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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反독점규제로 빅테크 정조준

  • 지난 20년간 미국 빅테크는 출범초기대비 2~3배 넘는 기업들을 인수했다.( 자료=워싱턴 포스트)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조준한 반독점 규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워싱턴의 초당파적 협력이 갖춰지면서 “빅테크를 해체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최근 정치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내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20석을 잃을 것으로 예측했다. 과거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정쟁을 자제하는 ‘허니문’중 대통령 지지율과 중간선거 결과를 축적한 기록을 바탕으로 추정한 시나리오다.

갤럽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02일째 지지율은 54%로 취임 때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2% 보다는 높지만 중간선거 승리를 확실히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1조9000억달러의 미국 구조계획(The American Rescue Plan)으로 이름을 붙인 경기부양법안이 통과돼 현재 시행 중이다. 이어 2조2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계획이 나왔다.

대규모의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청정에너지 시설, 신규 주택건설, 노령층o장애인 돌봄시설 등을 담았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국회 첫 연설에 맞추어 1조8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을 발표, 숨가쁘게 몰아쳤다. 무상교육 확대 등을 통한 미국 중산층 재건을 목표로 내세웠다. 공교육, 유급 육아휴직 확대, 건강보험료 인하 등이 골자다. 마지막 남은 단추는 반독점 정책의 개혁이고, 조만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1분기 탄탄한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밸리의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있다. IT 공룡들이 최악의 위기 국면에 놓여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월가에서는 기술주 매도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을 향한 반독점 규제에 대해서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기꺼이 협조하겠다는 초당파적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올해 초 국회 의사당 난입 사건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킨 트위터 등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분노가 아직 남아 있다.

이달 6일 페이스북은 트럼프의 계정폐쇄조치를 연장했다. 공화당 소속의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은 “(빅테크를) 해체하라”는 주장을 날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던 의원은 하원 법사위의 반독점 청문회에서 유일한 회의론자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혁신적 법안에 필요한 상원의원의 3분의2(민주당 50석+알파) 의결정족수를 만들어줄 공화당 의원의 추가 10명 확보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빅테크는 물론 제약, 항공, 농업 등 독점 대기업들 앞에 거스를 수 없는 규제의 벽이 나타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첫 신호는 빅테크 규제를 주장하는 매파들의 입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빅테크 비평가로 유명한 팀 우 콜롬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국가경제위원회(NEC) 기술o경제정책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팀 우 특별보좌관은 '빅니스'(The Curse of Bigness, 큰 것의 저주)란 저서에서 독점적 기업들이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대형 기업들의 막강한 권한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반독점 단속의 재활성화를 주장해왔다. 그는 반독점의 부활을 위한 단순한 전제는 집중된 사적 권력이 위협으로 작용해 광범위한 번영을 위한 걸림돌이 됐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팀 우의 같은 대학 동료인 리나 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으로 내정했다. FTC는 반독점,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 등을 판정하는 독립기구이다. 두 사람은 소비자 복지를 최우선시하는 시카고학파 개념을 바탕으로, IT 공룡기업들의 독점 폐해를 지적해왔다.

월가에서는 공석인 법무부의 반독점국장과 FTC 위원에 누구를 내정하는 지를 주목하고 있다. 반독점국장 후보 중 명인 조나단 칸터 반독점 전문 변호사는 구글 공격수하면 떠오르는 인물이다.

대중국 통상 관련, 상무부내 요직인 산업안보국(BIS) 수장 자리도 누가 올지 관심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상무부 차관보를 역임하면서 중국 ZTE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케빈 울프가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기업 SMIC를 제재한 논리에 가담했던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제임스 멀베논 연구원도 후보자이다.

경제o통상 전략을 총괄할 팀 우 특보는 언론 기고에서“틱톡 제재는 이미 했어야 했다”고 주장할 만큼 중국에 강경론자이다. 팀 우는 “자국기업을 더 우대하는 중국의 방식은 불공정하며, 더 이상 용인해줄 수 없다”며 중국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팀 우는 모든 이용자가 평등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터넷 망중립성’을 처음 제창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중국처럼 자국 내서 외국기업(미국)에 대해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해당국 기업에게 인터넷 망중립성을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망중립성의 경우 먼저 개방에 나서는 국가의 기업에 한해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다가올 정책의 초안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발언들이다.

◆ 구글,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정조준

민주당 의원들은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과 관련,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10개 이상의 법안들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 반독점 소위원장(민주당)은 법무부와 FTC의 인수합병(M&A) 파기 기준을 낮춰주는 법안을 내놓았다. 또한 초대형 합병이 이뤄질 때 타당성 입증의 책임을 정부가 아닌 기업으로 이전시켰다.

지난달 조쉬 하울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시가총액 1000억달러(약 113조원) 이상의 거대기업 인수합병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자금력을 앞세운 디지털 기업들의 공격적이고 전방위적인 인수 활동을 제한시킨 법안이다.

‘클로버샤-하울리’ 법안은 미국의 반독점 규제가 유럽연합(EU)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EU는 광범위하고 선제적으로 거대 기업들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제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책상 위에 M&A 규제 외에도 통신품위법 개정안이 올라올 것으로 전망한다. 통신품위법은 이용자들이 게재한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기업의 면책특권을 허용해준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반독점법, 인권법, 사이버스토킹법에 저촉될 경우 플랫폼 기업의 면책 특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개정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법무부는 물론 상무부의 산업안보국이 보고할 반독점 규제를 선택하는 일만 남아 있다. 가장 큰 관심은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의 부과 여부다.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구글을 비롯해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래서 디지털세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입장이 뒤바뀌는 상황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o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은 더 이상 안전한 피신처가 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세)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내 법인세율을 높이기 위한 증세 논의 과정과 맞물려있다. 미국이 글로벌 최저한세(21%) 도입을 통해 자국기업의 해외 탈출을 막는 안전장치로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pbw@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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