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를 등에 업은 ‘곰표’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대한제분의 브랜드 곰표는 뉴트로(newtro·새로움+복고) 트렌드에 힘입어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인 곰표는 1952년에 선보였다. 당시 태어나지도 않은 MZ세대는 곰표에 열광한다.

MZ세대에게 곰표는 향수도 아니고 추억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곰표를 새롭다고 느낀다. 그들에게 곰표는 전혀 촌스러운 브랜드가 아니다. 오히려 신선하고 독특한 브랜드다. 그 저변에는 컬래버레이션이 깔려있다. 흥행에 성공한 곰표 밀맥주를 비롯해 곰표 나쵸, 곰표 팝콘 등은 과감한 컬래버레이션의 결과다.

곰표 밀맥주와 곰표 팝콘 제품(사진=대한제분 제공)

올드한 곰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전환
2018년 대한제분은 곰표의 컬래버레이션 굿즈를 전시·판매하기 위해 ‘곰표 레트로 하우스’(현 곰표 베이커리 하우스)를 오픈했다. 대한제분은 곰표 브랜드의 혁신 방향을 명확히 했다. 레트로·뉴트로 트렌드, 컬래버레이션, 즐거움 등을 키워드로 꼽을 수 있다. 곰표 홍보대행사 플랜힐앤컴퍼니의 이혜란 팀장은 “2018년은 레트로·뉴트로가 붐을 일으켰던 때”라며 “곰표의 컨셉 역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러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지도였다. 40~60대는 밀가루로 곰표 브랜드를 알고 있지만 MZ세대는 곰표를 알지 못했다. 이는 향후 구매층이 40대에서 끊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팀장은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MZ세대를 겨냥한 소비자간 거래(B2C) 시장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타사와의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은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였다. 이때부터 대한제분은 본격적으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대한제분은 2000년대 후반 ‘맛있는 곰표를 넘어 즐거운 곰표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본격적으로 타사와의 협업에 들어갔다. MZ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들이 좋아할 만한 컬래버레이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화제가 된 대표적 상품은 ‘20kg 밀가루 포대 팝콘’이었다. 밀가루 포대와 팝콘의 엉뚱한 조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이 팀장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팝콘을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기획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콜래버레이션에 맛들인 곰표’
대한제분이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내놓은 상품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곰표 밀맥주, 팝콘, 나쵸, 아이스크림 등 식음료는 기본이다. 대한제분은 어린이를 위한 슬라임, 스케치북, 연습장, 스티커팩 등도 선보였다. 후라이팬, 주방세제, 떡볶이 밀키트 등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고 싶은 것 다 하는 곰표’, ‘콜라보에 맛들인 곰표’ 등의 글이 올라오는 등 친화력이 부각되기도 했다.

곰표 밀가루쿠션(사진=대한제분 제공)

특히 화장품업체 ‘스와니코코’와의 협업은 독특하다. 대한제분은 2018년 스와니코코와 쿠션팩트, 선크림, 핸드크림 등의 제품을 기획했다. 특히 쿠션 팩트에는 곰표의 밀가루가 함유돼 있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품 윗면에는 곰표 밀가루의 옛스런 로고와 '하얘져요'라는 문구가 박혀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너무 귀여워서 간직하고 싶어서 샀다’라는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더 나아가 대한제분은 폰트도 선보였다. 지난 6일 대한제분은 곰표 브랜드 전용 폰트 ‘곰표체’를 출시했다. 폰트를 제작하는 타이포브랜딩 전문회사 엉뚱상상과 함께 곰표체를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엉뚱상상은 “뉴트로 열풍을 지나가는 유행으로 소비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건강한 소통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곰표의 바람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잘 팔리는 브랜드의 법칙>의 저자인 구자영 마켓컬리 브랜드 리더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MZ세대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장점”이라며 “앞으로는 브랜드 본질과 트렌드를 융합해 MZ세대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브랜드의 정체성, DNA를 반영하지 않은 컬래버레이션은 바이럴만 되다가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곰표 흥행, 얼마나 갈까
곰표의 흥행은 레트로·뉴트로 트렌드에 기반한다. 레트로는 과거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 향수를 뜻한다면 뉴트로는 옛것을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한 것을 의미한다. MZ세대에게 곰표는 뉴트로 트렌드의 대표적 브랜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MZ세대에게 뉴트로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지만 ‘힙’한 것”이라며 “오늘날 곰표 브랜드가 MZ세대의 관심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대가 급변하는 가운데, 아날로그를 겪어보지 못한 세대는 레트로 트렌드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레트로·뉴트로 트렌드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주목된다. 정 평론가는 “원래 복고열풍은 경기 침체에 따라 나타나곤 하는데 이번에는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지속되고 있다”며 “레트로·뉴트로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트렌드에 걸맞게 내놓은 모든 제품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품에 대한 관심이 소비로 이어지기 위해선 제품력, 콘텐츠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컬래버레이션의 효과가 실제 소비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구 리더는 “과도한 컬래버레이션은 리스크가 크다”며 “한 가지 제품에 불편사항이 생겼을 경우 브랜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