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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칼럼]가격 급등으로 관심 집중된 가상화폐

가상화폐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그 덕분에 거래대금이 급증했다. 4월 중순에 하루 가상화폐 거래대금이 24조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시점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거래대금이 19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가상화폐에 관심이 이렇게 높아진 건 가격 때문이다. 작년 3월 16일 639만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4월 14일에 8055만원이 됐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24배 올랐고, 도지코인은 6개월만에 220배 상승했다. 단기에 큰 수익이 발생하다 보니 가상화폐 투자가 급증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기관이 가상화폐 투자를 늘린 것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7년 미국에서 비트코인 거래 중 기관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4월 해당 비중이 60%를 넘었다. 테슬라 등 기술 기업이 가상화폐를 가지고 자사 제품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도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가상화폐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다. 우선 변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에 열흘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30% 하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가격이 이렇게 크게 변하는 건 가상화폐의 가치를 산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주식은 실적으로, 환율은 해당 국가의 경제와 외환사정으로 가치를 측정할 수 있지만 가상화폐는 그런 수단이 없어 그 때 그 때 수급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게 된다.

투기성도 여전하다. 다른 나라는 전체 가상화폐 거래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 반면 우리는 20%도 되지 않는다. 대신 가격이 싼 이른바 ‘동전 코인’의 비중이 대단히 높다. 그만큼 투기성이 강하다는 의미가 되는데, 가격이 바뀔 때마다 큰 손실이 발생했다.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해 명확한 입장 없어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다. 교환을 위한 수단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교환의 도구가 될 거라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교환을 위해 쓰이려면 가격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하루에 10% 넘게 오르고 내릴 정도로 변동이 심해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가상화폐를 둘러싼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체를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오를 때마다 훼방을 놓고, 세금까지 걷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불만과 달리 우리 정부는 아직 가상화폐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시장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작년 3월 제정된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때문에 발생했다. 2018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불법 자금을 막기 위해 여러 나라에 가상화폐에 대한 법령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해 만들어진 법인데 이를 계기로 가상화폐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법안의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거래소에 관한 내용이다. 실명거래가 가능하고, 자금세탁방지시스템과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받은 곳 중 매매 업무를 하려는 사업자는 올해 9월까지 신고하도록 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200개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해당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은 다섯 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은행이 실명거래를 대행해 줬지만 은행이 가상화폐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걸 꺼리고 있어 실명거래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은행이 대행해주고 있는 다섯 곳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보보호도 7개 거래소외를 제외한 다른 곳은 인증을 받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9월까지 신고하지 않으면 거래소 중 다수가 폐쇄될 수 밖에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문제 발생 가능성을 미리 알려줘 대비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게 오해를 낳았다. 세금도 사정이 비슷하다. 2019년에 국제회계기준에서 가상 화폐는 금융자산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래서 특금법에서 가상 화폐를 기타자산으로 분류해 2022년 1월부터 한해 이득 250만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 20% 세율로 과세를 하겠다고 정했다. 이 규정은 그림을 사고 팔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가상 화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가상 화폐 열기도 식을 듯

앞으로 가상화폐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새로운 투자 대상이 나올 때 사람들의 행동은 항상 비슷하다. 처음에는 모르기 때문에 거부하다가 조금 익숙해지면 열광해 버블을 만들고, 이 과정이 끝나면 모든 게 사라질 것처럼 가격이 하락한다. 급등 급락을 몇 번 겪은 후에 사람들의 관심이 줄면서 가격이 안정 국면에 들어간다.

선물 옵션시장도 앞에서 얘기한 길을 거쳐왔다. 우리나라에서 선물·옵션 시장이 처음 열린 건 1996년이다. 4년이 지난 2000년에 미국에 이어 거래량 2위 시장이 됐다. 수학적으로 복잡한 계산이 필요해 미국에서 전문가만 한다는 옵션 거래에 우리는 가정 주부들이 뛰어들었다. 손실을 본 후 떠났고 이제는 옵션에 관심 있는 개인투자자는 없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작년 말 133만개였던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실명계좌수가 올해 2월 250만개가 됐다. 1년간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관심이 가상화폐로 모이는 게 당연하다. 시간이 지나면 이 열기가 식을 것이다. 경험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집단 지성이 만들어지면 투자자들의 행동이 합리적이 되고 그러면 가격 변동이 줄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것이다. 그 때 가상화폐는 대표적인 몇 개만 남을 수 있다. 가격이 오를 때 흥분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 돈을 버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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