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사장 “신성장 동력 확보와 ESG 경영에 주력할 것”

백복인 KT&G 사장(가운데)이 2030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상상실현위원회’ 위원들과 아이디어 공유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T&G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내 담배시장이 1988년 완전 개방된 이후 KT&G는 다국적 담배기업들의 거센 공세를 이겨내고 현재 60% 대 점유율을 지켜내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담배시장이 개방되면 현지 담배기업은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인수 합병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배 가까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KT&G를 이끌고 있는 백복인 사장은 KT&G가 민영화 성공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큰 성과를 일군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와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 균형적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등으로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입사 23년 만에 CEO 자리 오른 정통 ‘KT&G맨’

KT&G 실적개선에는 민영화 이후 내부출신 전문경영인들의 강도 높은 경영혁신이 바탕이 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특히 독립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우수한 지배구조 역시 신속하고 합리적인 경영판단으로 연결돼 뛰어난 성과의 기반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 중에서도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출신으로 첫 CEO 자리에 오른 백 사장은 평생 KT&G에만 몸담은 정통 ‘KT&G맨’으로, 입사 23년 만에 사원에서 CEO로 변신한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KT&G 각 분야에서 풍부한 업무 경험을 쌓으며 터키법인장, 마케팅본부장, 생산·R&D부문장,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담배산업 전문가다.

백 사장은 마케팅본부장 시절 외국 담배의 공습으로 떨어졌던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역량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4년 77.3%였던 KT&G 국내 시장 점유율은 점차 내리막을 타고 58.8%까지 떨어졌다. 백 사장은 2011년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시장 점유율을 59.0%로 반등시켰고 1년 후인 2012년에는 62.0%로 올려놨다.

201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백 사장은 실적 개선에 우선 집중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KT&G 매출은 상승세를 그려왔다. KT&G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5년 4조1698억 원, 2016년 4조5033억 원, 2017년 4조6672억 원으로 계속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5조3016억 원으로 사상 처음 5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1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이 확정돼 향후 3년 더 KT&G를 이끌게 된 백 사장은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경영 환경 속에서 회사를 이끌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해외사업을 한층 더 고도화시켜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다지고 사업다각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진출 100개국 돌파…해외시장 개척 가속화

KT&G는 지난해 해외진출 100개국 돌파, 중동 수입업체와 7년 간 2조2000억 원 규모의 메머드 급 수출계약 성사 등 글로벌 사업을 집중 육성해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5조 원 시대를 열었다. 또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과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의 수출계약을 일궈내는 등 굵직한 성과를 창출했다.

백 사장은 국내외 현장에서 다진 다양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현장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궐련과 전자담배의 두 축을 성장시킨 ‘양손잡이 경영’ 등 신(新) 경영이론을 시장상황에 맞게 적용한 돋보이는 기획력을 발휘했다. 또 단기간에 글로벌 사업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끈 신속한 업무 추진력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동 수입업체와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가 이어졌으나 백 사장은 협상 난항을 극복하고 국산담배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백 사장의 뚝심이 빛을 발한 의미 있는 성과였다.

중동 수출 건은 계약기간이 2027년 상반기까지로 약 7년 4개월이며 금액은 2조2576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이다. 연간 최소 구매수량을 설정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게 됐고 이를 통해 주춤했던 해외 주력시장의 불확실성도 해소하게 됐다.

백 사장은 “이제까지의 해외시장 개척을 더욱 가속화해 2025년까지 전 세계 커버리지를 글로벌 경쟁사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올해에는 대만법인을 설립했고 향후 해외법인 수를 늘려갈 방침으로 기존 법인의 유통 커버리지 확대 및 직접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질적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SG 경영으로 환경적·사회적 우려 불식

KT&G가 국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습은 국가 경제 발전 측면으로 봤을 때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담배기업으로서 태생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사회적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백 사장은 최근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백 사장은 ESG 전담 조직인 ‘ESG기획팀’과 ‘에너지환경기술팀’을 신설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의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를 강화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그간 ESG 경영을 강조해 온 백 사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 에너지환경기술팀은 환경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목적으로 조직됐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키 위해 에너지 효율 최적화와 신재생 에너지 도입 등으로 탈석탄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빗물 취수방식 도입, 환경친화적 제품 설계 등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무엇보다 기후변화 대응을 1순위 목표로 원료 재배와 구매에서부터 제조, 소비, 폐기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상위 수준 ESG 등급 관리를 위해 국내외 인증 획득에도 박차를 가한다. KT&G는 이미 ISO14001(환경경영시스템),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등을 획득해 사업장의 체계적 품질 및 환경 관리 시스템을 인증받았다. 추가로 ISO50001(에너지경영시스템), ISO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등의 인증을 획득해 ESG 분야 신뢰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백 사장은 2007년부터 ‘KT&G REPORT’를 발간해 ESG 경영 성과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활동의 성과를 국내외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고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KT&G는 이러한 ESG 경영 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투자정보 제공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실시한 ESG 평가에서 AA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톱3 담배 기업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