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국제 구리가격이 현·선물기준 사상 최고가격을 갈아치웠다. 지난 2011년 세운 현물 최고가 톤당 1만180달러를 제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집계기준 구리 순매수 포지션은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다.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매수물량의 청산 부담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장·단기 이동평균선의 수렴과 확산을 나타내며 추세 변화를 알려주는 이동평균 수렴확산지표는(MACD) 상승 여력이 남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펀더멘탈도 우호적이다. 건설·인프라 부문의 호조세가 중국의 철강·구리 가격을 견인하고 있다.또한 중국 허베이성 탕산 철강단지의 오염 감축 목표율이 30%까지 높아진 점도 생산량 조절에 따른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청정에너지 육성,그린 인프라 등 새로운 구리의 수요처도 발생하고 있다.

구리 협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의 경우 전통적 시스템대비 12배 많은 구리를 사용하고,전기자동차도 내연기관보다 4~5배 많은 구리를 투입할 것으로 분석됐다. 석탄·석유 대신 자연친화적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녹색 전환’ 추진도 구리 수요를 확장시켜주고 있다.

반면,구리 채굴을 위한 투자는 저조해 구리의 공급부족은 심화되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7억달러를 기록한 구리 광산의 탐사 비용은 18억달러(2020년)로 급감했다. 구리가격이 상승하면서 투자자금 조달은 쉬워졌으나 실제 프로젝트 완성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시간내 공급물량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서는 항만 노동자들의 연금 관련 불복 시위로 구리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수급과 장기적 산업 환경까지 긍정적이며 추가 상승을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조정 가능성을 점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글로벌 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릿은 “구리를 금으로 나눈 비율과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거의 동일하게 움직여 왔으나,최근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을 상징하는 구리를 안전자산인 금으로 나눈 비율이 올라가면, 경기 호전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채권수익률은 상승(가격기준 하락)해야 한다.

스트릿은 “경기 회복이 맞다면 채권가격이 하락(수익률 상승)할 수 있는 점을 예상해 채권 매도를 고민해볼 시점이다”고 권고했다. 반대로 단기 과열에 따른 구리의 반전을 대비해야 한다.경기 회복이 밋밋하다면 구리 매도와 금 매수를 시도할 수 있다.구리 및 금 그래프와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간 격차의 축소를 대비한 매매 전략이다.

분석기관들은 지난해 11월 백신 보급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유 상품이 원자재 랠리의 첫 주자로 나서고 지난 3월말 바통을 구리로 넘겨준 것으로 해석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장기채 수익률 상승세는 멈추고,증시에서 소형주의 상대적 우위도 마무리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초장기 상승세를 의미하는 슈퍼사이클까지 구리의 호황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