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사진=LG생활건강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LG생활건강이 날개를 달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글로벌 뷰티업계의 부진에도 불구,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가 하면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순위에서 1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깜짝 실적과 브랜드 이미지 상승의 비결은 2005년부터 17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어 온 차석용(68) 부회장의 탁월하면서도 안정적인 리더십에 있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 367억원, 영업이익 379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4%, 11% 증가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뷰티 사업의 성장이 눈에 띈다. 이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영업이익은 14.8% 성장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꾸준한 매출을 기록한 결과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출 증가를 이뤄낸 것이다.

이같은 LG생활건강의 선전에 글로벌 뷰티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일 뷰티o패션 저널 WWD(Women’s Wear Daily)가 발표한 2020년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순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화장품 부문 매출이 45억4000만 달러(약 5조3500억원)로 12위에 올랐다.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국내 기업 중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부동의 1위’ 아모레퍼시픽을 제치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꾸준한 성장의 배경은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온 차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차 부회장은 뉴욕 주립대와 코넬대 MBA 졸업 후 1985년 미국P&G에 입사했다. 입사 14년 만에 한국 P&G 총괄사장에 임명됐던 그는 이후 법정관리 중이던 해태제과의 사장을 맡아 3년 만에 흑자 전환시키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었다. 실력을 인정 받아 2005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가 된 후 괄목할 만한 경영 실적으로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외부 인사로는 최초로 LG그룹의 부회장까지 오르는 기록을 처음 세우기도 했다.

탁월한 결과로 말해주는 그의 전략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수익 구조 다변화다. 2005년 뷰티제품과 생활용품만 취급했던 LG생활건강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였고 2009년에는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에는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에는 해태htb(구 해태음료), 2012년에는 바이올렛드림(구 보브) 화장품 사업과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스테파니를 인수했다. 2013년에는 건강기능식품 통신판매 업체 에버라이프, 캐나다 바디용품업체 프루트 앤 패션(Fruits&Passion) 영진약품의 드링크사업부문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유럽 더마화장품 대표 브랜드인 피지오겔의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산업을 예측하고 통찰하는 힘은 상식에서 나온다”

이같은 M&A 전략으로 LG생활건강의 사업 부문은 생활용품, 뷰티, 음료 등 3대 부문으로 확대됐고 인수한 회사만 30여개가 넘는다. 이를 통해 각각의 사업 분야를 보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여름에 약한 화장품 사업과 여름이 성수기인 음료 사업이 서로의 계절 리스크를 상쇄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했다. 보통 M&A 전략이 당장의 매출 확대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은 반면, 차 부회장의 전략은 차근차근 건물 기초 공사를 하듯 치밀한 설계도를 가지고 장단점을 보완해가는 방식을 택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승부사’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요소를 배려하며 따져 보는 섬세한 전략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차 부회장이 새로운 기업문화 창출에 지속적으로 집중해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산업을 예측하고 통찰하는 힘은 ‘상식’에서 나온다며 리더들에게 다음과 같은 ‘상식’을 강조한다. 첫째, 건설적 불만이 많아야 대안을 갖고 발전하는 조직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주문한다. 셋째는 새로움을 넘어 시장의 ‘판’을 바꾸는 진정한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목표하는 바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실행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의지를 내세운다.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은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성과를 내면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스마트워크’를 잘 정착시켰다는 평가다. 출퇴근 시간을 개인이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일찌감치 도입했고 간결한 회의 문화를 정착시켰다. 회의 때 자료는 핵심내용만 한 장에 요약하고 미리 내용을 공유해 참석자의 사전 이해도를 높였다. 회의 횟수도 대폭 줄이고 1시간 이내에 끝내도록 했다. 불필요하게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하는 대신 실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부회장 집무실 문은 항상 열어두고 있다. 누구든 들어와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직원들이 절차에 구애를 받지 않도록 의전도 금지했다. 이렇듯 그가 추구하는 상식은 사람을 향하고 있다. 사람을 챙기면서 상식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 현재의 LG생활건강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