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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미래다] 세 기업 이야기, 진정한 승자는?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칼럼
  • 지난해 네슬레는 MSCI의 ESG 평가에서 AA, FTSE4Good 평가에서는 5점 만점에 4.9점을 받았다. (사진=네슬레 제공)
지속가능경영과 CSR(사회책임경영)의 교차로에 서서 한국 사회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며 과거 CSR과 CSV(공유가치창출)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반응을 생각해 본다. 미국 사회에서 CSR이 경영의 화두가 된 지 60여년이 지났고 우리 기업들이 20년 가까이 CSR을 얘기해 왔지만 아직도 그 본질과 시사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지 걱정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서는 이들 개념이 여전히 활발하게 논의되고 진화하고 있으며 각자 다른 역사, 배경 및 대표적 사례를 개발하면서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CSR이 기업의 책임과 윤리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방어적·소극적 개념이므로 경영 패러다임으로는 문제가 있고 CSV가 새로운 대안이라고 주장하던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CSR 또는 지속가능경영 사회에서 리더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기업들이 열광했던 CSV는 CSR 논의와 실무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잘 개념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포터의 과장되고도 겸손하지 못한 논문 작성 태도와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대응으로 지금은 폐기된 개념으로 취급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CSV는 기업이 최적의 이해관계자 관계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달성함과 동시에 경쟁우위를 확보해 경제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전략적 CSR과 지속가능경영을 지향하는 유용한 개념이다. 포터는 네슬레가 2005년 시작한 지속가능한 커피 공급망 관리 성공 사례에서 영감을 얻었다.

네슬레는 공정무역과 같은 커피농가에 대한 시혜적인 배려를 넘어 생산성 향상, 교육 및 소득수준,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고품질의 커피원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전형적인 ‘윈-윈’의 CSR 전략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

CSV로 대표되는 CSR 전략으로 네슬레는 여전히 지속가능경영 선도 기업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네슬레는 최근 5년 간 누적 주가수익률 45%를 달성했고 최근 팬데믹 상황에서도 그룹의 당기순이익이 2017년 70억 스위스 프랑에서 지난해 122억 스위스 프랑으로 증가했다.

또 다른 전형적 CSR 전략 성공사례는 잘 알려진 유니레버의 BOP(Base-of-pyramid) 전략이다. 저소득층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네슬레의 CSV 사례가 포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BOP는 프라할라드 미국 미시간대 교수에 의해 널리 알려진 전략적 개념이다. 그는 사회적 가치와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또 다른 사례로 유니레버의 샥티(Shakti)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2000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인도의 농촌 여성을 지원해 위생과 건강용품 판매 기업가로 길러 내었다. 교육, 금융 및 정보접근 지원 등을 통해 농촌의 위생·개선, 교육 및 소득수준 제고, 삶의 질 향상과 동시에 유니레버의 이익에도 크게 기여했다.

유니레버 또한 세계적인 지속가능경영 선도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2017년 65억 유로에서 56억 유로로 감소했지만 지난 5년 동안 30%의 누적 주가수익률을 보이고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전략적 CSR 또는 지속가능경영 성과는 당연히 높은 ESG 평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네슬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ESG 평가에서 AA, FTSE4Good 평가에서는 5점 만점에 4.9점을 받았다. FTSE4Good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소유한 FTSE인터내셔널이 만든 사회책임투자지수를 말한다. 유니레버는 지난해 MSCI 평가에서 A 등급을, 2019년 S&P ESG 평가에서는 100점 만점에 89점을 받았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투자위험과 수익률 예상을 반영한 평가지표다. 따라서 기업 환경과 사회적 성과와 함께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를 평가한다. 이전과는 달리 환경과 사회적 성과가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생존에 절대적으로 중요해졌고 그 이슈들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관여(engagement)와 행동주의가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투자자마저도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성과가 기업 생존과 경제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 최근 ESG 투자 열풍의 배경인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ESG가 아닌 경제적 성과, 예를 들면 매출액 및 영업이익 등은 덜 중요하다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투자자는 ESG 자체보다 그것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투자수익률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ESG 평가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어떤 기업의 ESG 점수는 높은데 경제적 성과가 나쁘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지속가능한 사회 창출에 도움을 주는 착한 기업이니까 투자수익률을 희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최근 다농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의 글로벌 식품회사 다농의 엠마뉘엘 파베르 전 CEO는 2016년 프랑스의 명문인 파리 공립경영대학원(HEC) 강의에서 “정의가 없으면 더 이상 경제도 없다”고 말했다. 기업과 이익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높은 사회적 가치인 정의, 평등, 행복 등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적 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등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왔다.

ESG 평가점수도 MSCI에 의해 AAA를 받을 정도로 우수하다. 그는 탄소조정 주당순이익(carbon adjusted EPS) 개념을 주장했다. 기존 EPS에서 다농이 배출한 탄소의 상쇄원가(offset cost)를 차감한 것이 지속가능한 순이익이고 진정한 이익 측정치가 돼야 한다고 믿었다.

배출권거래 시장에서 이산화탄소 톤당 가격이 35유로라면 2019년 다농의 EPS는 3.86유로에서 2.38유로로 38% 낮아진다. 이러한 환경영향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차감한 이익의 개념은 2012년 퓨마와 노보노디스크의 환경손익계산서에서도 시도됐지만 파베르는 진정으로 이것을 믿고 관리하려 했다.

그러나 경제적 성과는 부진했다. 경쟁업체인 네슬레와 유니레버가 최근 5년 동안 견조한 주가성장률을 보일 때 다농의 주가는 하락했다. 실망한 투자자들은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비록 투자자들이 파베르의 지속가능경영 추진 때문에 실적이 나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우수한 ESG 평가가 경제적 가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경제가 없으면 더 이상 정의도 없다”고 주장한다. 다농의 만성적인 적자에 불만을 가진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다농 이사회에 압력을 넣어 지난달 7년 동안 CEO 겸 이사회 의장으로 기업을 이끌어온 그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유사한 세 기업의 이야기는 최근의 ESG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최근 5년 간 이들 중 지속가능경영 승자는 누구일까? 세 기업 중 ESG 점수는 다농이 가장 우수하지만 경제적 성과가 부진해 행동주의 투자자의 실망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네슬레는 우수한 ESG 점수와 경제적 성과로 투자자의 사랑을 받고 성장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진정성을 가진 오래된 지속가능경영 리더로서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ESG 점수가 기업경영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며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진정한 지속가능경영 리더가 돼야 마지막 승자가 될 것이다.

투자자는 착한 사람들이 아니며 착한 기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착한 행동을 통해 경제적 성과가 좋아질 때만 그 기업을 좋아한다. 결국 전략적 CSR이나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사회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윈-윈 모델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ESG도 ESG 투자도 모두 허망하게 끝날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나 이해관계자자본주의 달성이 전략적 CSR이나 지속가능경영 모형의 개발에 달려있다고 필자가 끊임없이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 권고한다. ESG 평가에 매몰되지 말고 지속가능경영 리더가 돼 전략적 CSR의 성공사례를 만들기 바란다. 미래에는 지속가능경영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서 벤치마킹을 하는 기업이 아니라 벤치마크가 되기를 바란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 센터장)

●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프로필

현재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의 ESG 센터장. 국내 최초로 대학원 지속가능경영·녹색금융 전공을 개설해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속가능경영 관련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환경경영학회 창립인으로서 회장을 역임했고, 국민연금기금 사회책임전문위원과 인천시 녹색성장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는 <책임지고 돈 버는 기업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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