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판매, 노조 반대 속 소비자 선호도 급상승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수급난과 노조 반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기아의 전기차 EV6를 사전예약한 개인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온라인 예약’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에 따르면 EV6 사전예약 결과 개인 고객 절반 이상인 54%가 온라인으로 예약을 접수했다. 기아는 EV6를 출시하면서 기아 영업점과 함께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을 진행했는데 소비자가 온라인 방식을 더 선호한 것이다.

이미 온라인 자동차 판매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테슬라는 2019년 ‘오프라인 아웃’을 선언했고 BMW는 ‘온라인 한정 에디션’을 국내에 잇달아 선보이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아가 영업점과 함께 온라인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온라인 판매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편리해진 온라인 판매, 비용감축 매력까지 부각

온라인 자동차 판매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미 전 산업 분야에서 제품의 온라인 판매가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의 경우 고가의 고기능 제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다른 분야와 달리 그동안 딜러와 영업점 등의 중간단계와 시승의 필요성이 강조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 시스템의 진화 등으로 소비자의 온라인 상 자동차 구매가 예전보다 훨씬 용이해졌다. 무엇보다 자동차 기업과 구매자의 비용 감축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테슬라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로 인력 감축이 가능하고 자연스럽게 평균 자동차 가격을 6% 감축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이미 오프라인 아웃을 선언하고 2019년부터 100%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도 모델3와 모델Y 등을 온라인 판매 중인 테슬라는 이 절감 비용을 구매자에게 그대로 돌려준다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완성차 기업들도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이다. 2025년까지 볼보는 80%, 메르세데스-벤츠는 25%로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ID. 시리즈’의 판매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BMW는 온라인 판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에 온라인 한정 에디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BMW 샵 온라인’은 2019년 12월 오픈 이후 올해 4월까지 총 32종 851대의 온라인 한정판 모델을 선보였다. 지난해 9월 출시된 ‘M340i xDrive 투어링 드라비트 그레이 BMW코리아 25주년 에디션’은 단 15분 만에 매진됐다. 같은 해 11월에 출시된 ‘X7 M50i 다크 섀도우’ 모델도 동시 접속자 2600명이 몰려 경쟁률 104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노동조합·대리점주 등 기존 이해관계 문제로 온라인 판매의 전면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한 외자계 자동차 기업들은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적인 운영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한국GM이 지난 3일부터 ‘쉐보레 온라인 샵’을 개설하고 온라인 자동차 판매를 시작했다. 또 생산·판매가 계속 감소하면서 심각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쌍용과 르노삼성도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노조에 발목 잡힌 국내 자동차 기업

올해를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선포한 현대차가 사운을 건 전기차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출범시켰다. 그 대장정의 신호탄으로 아이오닉 5를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총 12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연간 56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아도 올해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과 신규 사명 및 로고, 그리고 슬로건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7개의 새로운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공개한 EV6는 E-GMP를 기반으로 개발한 기아 전용 전기차 라인업 중 첫 모델이자 새로운 로고를 부착한 차종으로 전기차 대중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키 위해 주요 국가의 온라인 판매 시스템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영국, 호주, 러시아, 싱가포르, 이스라엘, 인도 등 거의 전 세계에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인 ‘클릭 투 바이’를 운영하고 브라질에서는 ‘현대 익스프레스’를 구축했다. 기아도 러시아와 인도에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노조 반발로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기업과 수입기업 간 역차별 논란뿐만 아니라 소비자 불편도 야기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세계적인 온라인 판매 트렌드에 현대차와 기아만 손을 놓고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노조는 온라인 판매가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 판매지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기아 EV6 등의 인터넷 사전예약은 노사 간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영업조직을 훼손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기아에는 전국에 700여개의 거점과 7000여명의 영업노동자가 있는데 지금까지 기아와 현대차가 국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은 전국에 걸쳐 거점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한 8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현대차 노조 제공)
온라인 자동차 판매, 소비자가 원한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견고하게 구축된 국내 자동차 기업의 영업조직이 자동차 내수가 성장하는데 큰 일조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급격한 판매방식 변화가 국가의 또 다른 경제축인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도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국내 적용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사 간에 적정한 속도 조절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지만 기본적으로 노조가 너무 강경한 것이 문제”라며 “노조가 국내 기업들의 세계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 특히 국내 소비자 역시 비대면 구매 방식인 온라인 자동차 구매를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전기차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영업 직원의 소비자 대응 문제도 불거지면서 온라인 판매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전기차 커뮤니티 등에는 현대차그룹 영업직 직원의 아이오닉 5 출시 당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나 지급 순서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각종 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반도체 수급난에 전기차 등의 출고 지연 이슈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차를 판매한 영업직 직원들의 별도 연락이나 공지가 없었다”며 “어차피 구매자가 사실관계를 직접 알아봐야 하는 상황을 겪다보니 차라리 잘 구축된 온라인 판매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로 시행된 ‘록다운 기간’에 영업을 할 수 없는 자동차 대리점들이 본격적으로 온라인화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에 익숙한 각국의 자동차 구매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를 보내면서 온라인 판매 방식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미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프랑스 파리무역관은 “실제로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 대리점의 경우 모든 자사 브랜드 차량의 구성부터 배달까지 신차 구매의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해결 가능토록 했다”며 “PSA는 차량 구매자가 카메라를 장착하고 실제 쇼룸에 있는 판매인과 1:1로 영상통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매달 4000여 대의 신차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美 8조 원 투자에 노조 반발

전 세계의 온라인 자동차 판매 확산 움직임은 확실히 자동차 기업들의 인력 감축 움직임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생태계에 걸맞은 인력 구조를 만들고 강공을 펼치고 있다.

최근 전기차 투자비용을 확보키 위해 파격적으로 비용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독일 폭스바겐은 최대 5000명의 직원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포드는 올해 들어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브라질 공장 3곳을 모두 폐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사전계약 대수에서 연일 신기록을 달성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아이오닉 5 생산 단계에서부터 노조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생산 인력 축소 계획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5년 내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세계 자동차산업 종사자 1100만 명 가운데 300만 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폭스바겐과 토요타, GM, 현대차그룹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 부품사 생태계까지 무너지면서 2024년까지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현대차그룹이 향후 5년 간 미국 시장에 74억 달러(8조1417억 원)를 투자해 전기차를 현지 생산하겠다고 밝혀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해외 투자와 현지생산이 이뤄지면 국내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사측의 일방적인 투자 계획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안 그래도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노조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과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규탄했다.

현대차지부는 이어 “지금은 해외공장을 확대키보다 품질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중심의 국내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현대차가 살 길”이라면서 “만약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때문에 준비한 선물용이라면 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가 치열한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을 노조도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노조로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급격한 국제 정세의 변화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이미 예견된 측면이 있어도 노조 입장에서도 강경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현주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한 공급망 재편 및 일자리 유치 정책은 국내 기업에 기회인 동시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기회요인을 살리고 위협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국내 기업과 정부의 공동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