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들 카카오 고발…피해자 공개 접수도 받아

4일 '(사)소비자와 함께' 관계자들과 법무법인 혜 황다연 변호사가 펀드매니저 명의를 도용한 투자상담 채널을 방치한 카카오를 형사고소 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고발장 접수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A씨는 자금 운용 상담을 해오던 펀드매니저 B씨를 신뢰했다. 의심할 이유도 없었다. 유명 증권사의 펀드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카카오톡채널을 통해 투자상담을 이어왔다. 채널에 공개된 B씨의 이름, 얼굴, 직장명은 A씨가 알던 그대로였다. 지난해 1월 A씨는 총 2억원을 B씨가 안내해준 주식회사 명의의 은행계좌로 송금했다. 하지만 B씨는 ‘가짜’ 인물이었다. 유명 펀드매니저를 사칭한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다.

B씨가 사칭한 펀드매니저 C씨는 이 같은 불법 ‘리딩방’ 카카오톡채널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주식 리딩방은 고수익을 미끼로 선전하며 투자 자문료를 챙기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가리킨다. 이에 C씨는 카카오에 사칭 계정을 신고했지만 카카오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카카오가 무반응으로 일관한 사이 A씨의 피해 사건이 터진 것이다. 급기야 시민들까지 나섰다. 지난 4일 ‘소비자와 함께’, ‘금융소비자연맹’, ‘해피맘’ 등의 소비자단체들은 카카오를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전기통신사업법위반방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피해자 및 고발인을 대리한 황다연 변호사는 “카카오가 영리를 목적으로 카카오채널 사용자가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도록 하는 통신 역무를 제공하면서, 본인이 운영하지도 않는 사업체나 타인 또는 허무인의 이름으로 채널을 손쉽게 개설할 수 있도록 하였고 명의도용 여부, 당사자가 동일한지 여부 등을 체크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와 함께’ 측은 지난 14일 “공동고발을 위해서 피해자 공개 접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카카오톡채널은 일반인, 비즈니스, 소상공인 등 누구나 개설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라며 “가령 동네빵집도 채널 개설을 통해 쿠폰, 이벤트를 알리고 물건을 팔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불법 행위가 나타날 경우 즉각적으로 제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타인을 사칭한 카카오톡채널 개설을 사전에 막는 것은 제한적으로 작동된다. 카카오 측은 “채널 이름과 검색용 아이디는 유명 브랜드나 유명인을 사칭하는 경우나 일반명사, 음란·욕설 등의 단어가 포함된 이름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카카오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사칭한 카카오톡채널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자 이를 모두 제재하는 조치를 취했다.

카카오 피해신고 루트 다양해 신속한 조치 어려워
문제는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을 사칭할 경우다. 이때는 카카오에 신고하지 않는 한 사칭 채널이 제재 또는 삭제 조치를 받을 수 없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 권리침해 신고를 통해 사칭 채널을 신고해야 한다”며 “사칭 피해 당사자의 권리침해를 신고하면 지체 없이 영구제재 등의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카카오의 신고 방법이 다양해 일반인이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채널을 통해 신고하기 버튼을 누르면 홍보성, 음란성, 욕설, 불법정보 등을 신고할 수 있다. 기타 신고 사유도 작성 가능하다. 카카오는 고객센터를 통해서도 신고 접수를 받는다. 카카오 권리침해 신고를 누르면 저작권 침해,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 침해,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정정·반론·추후보도 청구 등 선택지가 나온다.

카카오 측은 “사칭 관련 사항은 카카오 고객센터를 통한 권리침해 신고 중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 침해 신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톡채널을 통한 신고는, 신고가 들어왔을 경우 곧바로 검토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고가 누적돼 수상한 채널로 의심 받을 경우 채널 검토에 착수한다”고 설명한다. 이용자가 카카오톡채널 신고방법 종류와 차이점에 대해 모르고 있을 경우 빠른 시일내에 채널을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이용자들이 신고 절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2017년부터 꾸준히 정책이 보완돼 왔다”고 말했다.

(사진=사단법인 '소비자와 함께' 제공)

일각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를 비교하는 의견도 있다. 황 변호사는 “네이버 인물검색에 등록하려면 네이버는 각종 증빙서류를 요청하는 등 신분 확인이 까다롭다”며 “하지만 카카오는 채널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사칭해도 신분 확인을 하는 절차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카카오톡채널이 정상적인 사업자 정보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심사 프로세스로 비즈니스 채널이라는 것이 있다”며 “사업자등록증 및 관련 서류를 제출 후, 심사를 통해 확인된 사업자나 공공기관에 비즈니스 배지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배지를 받지 않아도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데 제재 또는 경고를 받지는 않는다. 사칭 채널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카카오측은 “비즈니브 배지와 관련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건이 터진 후 초반에는 카카오에 대한 경찰의 대응도 네티즌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가해자와 카카오를 모두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카카오는 고소대상이 아니다”며 카카오에 대한 고소는 취하할 것을 권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경찰은 카카오도 함께 수사 중이다.

노유선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