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금융지주들이 간편결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금융환경에서 공격적 전략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을 느껴 그룹 차원의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지주들은 서비스의 핵심인 고객 정보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는 문제를 놓고 아직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지주, 간편결제 경쟁…종합지급결제사업자 진출 포석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는 빅테크 주도로 급성장중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는 물론, 개정안 입법을 추진 중인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은행, 우리카드와 함께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구축하는 플랫폼은 우리은행 계좌나 우리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타 금융 고객까지 이용 가능한 ‘개방형 플랫폼’으로, 온·오프라인 결제 편의성을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카드 앱인 ‘우리페이’에 삼성페이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결제, 타은행 계좌결제, 교통카드 결제 서비스 등도 순차적으로 탑재할 것이라고 금융지주측은 밝혔다. 또한 우리은행 애플리케이션(앱) WON뱅킹 내에 우리카드의 ‘우리페이’를 구현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입법 추진에 따라 마이페이먼트와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이 임박했다”며“빅테크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지급결제 시장에서 우리금융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액은 하루 평균 449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6% 증가했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기업들의 점유율(45.7%)이 금융회사(30.4%)보다 높았다.

KB국민카드는 ‘KB국민카드’와 ‘KB페이’, ‘리브메이트 3.0’ 등 기존에 제공하는 3개 플랫폼을 연내 KB페이를 중심으로 통합 앱을 구축하고, 통합 페이먼트 서비스로 발돋움시킨다는 방침이다.

KB페이는 MST와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탑재해 플라스틱 카드 수준의 결제 편의성과 범용성을 확보했다. 또한 오픈형 플랫폼을 지향하며 상품권, 지역화폐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했다.

KB국민카드는 KB페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 역량을 제고해 송금과 결제, 맞춤형 개인자산관리까지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카드도 ‘하나원큐페이’를 중심으로 간편결제 플랫폼 통합에 나서면서 올해 11월 안에 통합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카드혜택을 신청하고 조회할 수 있는 디지털 고객센터 기능을 포함시키고, QR코드를 통한 카드 결제 서비스도 확대해 아이폰 사용자의 편의성도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카드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제 범용성과 편의성을 제고해 생활특화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다. 하나원큐페이를 개인 맞춤형 채널로 확대해 개방형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NH농협지주 관계자는 “오는 8월 출시를 목표로 그룹 통합 페이먼트를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금융지주들이 마이페이먼트와 종합지급결제 사업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구축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서 도입키로한 종지업은 예금과 대출업무를 제외한 급여이체, 카드대금, 보험료·공과금 납부 등 계좌 전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핀테크 사업의 결정판이다.

빅테크 기업이 종지업 허가를 받으면 은행·카드사의 거의 모든 업무를 대신할 수 있게 된다. 금융지주들은 ‘○○페이’ 시장에서 빅테크 기업들에 계속 밀린다면 금융업 전반까지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고객 계좌정보 데이터 공개 놓고 서로 눈치 싸움만…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서둘러 결제 관련 플랫폼을 구축하고 나섰지만 빅테크의 플랫폼과 비교해 경계를 뛰어넘는 서비스 개방성이 뒤쳐질 경우 되레 자살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지주끼리 고객 정보를 개방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카드앱의 상위 버전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마다 고객 정보는 공유하기 어려운 핵심 데이터이다. 각 금융지주들이 자신들의 고객 정보를 상호 개방해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으나 현재는 서로 눈치만 보는 양상이다. 상호 개방할 금융기관의 종류도 현재까지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개방성을 중점으로 개발 중이다”고 밝혔지만 다른 금융지주의 폐쇄성을 은연중 공격하기도 했다. 금융지주간 전격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자율적으로 업계 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금융지주들은 카드사끼리 고객 정보 공개는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으나, 타 금융지주에 은행 고객 정보에 대한 공개 허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부분 “고객 정보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정도의 원론적 답변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관련 법률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혁신 기대감과 디지털 재벌 특혜 논란이 대립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비금융기업들이 계좌를 개설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지업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월 30만원 내에서 후불 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은 비금융기업들이 신용카드사와 같은 영업을 하게 해주는 근거가 된다. 위기감을 가진 카드사들이 금융지주의 통합 플랫폼 구축에 총대를 메고 나선 이유이다.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에 없던 서비스로 소비자의 효용은 올라갈 것이다. 문제는 이용자보호 측면에서 여전히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탁금 관리가 대표적 사례이다. 자금이체업자는 예탁금 전액을 은행 등에 예치ㆍ신탁하거나 지급보증 보험에 가입토록 했다.

반면 대금결제업자는 이용자 예탁금의 50%만 은행 신탁 혹은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되는데 나머지 50%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머지 50%에 대해서 계열사 등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