터리 분쟁 관련 합의로 인해 양사가 배터리 라인 증설과 사업 확장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배터리산업에 긍정적으로 판단된다”며 “장기간의 소송 불확실성 종료를 통한 전기차 배터리 수주 확대가 가능하고 소송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상승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자회사 SKIET 기업공개 및 자회사 지분매각 등을 통해 2조 원 내외의 현금유입도 가능해 합의금에 대한 재무구조 악화 우려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 조지아주 공장 추진…LG는 미국 내 2공장 설립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IET는 오랜 기간 LG에너지솔루션에 분리막을 납품해왔다. 분리막은 리튬이온배터리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핵심소재 중 하나다. 배터리 분쟁이 시작된 이후 다소 소원해진 측면이 있지만 양사가 합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서로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이 부문에서 우선적인 협력관계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로 SKIET가 최근 중국 강소성 창저우에 위치한 분리막 2공장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SKIET가 지난해 11월 상업 가동을 시작한 중국 창저우 1공장에 이어 5개월 만의 쾌거다. SKIET 분리막 기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중국기업 CATL과 세계 1~2위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도 호재라고 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미국 내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외신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제2배터리 공장은 총 23억 달러(약 2조6000억 원) 규모로 테네시주에 건설될 예정이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제1배터리 공장과 비슷한 규모다. 오하이오주 공장은 내년 양산 예정으로 연산 35GWh의 생산능력이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예정대로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조지아주 배터리 1·2공장에 이어 2025년까지 24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1공장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고 2공장은 2023년 양산에 돌입한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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