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시장 2050년 2조 5천억 달러 규모↑…기업동맹으로 가속화

현대차그룹 HTWO 광저우 조감도.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를 공개하며 국내, 유럽, 미국, 중국 등 4대 거점을 중심으로 연료전지 사업을 본격 전개할 예정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수소경제는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할 당시만 해도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탈원전 정책을 후방지원키 위해 급하게 전시용으로 수소경제를 내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최근 세계 각국에서 탄소중립화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상황이 반전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40년까지 수소경제 활성화로 43조 원의 국내 부가가치와 고용 42만 명의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이산화탄소 2728만 톤 감축 등 경제·환경적 편익 또한 뒤따르는 효과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도 수소시장 규모가 2050년 2조5000억 달러(약 224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K-수소동맹’으로 세계 수소경제 주도할까

올해 초부터 국내 기업들의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동맹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우선 현대차,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사가 2030년까지 43조 원을 투자한다. 또 올해 상반기 중 ‘K-수소동맹’을 위한 최고경영책임자(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 결성도 추진된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31일 주재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결과 문서로 채택된 ‘서울선언문’에는 포용적인 녹색 회복을 통한 탄소 중립 비전 실현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당연히 수소경제 구축과 연관이 있고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을 했다.

먼저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는 지난달 31일 P4G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2010년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이후 글로벌 톱티어 태양광 기업으로 성장한 한화그룹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서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기존 생산 설비를 활용하면서도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며 수소 혼소(混燒) 발전 기술을 해결책의 하나로 소개했다. 수소 혼소 발전은 가스 터빈에서 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H2GT(Hydrogen To Gas Turbine)로도 불리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LNG 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30% 이상 줄이고 산화질소의 배출도 막을 수 있다. 한화솔루션 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3월 세계적인 가스 터빈 업체인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를 인수해 국내 최초로 수소 혼소 발전 기술을 확보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과 SK가스도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 손을 잡았다. 롯데케미칼과 SK가스는 지난달 31일 판교에 위치한 SK가스 사옥에서 수소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 이후 올해 안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양사가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통해 기체수소 충전소 및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국내 3개 생산기지(여수, 대산, 울산)에서, SK가스는 울산 소재 관계사인 SK어드밴스드에서 저탄소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오른쪽)과 윤병석 SK가스 대표가 판교 SK가스 사옥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여전히 부족한 수소 인프라 극복이 과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수소경제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라는 시각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 효율성과 경쟁력 확보 문제, 환경 문제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수소차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내수와 수출을 합해 50만3107대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전체 판매량이 50만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고 당연히 전기차의 영향이 크다.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반면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차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고 있는 수소차 실적은 상당히 저조하다. 내수(5786대)와 수출(995대)을 합해도 7000대에 못 미친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의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사전 계약이 시작된 후 전 세계적으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기차 강자인 테슬라를 비롯해 기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순수 전기차를 대거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와 수소차 격차는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책은 수소차에 무게가 실려 있다. 기본적으로 2040년까지 누적 620만대의 수소차를 생산하고 수소택시(8만대)나 수소버스(4만대) 공급과 함께 수소 충전소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가까운 일본은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개발했지만 정작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국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국이 2035년 세계 최대 수소차 시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소경제는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다가올 미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자동차 관련 정책 자문기구인 중국자동차 공정학회는 지난해 10월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차 기술 로드맵 2.0’을 발표하고 중국 내 수소차 보급 목표를 제시했다. 이 로드맵에는 중국이 2035년경까지 상용차를 중심으로 수소차를 누적 100만대까지 보급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포함돼 중국 내 수소산업 육성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정부의 정책 기조에만 마냥 의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현대차그룹도 해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 건립을 본격화하고 수소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광저우에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장 신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호 한국자동차연구원 모빌리티산업정책실장은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수소동맹 구축이 시급하다”며 “특히 수소 기술 선도국과 수소 생산 잠재력이 큰 국가와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통한 국제협력을 추진해 글로벌 수소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