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경제회복기금,게임체인저 ( 출처=파이낸셜 타임즈)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올 여름쯤 가동될 유럽연합(EU)의 경제회복기금이 경제와 금융시장을 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결과나 판도를 뒤바꿔 놓을 중요한 사건을 말한다.

그래엄 세커 모건스탠리 유럽전략가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FT) 전문가 기고란을 통해 이같이 지적하면서 투자자들이 유럽의 상승 잠재력을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FT에 따르면, 세커는 “EU의 경제회복기금(약 1000조원)은 역사상 처음으로 역내 세수를 기반으로 공동 책임이 부과된 채권 발행을 채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조금·대출 형태로 분배되며 우선 순위에 따라 지급된다.

한편 경제회복기금이 포함된 1조8000억 유로 규모의 EU의 장기 예산안이 집행되려면 유럽의회에서 비준을 받아야 한다. 특히 비준안을 처리하기 전에 27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지난 4월 독일 헌법재판소는 EU 회원국의 부채 공동 부담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려 향후 EU 다른 국가의 비준 절차도 순항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달말까지 회원국의 비준절차가 완료되면 7월초부터 채권발행이 가능하다.

지난 1년간 투자자들의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반응은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이탈리아 국채수익률 스프레드는 유럽연합내 기준물로 삼는 독일 국채대비 지속적으로 줄어 들었다. 이탈리아의 경우 독일대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므로 독일 국채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얹어 주는 개념이 스프레드이다. 스프레드 축소는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의 10개국 지수를 종합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MU 지수는 달러기준 55% 상승, 세계 지수(MSCI World)의 상승률 43%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미국의 부양책대비 4분의1 수준인 규모와 5년에 걸친 투입 등을 거론, EU의 회복기금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세커는 진단했다.

세커는 “EU 부양책은 단기 소비보다 장기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되레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인 신속한 재정 투입은 자칫 경기 민감도를 높여 부양책 철수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약점에 시달릴 수 있다.

세커는 “비준 문제가 해결되고 여름쯤 본격 출범하면 투자자들의 회복기금 효과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EU 경제에 대해 순환적이고 구조적인 회복 전망을 자극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같은 기대감은 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 분위기를 퍼뜨려 나갈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현재 마이너스(-) 0.1820%를 기록중인 독일의 10년물(Bund,분트) 국채수익률도 12개월내 플러스권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독일 국채수익률의 플러스권 진입은 주식투자자에게 장기적 발판을 제공해줄 것이다. 은행의 경우 예금·대출 등 흐름이 정상화 과정으로 복귀할 수 있다.

세커는 “지난 10년 유럽 증시에 대한 실망감이 하룻밤새 바뀌지 않을 수 있으나 기회가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유럽 증시에 대해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긍정적인 경기 사이클 그리고 매력적인 투자 승수까지 다시 못 볼 기회가 출현하고 있다고 추천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