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마트 등 대기업들 속속 뛰어들어 ‘판 키우기’ 나선다

16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에서 모델들이 프레시지 밀키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종식돼도 ‘집밥’ 트렌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만큼 집밥 트렌드는 이제 소비자들의 일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간편 요리인 밀키트 산업이 급부상하고 관련 유통업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 글로벌이 이달 초 18개국 소비자 4만여명을 설문조사한 ‘2021 딜로이트 소비자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집밥을 즐기고 인파가 많은 장소의 방문은 자제할 것으로 전망됐다.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 심리는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도, 멕시코,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소비자들은 집에서 요리하는 것에 대한 선호도가 글로벌 평균인 55% 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글로벌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한국의 경우 △온라인 쇼핑 및 배송(60%) △집에서 요리(49%) △신선식품 구매(37%) △테이크아웃o음식배달(33%) 등의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60%) 이용 수준이 글로벌 평균인 41%를 크게 웃돌았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경제 악화가 소비자의 재정 상태에 영향을 미쳐 ‘집밥’ 트렌드가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으로 신선한 식자재를 주문하는 새로운 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온라인 소비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리테일 업계의 배송과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온오프라인 간 채널 경계가 무너지고 모든 유통업체들이 배송 경쟁에 뛰어들면서 배송을 중심으로 한 리테일 업계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급성장 눈길

이같은 트렌드에 따라 밀키트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대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이 들어있어 간편하게 조리하면 요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밀키트 시장은 전년보다 2배 성장한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2018년 200억원에 불과했던 데 비해서는 10배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3000억원, 2024년에는 7000억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형 창고형 할인점으로 자리잡은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이같은 집밥 수요에 탄력받아 올해 1분기 매출액 8387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 37.9%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이마트의 밀키트 판매는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집밥 트렌드에 따라 과일o야채, 축산, 수산 신선식품 매출도 40%에 이를 정도로 높아지는 등 등 신선식품에 공을 들인 점도 주효했다.

2019년에 밀키트 브랜드 피코크를 론칭한 이마트는 ‘레드와인소스 스테이크’ ‘밀푀유 나베’ ‘훈제오리 월남쌈’ 등 접대용으로도 손색없는 밀키트 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슐랭 맛집 밀키트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밀키트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2015년 10개에 불과했던 트레이더스 매장 수는 2021년 5월 현재 20개까지 늘어났다.

유명 레스토랑·요리사와 개발한 밀키트 속속 출시

국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도 본격적인 밀키트 사업 확장에 팔을 걷어붙였다. 제일제당은 2019년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선보여 ‘감바스알아히요’ ‘쿵팟퐁커리’ 등 히트 상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현재 20여종인 밀키트 메뉴를 100종까지 늘리고 2주마다 4종 이상의 메뉴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hy(구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부터 ‘잇츠온’ 브랜드로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수십년간 탄탄한 판매조직을 담당하며 ‘야쿠르트아줌마’로 불렸던 프레시매니저 조직을 활용해 배달 밀키트 사업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또 유명 요리사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리미엄 중식 레스토랑 차이797과 손잡고 밀키트 2종(잇츠온 남자짜장, 잇츠온 해산물 누룽지탕)이 인기 상품이다. 최근에는 요식업 사업가이기도 한 개그맨 이경규와 ‘잇츠온 경규식당’을 내놨다. 메뉴 2종(꼬꼬닭볶이, 앵규리 콩나물제육볶음)을 이경규가 고안한 특제소스로 맛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집밥 트렌드가 정착화된 것과 함께 최근 외식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밀키트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소문난 맛집과 고급화 전략을 비롯해 밀키트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라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