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과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생존 경쟁 막 올라

신한금융투자가 개인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전날 업무협약 체결을 마친 신한금융투자-코리아크레딧뷰로 관계자. 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마이데이터 시대’가 또 한 번의 금융 혁명을 불러올 수 있을까.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오는 8월 4일부터 시행되면서 금융권을 비롯해 빅테크(대형 IT업체), 통신사 등 기업들의 눈치작전이 분주하다. 금융서비스를 놓고 기존 금융권과 플랫폼 사업을 기반으로 한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의 주도권 싸움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기점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 사업, 유통·헬스케어까지 연관 서비스 개발 다양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나 빅테크 기업에 흩어진 개인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개인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개인정보를 본인이 관리하고 결정할 수 있게 만들자는 개념에서 시작됐다.

서비스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금융사나 빅테크 업체가 보유한 개인정보를 본인 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전송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일반 개인들도 다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연관 서비스도 무궁무진하게 개발할 수 있다. 개인자산종합관리 서비스를 시작으로 투자 자문, 신용정보업부터 공공서비스나 e커머스, 유통, 헬스케어 등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제공받을 수 있는 개인 데이터가 계좌·대출·카드·보험·금융투자·간편결제·주문 등 대부분의 핵심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다양한 업무를 겸할 수 있다. 이에 금융권은 물론 핀테크 업체(금융·IT기술 융합), 빅테크 기업, 통신사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금융위는 금융권 14곳, 핀테크 업체 14곳 등 총 28곳에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승인했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신한·우리 등 시중은행과 카드사, 저축은행 등이 포함됐다. 핀테크의 경우 네이버파이낸셜, 뱅크샐러드, 쿠콘, SK플래닛 등 14개사가 본허가를 받았다. 신청기업이 늘어나자 금융위는 지난달부터는 매월 허가 신청을 받고 있으며 현재 80개사가 신청을 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T 기반 기업, 발빠른 신기술로 승부하나

우선 네이버·카카오같은 빅테크 기업의 자회사를 포함한 핀테크 업체들은 IT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금융에서 기존 금융권을 앞서고 있다. 이들은 기존 금융권보다 발빠르게 IT 서비스와 결합해 클릭 몇 번만으로 가능한 간단한 소액 대출과 금융자산 관리, 증권투자 서비스 등을 선보이면서 금융권을 위협해왔다. 핀테크 선두업체중 하나인 토스는 이미 현재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만 해도 계좌, 대출, 보험, 카드, 투자 등 40여개가 넘는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 되면 이들 서비스를 기반으로 완벽한 개인정보를 받아 한층 진화한 금융서비스를 완성시킬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도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에 청신호가 켜져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예비허가 심사에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 보류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과 연동 서비스가 가능한 업체인 만큼 파급력도 클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금융 플랫폼 사업은 성장 속도가 빨라 몇 개월 만에도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오프라인 지점 없는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2019년(137억원)에 비해 무려 8배 성장했다.

금융권, 합종연횡으로 기술 취약성 보완

금융권은 통신사 등과 연합하며 취약 부분인 기술 분야를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25일 LG유플러스와 디지털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LG유플러스의 공식 온라인몰 유샵 서비스와 하나금융그룹 각 계열사의 금융 상품 결합을 통해 디지털 기반의 상품 개발 및 마케팅을 공동 진행키로 했다. 하나카드 김성주 디지털글로벌그룹장은 “디지털 시장 대응을 위한 핵심 키워드는 ‘융합과 협업’”이라며, “디지털 동맹을 통해 손님 중심의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최대 혜택을 줄 수 있는 디지털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8월 KT와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마이데이터 사업 공동 추진 및 인공지능(AI) 워크샵 등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KT, 현대중공업그룹, LG유플러스 등이 참여하는 AI산학연 협의체 ‘AI원팀’ 에도 합류했다. 금융영역에서의 AI 활용과 공동연구 등 사업 협력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처럼 마이데이터 사업을 기점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고객들을 지키려는 금융권과 신기술을 무기로 한 금융 플랫폼 기업 간 각축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