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홈페이지. 사진=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크라우드 펀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부상하며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정 인원의 사람들에게 돈을 모아 제품을 만드는 ‘후원형’과 주주를 모아 투자를 받는 ‘증권형’, 순수한 기부 목적으로 지원하는 ‘기부형’ 등이 있다. 와디즈, 크라우디, 텀블벅 같은 회사가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지난해 성사시킨 펀딩 금액은 200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1435억원에 비해 40% 늘어난 규모다. 4년 전인 2016년(106억원)에 비해서는 무려 20배가 성장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세계 크라우드 펀딩 시장규모는 2015년 40조원에서 2020년 100조원대까지 커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크라우드 펀딩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신제품 ‘삼성 비스포크 큐브’를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보여 7일간 2억 6000만 원을 모아 목표액의 620%를 달성했다. 비스포크 큐브는 맞춤형 소형 냉장고다. 이마트는 캠핑 마니아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캐나다산 차박텐트를, SPC삼립은 불고기, 카레 등의 신제품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난해 출시했다. 대량소비를 지향하는 대기업이 소규모·주문제작의 강점을 지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직접 대중의 다양한 취향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초창기 신생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사업자들이 주로 이용했던 크라우드 펀딩이 점점 입소문을 타고 소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큰손’이 되자 대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대면 소비가 줄어들고 투자와 창업의 수단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더욱 각광받고 있는 것도 크라우드 펀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유용한 창업 수단으로도 각광

특히 크라우드 펀딩은 유행 제품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개개인의 필요와 신념에 따른 ‘가치소비’를 중시하고 제품에 직접 참여하기를 즐기는 MZ세대(밀레니엄세대+Z세대)의 소비 방식과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려동물 모듈러 하우스 브랜드 ‘몽보네르’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준비중인 한설희 대표는 “실생활에서 현재 소비자들이 원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크라우드 펀딩만큼 좋은 플랫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목돈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 아이디어와 같은 지향점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후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내 제품에 어떤 소비층이 맞는지도 판단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소비자와 ‘같이 만드는’ 제품이 된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비대면 사업이 늘어나면서 각종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각양각색의 제품 펀딩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와디즈가 펀딩을 모집한 프로젝트는 지난해에만 1만299건을 기록, 2019년(7883건)에 비해 30% 이상 성장했다.

신속한 소비자 트렌드 파악부터 기부를 통한 소통까지

대기업은 시장조사와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근 2~3년 사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부쩍 찾아 나서고 있다.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를 거쳐 제품이 완성되는 대기업 유통 시스템에서 벗어나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수요를 예측하는 ‘테스트베드’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펀딩을 통해 제품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에 재고 부담도 없고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소비자 아이디어를 공모해 제작한 15만원대 패딩 ‘플립 구스다운 점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은 목표 금액 50배에 달하는 펀딩률을 기록했다. 코오롱FnC의 스포츠 브랜드 ‘헤드’도 2019년 말 크라우드 펀딩으로 세로 퀼팅 기법을 적용한 ‘버티컬 구스다운’을 선보였다.

대중에 의해 모금된 금액을 전액 기부하는 기부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G마켓은 오는 17일까지 학교폭력 피해 학생 및 피해 가족의 심리케어를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기부 캠페인 ‘터치’를 진행 중이다. ‘터치’는 사회에 만연한 외로움, 불안, 트라우마를 어루만지고 치유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반영해 각계각층에 심리케어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소방관을 첫 시작으로 현재까지 학대 피해 아동, 코로나19 의료진, 돌봄노동자, 장애아동·청소년의 가족, 교통사고 피해 가족 등에게 총 1억 6000만원 상당의 지원이 이뤄졌다. G마켓 회원이 터치 캠페인 내 펀딩 버튼을 누르면 1번 클릭할 때마다 G마켓의 자체 사회공헌 기금에서 출연하는 방식이다. 고객 참여로 조성된 기금 전액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족의 심리케어 지원 사업에 사용된다는 것이 G마켓 측의 설명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성장에 대해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메이커·서포터들과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며 “스타트업,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견·대기업까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기업에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